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임대차계약서 무상 사용에도 대항력이 생기나
무상임대차계약서 마스터·8분·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차를 대상으로 하는 법이므로, 대가 없이 쓰는 관계에 그 보호가 그대로 따라온다고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대신 민법이 사용대차에 대해 따로 정해 둔 것과 계약서에 적어 둔 문장이 기댈 수 있는 전부가 됩니다.
민법 제617조 = 손해배상 청구와 비용 상환 청구는 대주가 물건의 반환을 받은 날로부터 6월 내에 하여야 함
이 질문이 왜 먼저 나오는가
살던 집이 남의 손에 넘어가는 장면을 상상하기 때문입니다.
대항력이라는 말은 원래 낯선 말인데도 집을 빌려 쓰는 사람에게는 익숙합니다. 살던 집의 주인이 바뀌었을 때 새 주인에게도 계속 살겠다고 말할 수 있느냐, 그 한 가지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대가를 치르고 사는 사람에게는 이 물음이 절박합니다. 맡긴 돈이 있고 살 기간이 남아 있는데 소유자가 바뀌면 그 두 가지가 한꺼번에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관련 제도를 한 번쯤 찾아보게 됩니다.
대가 없이 사는 사람도 같은 장면을 떠올립니다. 맡긴 돈은 없지만 짐이 있고 생활이 있습니다. 어느 날 낯선 사람이 찾아와 자기가 새 주인이라고 하면 무엇을 근거로 대답해야 하는지가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다 보면 임대차를 전제로 한 설명만 잔뜩 나옵니다. 대가 없이 사는 경우가 그 설명의 어디쯤에 놓이는지는 잘 나오지 않습니다. 그 빈자리를 이 글에서 다룹니다.
기대해서는 안 되는 것
그 법이 붙잡고 있는 대상 자체가 다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이름 그대로 임대차를 대상으로 하는 법입니다. 조문마다 임차인과 임대인이라는 말이 나오고, 보증금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제도를 만든 사람들이 무엇을 염두에 두었는지가 낱말에 드러나 있습니다.
반면 민법은 사용대차를 대가 없이 쓰고 수익하게 하기 위해 물건을 넘겨주기로 하는 계약으로 정의해 두었습니다. 정의 안에 무상이라는 말이 못처럼 박혀 있습니다. 두 개념이 여기서 갈라집니다.
그러니 대가 없이 쓰는 관계라면 그 법의 보호가 자동으로 따라온다고 여겨서는 곤란합니다. 이것은 어느 쪽으로도 결론을 내는 말이 아닙니다. 갈리는 지점이 분명히 있으니 기대를 근거로 계획을 세우지 말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판단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단정적인 문장들은 어느 쪽이든 조심해서 읽어야 합니다. 생긴다는 말도 생기지 않는다는 말도 근거를 따라가 보면 대개 비어 있습니다.
확실한 것만 말하면 이렇습니다. 기대를 전제로 움직이지 말고, 확실히 기댈 수 있는 것을 따로 마련해 두십시오.
주민등록은 실제 거주에 따르는 별개의 절차입니다. 그 절차만으로 계약의 성격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대신 무엇에 기댈 수 있는가
민법이 사용대차를 위해 따로 마련해 둔 조문들이 있습니다.
보호 장치가 그대로 따라오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 규칙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에는 이 계약만을 위한 조문들이 줄지어 있고, 그것들이 기본값 노릇을 합니다.
아래 표는 그 기본값을 무엇에 관한 것인지로 갈라 놓은 것입니다. 왼쪽이 흔히 궁금해하는 물음이고 오른쪽이 민법이 준비해 둔 대답입니다.
| 궁금해하는 것 | 민법이 준비해 둔 대답 | 성격 |
|---|---|---|
| 언제까지 쓸 수 있나 | 약정한 때까지, 없으면 다 쓴 때까지 | 기본값 있음 |
| 빌려준 쪽이 마음을 바꾸면 | 족한 기간이 지났으면 언제든 해지 가능 | 빌린 쪽에 불리 |
| 다른 사람에게 쓰게 해도 되나 | 빌려준 쪽의 승낙이 있어야 함 | 기본값 있음 |
| 고친 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나 | 돌려받을 길이 열려 있으나 기간 제한 | 기간이 짧음 |
| 소유자가 바뀌면 | 민법에 따로 정해 둔 규정이 보이지 않음 | 계약서로 대비 |
| 빌린 사람이 사망하면 | 빌려준 쪽이 해지할 수 있음 | 계약이 흔들림 |
표를 보면 기본값이 있는 줄과 없는 줄이 섞여 있습니다. 있는 줄은 그대로 두어도 되고, 없는 줄이나 불리한 줄은 계약서에서 다르게 정해 두어야 합니다.
다섯째 줄이 애초의 물음과 맞닿아 있습니다. 소유자가 바뀌는 상황을 위해 준비된 규정이 보이지 않으니, 그 상황을 문서로 미리 정해 두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예컨대 소유자가 바뀌면 언제까지 알려 주고 얼마의 기간을 두고 정리하는지를 미리 적어 두는 식입니다.
그렇게 적어 둔 약속은 두 사람 사이에서는 살아 있습니다. 다만 그 약속을 알지 못하는 제삼자에게까지 같은 힘이 미친다고 볼 근거는 없으므로, 문서만으로 모든 상황을 덮을 수 있다고 여겨서도 안 됩니다.
진짜 위험은 나간 다음에 있습니다
정산할 것이 남았는데 시간이 6개월밖에 없습니다.
대항력을 걱정하던 사람들이 정작 놓치는 대목이 여기 있습니다. 들어가 사는 동안의 위험보다 나온 다음의 위험이 실제로는 더 자주 문제가 됩니다. 보일러를 갈았거나 새시를 고쳤거나, 반대로 벽을 상하게 해 놓고 나온 경우입니다.
이런 정산에는 마감이 붙어 있습니다. 민법이 기간을 따로 정해 두었고, 그 기간이 상당히 짧습니다.
계약 또는 목적물의 성질에 위반한 사용, 수익으로 인하여 생긴 손해배상의 청구와 차주가 지출한 비용의 상환청구는 대주가 물건의 반환을 받은 날로부터 6월내에 하여야 한다.
민법 제617조
- 6개월청구 마감
- 반환받은 날기산점
- 손해배상·비용상환대상
읽어야 할 것이 세 가지입니다. 첫째, 마감이 걸리는 청구가 두 종류라는 것입니다. 빌려준 쪽이 하는 손해배상 청구와 빌려 쓴 쪽이 하는 비용 상환 청구가 함께 묶여 있습니다.
둘째, 기산점이 나간 날이 아니라 물건을 돌려받은 날이라는 것입니다. 짐을 다 뺐어도 열쇠를 넘기지 않았거나 정리가 끝나지 않았다면 언제가 그날인지를 두고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그래서 반환한 날을 문서로 확인해 두는 일이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셋째, 6개월이라는 기간이 감각보다 짧다는 것입니다. 이사하고 정리하고 새 생활에 적응하다 보면 반년은 금방 지나갑니다. 서로 좋게 헤어진 사이일수록 말을 꺼내기 어려워 미루게 되고, 미루다 보면 기간이 지납니다.
그래서 계약서에 무엇을 적어 둘 것인가
기대할 수 없는 자리를 문장으로 채우는 작업입니다.
여기까지 오면 할 일이 정해집니다. 법이 대신 채워 주지 않는 칸을 스스로 채우는 것입니다. 어렵지 않고, 항목도 많지 않습니다.
다만 순서가 있습니다. 먼저 언제까지 쓰는지를 정하고, 그다음 나갈 때의 절차를 정하고, 마지막으로 정산의 기준을 정합니다. 앞의 것이 정해져야 뒤의 것이 말이 됩니다.
기댈 데를 만드는 다섯 문장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대가 없이 쓰는 관계에 대항력이 붙는지를 두고 확신을 파는 글은 믿지 마십시오. 대신 확실히 손에 쥘 수 있는 것을 챙기십시오.
챙길 것은 두 가지입니다. 민법이 사용대차를 위해 정해 둔 기본값을 알고 있는 것, 그리고 그 기본값이 불리하거나 비어 있는 자리를 계약서 문장으로 메워 두는 것입니다.
특히 마지막 6개월은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손해를 막습니다. 나가는 날 정산할 것이 남았다면 그 자리에서 말하거나 적어도 날짜를 적어 두십시오.
자주 묻는 질문
무상으로 살아도 새 집주인에게 계속 살겠다고 할 수 있나요?
그렇게 기대하고 계획을 세우지 마십시오. 그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지 계약서에 미리 적어 두는 편이 실질적입니다.
사용대차도 확정일자를 받아 둘 수 있나요?
확정일자는 돌려받을 돈이 있을 때 순위를 만드는 절차입니다. 대가 없이 쓰는 관계에는 그 전제가 없습니다.
들어가서 고친 비용은 언제까지 청구해야 하나요?
민법은 물건을 돌려받은 날로부터 6개월 내에 하도록 정해 두었습니다. 나가는 날 바로 정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6개월을 세는 시작이 언제인가요?
이사한 날이 아니라 빌려준 쪽이 물건을 돌려받은 날입니다. 그래서 반환한 날을 문서로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서에 적어 두면 새 주인에게도 통하나요?
두 사람 사이에서는 살아 있는 약속이지만, 그 약속을 모르는 제삼자에게까지 같은 힘이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