업무 사고 경위서
경위서 마스터·8분·
일하다 난 사고에서 내가 부서에 내는 경위서를 요구하는 근거는 법이 아니라 회사의 규정입니다. 같은 사고를 두고 법이 말을 거는 상대는 나를 고용한 쪽이며, 그쪽에는 기한과 서식이 정해져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7조는 은폐 금지·기록 보존·보고를 모두 사업주의 의무로 적고 있습니다
주어를 빼고 읽으면
- 사고가 나면 한 달 안에 서류를 내야 한다
- 서류를 내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게 된다
- 사실과 다르게 적으면 재해를 숨긴 것이 된다
- 기록을 남겨 보관할 의무가 나에게 있다
- 정해진 서식을 받아 그 칸을 채워야 한다
조문에 적힌 주어대로 읽으면
- 한 달이라는 기한은 나를 고용한 쪽이 관서에 낼 때의 기한이다
- 과태료를 무는 쪽은 보고를 빠뜨린 사업주다
- 숨겨서는 안 된다는 명령을 받는 쪽도 사업주다
- 발생 원인을 기록해 보존하라는 의무도 사업주에게 붙어 있다
- 법이 정한 서식은 관서로 가는 종이이고 내 종이는 회사가 정한 틀이다
한 번의 사고에서 종이가 두 장 나옵니다
내가 부서에 내는 것과 회사가 관서에 내는 것은 서로 다른 문서입니다.
작업 중에 미끄러져 발목을 다쳤다고 해 봅시다. 병원에 다녀오고 나면 부서장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적어 오라고 합니다. 며칠 뒤에는 안전 담당자가 찾아와 그날 몇 시에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다시 묻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두 번 하게 되는데, 두 번째 물음은 첫 번째와 목적이 다릅니다.
첫 번째는 회사 안에서 끝나는 종이입니다. 부서장이 상황을 파악하고 인사나 안전 부서가 뒤이어 판단하기 위한 재료입니다. 두 번째는 회사가 바깥으로 내보내야 하는 종이의 재료입니다. 관할 관서로 넘어가고 정해진 칸에 맞춰 옮겨 적힙니다.
둘이 헷갈리는 이유는 적히는 내용이 거의 같기 때문입니다.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하다가, 어떻게 되었는지가 양쪽에 다 들어갑니다. 그래서 하나를 다른 하나의 준비물처럼 여기게 되고, 한쪽에 붙은 기한과 벌칙을 다른 쪽에도 붙여 읽게 됩니다.
이 글이 하려는 일은 그 둘을 떼어 놓는 것입니다. 떼어 놓고 나면 내가 적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함께 분명해집니다. 순서가 그 반대라는 점이 이 주제의 특이한 점입니다. 무엇을 적을지부터 정하려 하면 오히려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법이 말을 거는 상대는 나를 고용한 쪽입니다
조문의 세 항이 모두 「사업주는」으로 시작합니다.
일터에서 난 사고를 다루는 법은 산업안전보건법입니다. 그 안에 사고가 났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한 조문이 있습니다. 읽어 보면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내용이 아니라 문장의 주어입니다.
세 항이 나란히 있고 셋 다 같은 말로 시작합니다. 숨기지 말라는 것도, 원인을 기록해 보존하라는 것도, 관서에 보고하라는 것도 전부 한 상대에게 붙어 있습니다. 그 상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을 고용한 쪽입니다.
조문을 그대로 읽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요약된 설명만 보면 주어가 사라진 채로 남고, 주어가 사라지는 순간 이 모든 것이 내 의무처럼 읽히기 때문입니다.
①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그 발생 사실을 은폐해서는 아니 된다. ② 사업주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산업재해의 발생 원인 등을 기록하여 보존하여야 한다. ③ 사업주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에 대해서는 그 발생 개요·원인 및 보고 시기, 재발방지 계획 등을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7조(산업재해 발생 은폐 금지 및 보고 등)
세 항이 각각 다른 일을 시킵니다. 첫째는 하지 말라는 것이고, 둘째는 남겨 두라는 것이며, 셋째는 밖으로 내보내라는 것입니다. 뒤로 갈수록 회사가 해야 하는 일이 무거워집니다.
그리고 어느 항에도 근로자가 무엇을 제출해야 한다는 말은 없습니다. 그러니 내가 부서에 내는 종이는 이 조문이 명령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을 요구하는 근거는 다른 곳, 그러니까 그 회사의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에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적을 것은 그 조문에서 역산됩니다
셋째 항이 요구하는 세 가지가 사내 경위서의 뼈대를 그대로 정합니다.
의무가 나에게 없다는 것과 내 종이가 아무래도 좋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회사는 셋째 항이 요구하는 것을 채워야 하고, 그 재료의 대부분은 사고를 겪은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다른 데서 구할 수 없는 정보입니다.
셋째 항이 열거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무엇을 할 것인지입니다. 사내 경위서가 대체로 이 셋으로 짜여 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회사가 임의로 정한 틀이 아니라 바깥으로 나갈 종이가 요구하는 것을 안쪽에서 미리 갖춰 두는 구조입니다.
이 사실은 쓰는 사람에게 실용적인 지침이 됩니다. 어디까지 적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을 때 이 셋으로 되돌아오면 됩니다. 반대로 이 셋에 들어가지 않는 것 — 이를테면 잘못을 인정하는 문장이나 사과 — 은 어느 쪽 종이에도 자리가 없습니다.
- 발생 개요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가
- 원인무엇 때문에 일어났는가
- 재발방지 계획다시 없게 하려면
세 번째 칸을 두고 망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책까지 적으면 잘못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느냐는 걱정입니다. 그러나 대책은 앞으로의 일이고 잘못은 지나간 일에 대한 평가입니다. 둘은 성격이 다릅니다.
대책을 적는 것과 반성을 적는 것도 갈라 두어야 합니다. 설비를 어디에 두겠다거나 이동 경로를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고, 깊이 뉘우친다는 것은 마음속의 일입니다. 뒤쪽 문장이 들어가는 순간 그 종이의 성격이 바뀝니다.
사고가 난 날부터 무엇이 어떻게 움직이나
내 손을 떠난 뒤에도 같은 사실이 몇 번 더 옮겨 적힙니다.
내가 적은 종이가 어디로 가는지를 알아 두면 무엇을 얼마나 정확히 적어야 하는지가 달라집니다. 특히 시각과 장소는 뒤에서 다른 기록과 맞춰 보게 되는 항목이라 어림으로 적으면 나중에 어긋납니다.
아래는 일이 진행되는 순서입니다. 각 칸의 주어를 눈여겨보십시오. 앞의 두 칸만 나에게 걸리고 나머지는 회사가 하는 일입니다.
- 사고 직후다친 정도와 그 자리의 상태를 기억나는 대로 남겨 둡니다
- 부서가 요구할 때회사가 정한 틀에 맞춰 겪은 일을 적어 냅니다
- 회사가 정리할 때안전 담당 부서가 원인을 나눠 보고 개선할 것을 정합니다
- 회사가 관서에 낼 때정해진 서식에 옮겨 적어 관할 관서로 보냅니다
두 번째 칸에서 자주 생기는 오해가 있습니다. 회사가 정한 틀이라는 말이 아무 틀이나 상관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그 틀을 법이 정해 두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실제로는 마지막 칸의 서식이 앞쪽 칸의 모양까지 끌고 갑니다.
네 번째 칸에는 기한이 붙어 있습니다. 다만 그 기한은 마지막 칸의 기한입니다. 내가 두 번째 칸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는 법이 아니라 회사가 정합니다. 이 둘을 붙여 읽는 것이 가장 흔한 착각이라 다시 한번 적어 둡니다.
상황이 무거우면 시점이 앞당겨집니다
피해가 큰 사고에는 별도의 보고 절차가 따로 걸립니다.
모든 사고가 같은 속도로 처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중대재해로 다뤄지고, 그때는 회사가 관서에 알려야 하는 시점이 훨씬 앞당겨집니다. 정해진 기한을 채워 쓰는 것이 아니라 알게 된 즉시 움직이는 구조로 바뀝니다.
무엇이 중대재해에 해당하는지는 사람 수와 요양 기간으로 갈리는데, 그 기준은 여기에 옮겨 적지 않겠습니다. 서로 다른 법이 비슷한 이름의 용어를 각각 정의하고 있어 숫자가 엇갈릴 수 있고, 잘못 옮긴 숫자는 없느니만 못하기 때문입니다. 해당 여부가 걸리는 상황이라면 회사의 안전 담당 부서나 관할 관서에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여기서 알아 둘 것은 하나입니다. 상황이 무거울수록 나에게 경위를 묻는 시점도 그만큼 빨라진다는 것입니다. 사고 직후에 적어 둔 메모가 쓸모를 갖는 것이 이런 때입니다.
| 궁금해지는 것 | 어느 쪽 이야기인가 | 확인된 범위 |
|---|---|---|
| 사고가 나면 며칠 안에 내야 하나 | 회사가 관서에 낼 때의 기한 | 발생한 날부터 한 달 이내 |
| 내 경위서는 언제까지 내나 | 회사가 정하는 문제 | 법령에 정해진 기한을 찾지 못했습니다 |
| 산재 신청을 하면 그것으로 끝나나 | 회사의 보고는 별도 | 신청과 별개로 회사가 따로 제출합니다 |
| 안 내면 무슨 일이 생기나 | 보고를 빠뜨린 사업주의 문제 |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
세 번째 줄을 특히 짚어 둡니다.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더라도 회사가 관서에 내야 하는 보고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둘은 가는 곳도 목적도 다른 절차입니다.
네 번째 줄의 주어도 다시 확인해 두십시오. 여기서 부담을 지는 쪽은 보고를 빠뜨린 회사이지 경위서를 늦게 낸 사람이 아닙니다. 금액을 적지 않은 것은 개정으로 바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숫자가 엉뚱한 사람의 걱정거리가 되는 일이 잦아서이기도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사고가 나면 경위서를 반드시 써야 하나요?
근로자가 회사에 경위서를 내야 한다고 정한 조문은 찾지 못했습니다. 요구의 근거는 대개 그 회사의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입니다.
한 달 안에 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 기한은 사업주가 관할 관서에 서식을 낼 때의 기한입니다. 근로자가 부서에 내는 종이의 기한이 아닙니다.
경위서를 늦게 내면 과태료를 무나요?
과태료를 무는 쪽은 관서에 보고하지 않은 사업주입니다. 사내 제출이 늦은 것은 회사 규정의 문제입니다.
재발 방지 대책까지 적으면 잘못을 인정하는 것 아닌가요?
대책은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사실이고, 잘못을 인정하는 문장은 지나간 일에 대한 평가입니다. 성격이 다르므로 대책을 적는다고 책임을 자인하는 것이 되지 않습니다.
산재를 신청했는데 회사가 따로 낼 것이 있나요?
요양급여 신청과 별개로 사업주는 관서에 서식을 제출해야 합니다. 두 절차는 가는 곳이 다릅니다.
기억나지 않는 시각은 어떻게 적나요?
짐작으로 채우지 말고 확인하지 못했다고 적는 편이 낫습니다. 시각은 뒤에서 다른 기록과 맞춰 보는 항목이라 어림으로 적으면 어긋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