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임대차계약서 가족 소유 집에 무상으로 거주할 때
무상임대차계약서 마스터·8분·
가족 사이에서 어려운 것은 조건을 정하는 일이 아니라 언제 끝나는지를 입에 올리는 일입니다. 끝을 문서의 한 줄로 옮겨 두면 그 말을 사람이 꺼내지 않아도 됩니다.
민법은 반환 시기를 정하지 않은 사용대차에서 대주가 언제든 해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두고 있으며, 차주가 사망한 때에도 대주가 해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음
가족 사이에 문서가 없는 이유는 조금 다릅니다
번거로워서가 아니라 끝을 말하는 것이 거절처럼 들리기 때문입니다.
남과의 거래에서 문서를 만들지 않는 이유는 대개 귀찮아서입니다. 가족 사이는 그렇지 않습니다. 무엇을 적어야 할지 몰라서도 아닙니다. 적어야 할 항목 가운데 하나가 유난히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 항목이 끝나는 날입니다. 들어와 살라고 하면서 언제까지라고 덧붙이면 앞의 호의가 반쯤 지워집니다. 받는 쪽에서 먼저 물어도 어색합니다. 얼마나 폐를 끼칠지를 스스로 정해서 말하는 모양이 됩니다.
그래서 다들 그 항목만 빼고 이야기합니다. 방은 어디를 쓰고 짐은 어디에 두고 공과금은 어떻게 하자는 이야기는 하는데, 언제까지라는 말만 나오지 않습니다. 그 자리가 비어 있는 채로 생활이 시작됩니다.
이 글은 그 빈자리를 어떻게 채우는가에 관한 것입니다. 정해야 할 항목이 하나뿐이라면 그 하나를 다루는 요령도 있을 것입니다.
끝이 정해지지 않으면 어디가 어긋나는가
나가 달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이 사건이 됩니다.
끝이 없는 상태에서 몇 해가 흐르면 두 사람 사이에 계산이 하나씩 쌓입니다. 내준 쪽은 언제쯤 정리될지를 속으로 헤아리고, 사는 쪽은 언제까지 있어도 되는지를 짐작합니다. 두 계산이 같을 리가 없습니다.
그러다 사정이 생겨 정리해야 할 때가 옵니다. 그때 내준 쪽이 하는 말은 그냥 통보처럼 들립니다. 미리 정해 둔 것이 없으니 갑자기 결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표는 이 관계에서 실제로 어긋나는 자리들입니다. 오른쪽 칸에 미리 정해 둘 문장을 적어 두었습니다.
| 어긋나는 자리 | 정해 두지 않으면 | 한 줄로 적어 두면 |
|---|---|---|
| 언제까지 사는가 | 서로 다르게 짐작함 | 시작일과 종료일을 날짜로 |
| 더 살고 싶을 때 | 매번 눈치를 봐야 함 | 만료 전 언제까지 알리고 어떻게 연장하는지 |
| 집을 정리해야 할 때 | 통보처럼 들림 | 처분 통지의 시점과 비우기까지의 말미 |
| 다른 형제가 문제를 제기할 때 | 근거가 말뿐임 | 누가 허락했고 어떤 조건인지 |
| 사는 쪽에 일이 생겼을 때 | 남은 가족의 자리가 없음 | 그 뒤 얼마 동안 더 쓸 수 있는지 |
| 돈을 들여 고쳤을 때 | 정산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움 | 먼저 알리는 절차와 정산 방법 |
넷째 줄은 가족 사이에서만 생기는 자리입니다. 부모의 집에 한 자녀가 들어가 사는 경우, 다른 자녀들이 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됩니다. 조건이 적힌 문서가 있으면 적어도 무엇을 두고 이야기하는지는 분명해집니다.
다섯째 줄은 상상하기 싫은 자리라 대개 비어 있습니다. 그런데 민법은 대가 없이 빌려 쓰던 사람이 사망하면 내준 쪽이 계약을 정리할 수 있도록 정해 두었습니다. 남은 가족이 계속 살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가 그렇지 않은 상황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여섯째 줄도 가족 사이에서 유독 어렵습니다. 얼마 들여 고쳤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계산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참게 됩니다. 그러다 나갈 때 한꺼번에 꺼내면 서로 감정이 상합니다.
민법이 이미 정해 둔 자리
비워 두면 기본값이 대신 들어옵니다.
아무것도 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가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 관계를 위해 민법이 마련해 둔 내용이 대신 작동합니다.
여기서 알아 둘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반환 시기를 정하지 않았을 때의 기준이 있고, 그 기준에는 내준 쪽이 언제든 정리할 수 있게 하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조문의 원문과 실무는 기간을 다룬 글에서 자세히 풀었습니다.
둘째, 빌려 쓰던 사람이 사망하면 내준 쪽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대가 없이 내주는 관계는 그 사람을 보고 시작한 것이라는 성질이 조문에 담겨 있습니다. 이쪽 역시 따로 정리한 글이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사는 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놓여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문서를 만드는 일은 내준 쪽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사는 쪽을 위한 것에 가깝습니다. 이 점을 알고 대화를 꺼내면 부탁이 아니라 정리로 읽힙니다.
무엇을 위해 만드는지를 함께 말하면 다릅니다. 다투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중에 말을 꺼내기 쉬우라고 만드는 것입니다.
약속은 약속입니다. 다만 몇 해 뒤에 두 사람의 기억이 갈리면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대화를 여는 순서
문서 이야기부터 꺼내면 대개 막힙니다.
가족에게 계약서를 쓰자고 먼저 말하면 분위기가 굳습니다. 순서를 바꾸면 훨씬 수월합니다. 상황을 정리하자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문서가 그 결과물이 되게 하는 방식입니다.
아래 순서를 그대로 따라가 보십시오.
- 먼저 고맙다는 말을 정확히 한다무엇이 도움이 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말합니다. 이 대화가 조건을 따지려는 것이 아니라는 신호가 됩니다.
- 지금 상태를 함께 확인한다언제부터 살고 있는지, 어느 방을 쓰는지, 공과금은 누가 내고 있는지를 소리 내어 정리합니다. 대개 여기서 서로 다르게 알고 있던 것이 하나쯤 나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을 각자 말한다사는 쪽은 언제쯤까지를 생각하고 있는지, 내준 쪽은 이 집을 어떻게 할 생각인지를 말합니다. 이 단계가 이 대화의 핵심입니다.
- 두 계획이 만나는 지점을 날짜로 잡는다정확히 맞지 않아도 됩니다. 일단 일 년쯤으로 잡고 그 전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면 충분합니다.
- 정한 것을 그 자리에서 적는다종이 한 장이면 됩니다. 형식을 갖추는 것은 나중에 해도 되고, 그날 정한 것을 적어 두 사람이 서명해 두는 일이 먼저입니다.
- 다른 가족에게 알릴지를 정한다형제가 여럿이면 이 사실을 어떻게 공유할지도 함께 정해 두십시오. 나중에 알게 되는 편이 훨씬 불편합니다.
여섯 단계 가운데 셋째가 가장 어렵고 가장 중요합니다. 각자 마음속으로만 갖고 있던 계획을 소리 내어 말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여기만 넘기면 나머지는 정리 작업입니다.
넷째 단계에서 날짜가 정확할 필요는 없습니다. 짧게 잡고 다시 이야기하는 구조가 길게 잡아 두고 침묵하는 구조보다 훨씬 낫습니다. 대화의 계기가 정기적으로 생기기 때문입니다.
여섯째 단계를 넣은 것은 가족 사이의 문제가 대개 두 사람 밖에서 터지기 때문입니다. 미리 알려 두면 나중에 설명할 일이 없습니다.
적고 나서 한 번 더 볼 것
가족 사이에서만 챙겨야 하는 항목이 몇 있습니다.
일반적인 항목은 다른 글에 정리해 두었으니 여기서는 가족 사이라서 필요한 것만 짚겠습니다.
가족 사이에서 특히 챙길 것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입니다. 부동산을 대가 없이 쓰게 하는 일에는 세금이 얽힐 수 있고, 가족 사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문서를 만들기 전에 세무 상담을 한 번 거치시기를 권합니다. 이 글에서 세액이나 기준을 말씀드리지 않는 것은 상황마다 요건이 달라 잘못 옮기면 손해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가족 사이의 무상 거주에서 정해야 할 것은 사실 하나입니다. 언제까지인가입니다. 그 하나가 정해지면 나머지 항목은 저절로 따라옵니다.
그리고 그 하나를 사람이 말하지 않아도 되게 만드는 것이 문서입니다. 종이에 적혀 있으면 나가 달라는 말을 누구도 꺼내지 않아도 됩니다. 그것이 이 문서가 가족 사이에서 하는 가장 큰 일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부모님 집에 사는데도 계약서가 필요한가요?
필요합니다. 조건을 따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언제까지인지를 사람이 말하지 않아도 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기간을 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민법의 기준이 대신 작동하는데, 거기에는 내준 쪽이 언제든 정리할 수 있게 하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형제가 여럿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누가 허락했고 어떤 조건인지를 문서에 적고, 이 사실을 어떻게 공유할지도 함께 정해 두십시오.
생활비를 조금 보태고 있는데 무상인가요?
무엇에 대한 돈인지를 문서에 적어 두십시오. 계산 방식이 적혀 있으면 성격을 두고 다툴 여지가 줄어듭니다.
무상으로 살면 세금 문제가 생기나요?
얽힐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 세액이나 기준을 말씀드리지 않는 이유도 상황마다 요건이 달라서입니다. 문서를 만들기 전에 세무 상담을 한 번 거치십시오.
어머니 명의인데 형이 살라고 한 경우는요?
소유자가 허락했다는 사실을 문서에 적고 가능하면 소유자도 함께 서명하게 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