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임대차계약서 무상이라 계약서를 안 썼다가 생긴 일
무상임대차계약서 마스터·8분·
빌려 쓰던 사람이 사망하면 빌려준 쪽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대가 없이 내주는 관계는 그 사람을 보고 시작한 것이라는 성질이 조문에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민법 제614조 = 차주가 사망하거나 파산선고를 받은 때에는 대주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음
안 쓰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받는 것이 없으니 정할 것도 없다고 느낍니다.
대가를 받으면 문서를 씁니다. 금액이 있고 날짜가 있고 돌려줄 돈이 있으니 적을 것이 저절로 생깁니다. 그런데 대가가 없으면 그 칸들이 전부 비어 있어서, 적을 것 자체가 없어 보입니다.
여기에 마음의 문제가 겹칩니다. 그냥 쓰라고 내주는 자리에서 서류를 꺼내면 인심이 없어 보입니다. 받는 쪽도 먼저 쓰자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고마운 처지에 조건을 따지는 모양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시작합니다. 실제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문제는 몇 해가 지나면서 사람의 사정이 바뀔 때 생깁니다.
이 글은 문서를 쓰지 않았을 때 실제로 어디가 어긋나는지를 짚습니다. 겁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어긋나는 자리가 정해져 있어서 그 자리만 미리 적어 두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망에 관해 아무 문장이 없다.
사용자가 사망한 때에도 그와 함께 살던 가족은 6개월 동안 계속 사용할 수 있고, 그 기간 안에 이후를 다시 정한다.
소유자가 바뀔 때의 절차가 없다.
소유자가 바뀌거나 부동산을 처분하려는 때에는 3개월 전에 서면으로 알리고, 사용자는 통지받은 날부터 3개월 안에 비운다.
함께 사는 사람에 관한 문장이 없다.
현재 함께 거주하는 가족의 범위를 아래에 적어 두고, 새로 들어와 함께 살 사람이 생기면 미리 알린다.
어긋나는 자리는 정해져 있습니다
사람이 바뀌거나 사정이 바뀌는 순간입니다.
아무것도 적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가 되는 장면을 모아 보면 몇 가지로 좁혀집니다. 대부분 시간이 흘러 처음의 전제가 달라졌을 때입니다.
표는 그 장면들과, 문서가 없을 때 실제로 무엇이 곤란해지는지를 나란히 놓은 것입니다.
| 달라진 사정 | 문서가 없으면 | 미리 적어 둘 것 |
|---|---|---|
| 빌려준 사람이 집을 팔려고 함 | 언제까지 비워야 하는지 기준이 없음 | 처분 통지와 유예 기간 |
| 빌려준 사람이 사망함 | 상속인이 여럿이면 대화 상대부터 불분명 | 상속인에게 이어지는 방식 |
| 빌려 쓰던 사람이 사망함 | 남은 가족의 자리가 흔들림 | 함께 살던 가족의 계속 사용 |
| 함께 사는 사람이 늘어남 | 승낙을 받아야 하는지부터 애매 | 미리 알리는 절차 |
| 큰 수리를 하게 됨 | 고친 뒤 정산이 성립하지 않음 | 먼저 알리는 절차 |
| 관계가 나빠짐 | 기댈 문장이 하나도 없음 | 종료와 반환의 절차 |
여섯 줄 가운데 셋째 줄이 이 글의 중심입니다. 나머지는 짐작이라도 되지만 셋째 줄은 대부분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빌려준 쪽이 사망하는 경우는 그래도 상상해 봅니다. 상속인과 다시 이야기해야 한다는 짐작이 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빌려 쓰던 쪽이 사망하는 경우는 대개 남은 가족이 그대로 살면 된다고 여깁니다.
민법은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다음 절에서 조문을 그대로 읽어 보겠습니다.
가장 뜻밖의 대목
빌려 쓰던 사람이 사망하면 계약이 흔들립니다.
대가를 치르는 관계에서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도 그 자리가 이어지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값을 치른 지위이므로 남은 가족이 이어받는다는 감각이 자연스럽습니다.
대가 없이 빌려 쓰는 관계는 그렇게 짜여 있지 않습니다. 민법에 짧은 조문 하나가 있습니다.
차주가 사망하거나 파산선고를 받은 때에는 대주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민법 제614조
한 문장이지만 이 계약의 성질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대가 없이 내준 쪽은 그 물건을 누구에게 쓰게 할지를 사람을 보고 정합니다. 조카에게 내준 것이지 조카의 가족 전부에게 내준 것이 아니라는 감각입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없어지면 빌려준 쪽에게 계약을 정리할 길을 열어 둔 것입니다. 해지할 수 있다는 표현이니 반드시 끝난다는 뜻은 아니지만, 계속할지 말지가 빌려준 쪽의 선택에 놓인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파산선고를 받은 때도 같은 자리에 놓여 있습니다. 두 경우 모두 처음에 사람을 보고 내주었다는 전제가 흔들린 상황이라는 점에서 묶여 있습니다.
이 조문을 알고 나면 계약서를 쓰는 이유가 달라집니다. 다투기 위한 대비가 아니라, 남은 사람이 겪을 일을 미리 정리해 두는 일이 됩니다.
남은 가족은 어디에 서게 되는가
살던 집인데 계속 살 수 있는지가 상대의 선택에 놓입니다.
실제로 벌어지는 장면을 그려 보면 이렇습니다. 형이 소유한 집에 동생 부부가 대가 없이 살아 왔습니다. 문서는 없습니다. 그러다 동생이 먼저 세상을 떠납니다.
남은 배우자와 자녀는 그 집이 계속 자기들의 생활 터전이라고 여깁니다. 짐이 있고 아이 학교가 있고 이웃이 있습니다. 그런데 계약의 자리에서 보면 대가 없이 쓰기로 했던 사람은 이제 없습니다.
형이 계속 살라고 하면 문제가 없습니다. 대개는 그렇게 됩니다. 그러나 형에게도 사정이 생길 수 있고, 형마저 세상을 떠나 상속인들과 이야기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처음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화 상대가 됩니다.
그때 남은 가족이 내밀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도, 무엇을 고쳐 가며 살았는지도 증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문서 한 장이 있었다면 적어도 이야기의 출발점은 있었을 것입니다.
그것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사망한 뒤 몇 달의 말미를 둔다는 문장이 있으면 그 기간만큼은 다툴 일이 없습니다.
쓸 수 있습니다. 이미 살고 있는 상태를 확인하고 앞으로의 조건을 정하는 문서를 만들면 됩니다.
지금이라도 적어 두는 법
다섯 줄이면 어긋나는 자리가 대부분 덮입니다.
이미 문서 없이 살고 있다면 지금 만드는 것이 늦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쓰는 것이 아니라, 지금 상태를 적고 앞으로를 정하면 됩니다.
적을 것도 많지 않습니다. 아래 다섯 줄이면 앞의 표에 나온 여섯 장면 대부분에 답이 생깁니다.
지금 만드는 문서에 넣을 다섯 줄
한 가지 더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부동산을 대가 없이 쓰게 하는 관계에는 세금 문제가 따라올 수 있습니다. 특히 가족 사이라면 문서를 만들기 전에 세무 상담을 한 번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대가가 없다는 이유로 세금과 무관하다고 넘길 일이 아닙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문서를 쓰지 않아 곤란해지는 자리는 다툼이 생겼을 때가 아니라 사람의 사정이 바뀌었을 때입니다. 그중에서도 사망이 가장 뜻밖의 자리입니다.
그러니 문서를 만드는 일을 사이가 나빠질 것에 대비하는 일로 여기지 마십시오. 남은 사람에게 근거를 남겨 두는 일에 가깝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빌려 쓰던 사람이 사망하면 계약이 바로 끝나나요?
바로 끝난다기보다 빌려준 쪽이 해지할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계속할지 말지가 그쪽의 선택에 놓입니다.
남은 가족이 계속 살 수 있게 하려면요?
사망한 뒤 얼마 동안 계속 쓸 수 있는지를 계약서에 미리 적어 두십시오. 한 줄이면 됩니다.
빌려준 사람이 사망하면 어떻게 되나요?
상속인과 다시 이야기하게 됩니다. 여럿이면 누구와 이야기해야 하는지부터 정리해야 하므로 조건이 적힌 문서가 있는 편이 훨씬 수월합니다.
이미 몇 년째 살고 있는데 지금 써도 되나요?
됩니다. 지금 상태를 확인하고 앞으로의 조건을 정하는 형태로 만들면 됩니다.
무상으로 쓰면 세금은 상관없나요?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가족 사이라면 문서를 만들기 전에 세무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도 같나요?
민법은 사망과 같은 자리에 두고 있습니다. 처음에 사람을 보고 내주었다는 전제가 흔들린 상황이라는 점에서 묶여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