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계약서를 쓰는 사람을 위한 순서
계약서 마스터·9분·
차례를 밟아야 계약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서를 어떤 순서로 만들라고 정해 둔 규정은 없고, 아래 다섯 단계는 겪어 본 사람들이 굳혀 온 관행입니다. 계약을 세우는 자리는 두 번째 하나이고, 나머지 넷은 그 뒤를 위해 자국을 남기는 일입니다.
다섯 단계 가운데 계약을 세우는 자리는 조건이 맞는 두 번째 하나입니다 · 나머지 네 단계에는 어겼을 때의 제재가 붙어 있지 않습니다
차례를 지켜야 효력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 쓰는 분이 가장 먼저 묻는 것이 절차인데, 그 절차를 정해 둔 규정 자체가 없습니다.
계약서를 직접 만들어야 하는 자리에 처음 서면 손이 멈춥니다.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도 막막하지만, 그보다 어느 대목을 건너뛰면 나중에 문제가 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더 부담스럽습니다. 검색을 해 보면 차례를 정리해 둔 글이 여럿 나오는데 어느 글도 근거를 밝혀 두지 않아 오히려 조심스러워집니다.
먼저 마음을 놓아도 되는 대목부터 짚겠습니다. 계약서를 어떤 순서로 만들어야 하는지 정해 둔 규정은 없습니다. 어느 대목을 빠뜨렸다는 이유로 제재가 따라붙거나 만들어 둔 문서가 힘을 잃는 구조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 차례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같은 자리에서 넘어져 본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하지 않고 진행했다가 청구서를 어디로 보내야 할지 몰라 헤맨 일, 조건을 다 맞추기 전에 문서부터 만들었다가 두 번 세 번 고쳐 쓴 일이 쌓여 지금의 순서가 되었습니다. 법이 명령한 절차가 아니라 겪어서 알게 된 경로입니다.
다만 다섯 단계를 한 줄로 늘어놓으면 정작 중요한 것 하나가 가려집니다. 다섯 가운데 계약을 있게 만드는 자리는 하나뿐이고 나머지 넷은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넷은 이미 생겨 있는 것을 뒤에 보여 줄 수 있게 매만지는 일입니다.
이 구분이 이 글의 축입니다. 앞은 계약이 생기는 자리이고 뒤는 그 자리를 남기는 일이라고 나눠 두면, 처음 쓰는 분을 가장 많이 헷갈리게 하는 물음들이 한꺼번에 풀립니다. 아직 문서를 만들지 않았으니 없던 일이 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이 대표적입니다.
실무가 굳혀 온 다섯 단계
법이 정해 둔 절차가 아니라 같은 자리에서 넘어진 경험이 쌓여 생긴 차례입니다.
아래 표는 그 다섯을 늘어놓은 것입니다. 왼쪽만 보면 여느 절차 안내와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오른쪽 칸을 함께 읽으면 각 단계가 무엇을 위해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오른쪽 칸을 넣어 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단계마다 남기는 것이 다르므로, 시간이 빠듯할 때 어느 대목을 서둘러도 되고 어느 대목을 서두르면 안 되는지가 그 칸에서 갈리기 때문입니다.
색이 다른 줄이 하나 있습니다. 그 줄만 계약을 있게 만들고, 나머지 네 줄은 이미 있는 것에 자국을 남깁니다.
| 단계 | 여기서 하는 일 | 이 단계가 남기는 것 |
|---|---|---|
| ① 상대가 누구인지 본다 | 회사라면 등기된 상호와 본점, 대표자를 맞춰 보고 서명할 사람에게 권한이 있는지 묻는다 | 청구서를 보낼 곳과 책임을 지는 쪽 |
| ② 조건을 맞춘다 | 무엇을 얼마에 언제까지 하기로 할지 양쪽의 답을 하나로 만든다 | 계약 그 자체 — 여기서 이미 섭니다 |
| ③ 초안을 만들고 함께 읽는다 | 맞춘 답을 문장으로 옮기고 상대에게 보내 다르게 읽히는 자리를 찾는다 | 몇 달 뒤에 기억을 대신할 문장 |
| ④ 각자 표시를 남긴다 | 서명이든 날인이든 한 가지 방식으로 통일해 남기고 필요한 만큼 나눠 갖는다 | 그런 적 없다는 말을 막아 주는 자국 |
| ⑤ 어디에 둘지 정한다 | 누가 어느 자리에 보관하고 필요할 때 누가 꺼낼 수 있는지 미리 정해 둔다 | 찾아야 할 날에 찾을 수 있는 상태 |
처음 만드는 분들이 가장 자주 건너뛰는 것은 ①과 ⑤입니다. 둘 다 문서를 만드는 일이 아니어서 준비 목록에 잘 오르지 않는데, 뒤에 곤란해지는 자리는 대개 이 둘입니다. 상대를 잘못 특정해 두면 문서를 아무리 잘 써도 그 문서가 누구를 가리키는지부터 다투게 됩니다.
반대로 ③에는 필요 이상으로 시간을 씁니다. 문장을 다듬는 일은 오래 붙들고 있어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데, ②에서 비워 둔 답이 있으면 아무리 다듬어도 그 자리는 비어 있는 채로 남습니다. 시간을 나눌 때 이 점을 기억해 두십시오.
첫 단계 — 마주 앉은 상대가 누구인지부터
이름과 연락처를 아는 것과 계약의 상대가 누구인지 아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개인끼리의 거래라면 이 단계는 짧게 끝납니다. 그러나 한쪽이라도 회사가 끼면 물음이 하나 생깁니다. 이 거래의 상대가 눈앞의 그 사람인지, 아니면 그 사람이 속한 회사인지입니다. 둘은 뒤에 청구할 곳과 책임을 지는 쪽이 갈리므로 처음에 정해 두어야 합니다.
회사가 상대라면 등기된 상호를 확인해 두는 것이 실무의 관행입니다. 간판이나 명함에 적힌 이름과 등기된 상호가 다른 경우가 생각보다 흔하고, 비슷한 이름의 다른 법인이 함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등기 사항에서 상호와 본점, 대표자를 맞춰 보고 그대로 옮겨 적으면 이 자리가 정리됩니다.
그다음이 서명하는 사람입니다. 앞에 앉은 분이 그 회사를 대신할 자리에 있는지, 아니면 누군가로부터 어디까지를 맡아 온 것인지를 묻는 것이 첫 단계의 마지막 일입니다. 대신 나온 자리라면 무엇을 맡았는지 적힌 것을 함께 받아 두는 편이 뒤가 깔끔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권한이 없는 사람이 서명한 문서가 그 뒤에 어떻게 다뤄지는지는 사정에 따라 갈리는 문제라 이 글에서 한마디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확인하는 데 드는 시간이 몇 분이고 확인하지 않았을 때 드는 시간은 몇 달이 되기도 하므로, 짧은 쪽을 먼저 하시라는 것까지가 여기서 드릴 수 있는 말입니다.
첫 단계에서 눈으로 맞춰 볼 것
둘째 줄이 특히 자주 걸립니다. 오래 거래해 온 사이일수록 상호를 부르던 대로 적게 되는데, 그렇게 적힌 이름이 등기된 상호와 다르면 뒤에 그 문서가 어느 회사의 것인지를 따로 밝혀야 합니다.
다섯째 줄은 상대에게 요구하기 어색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회사 쪽에서도 담당자가 어디까지 정할 수 있는지를 문서로 정리해 두는 편이 편하기 때문에, 물어보면 대개 그 자리에서 답이 나옵니다.
계약은 두 번째 단계에서 이미 서 있습니다
양쪽의 답이 하나로 맞은 그 자리가 계약이 생기는 자리이고, 문서는 그 뒤에 옵니다.
다섯 가운데 성격이 다른 하나가 이 단계입니다. 무엇을 얼마에 언제까지 하기로 할지에 대해 양쪽의 답이 하나가 되면 그 시점에 계약이 있습니다. 그다음에 무엇을 하든 이미 생긴 것을 없던 것으로 되돌리지는 못합니다.
처음 만드는 분들이 가장 자주 어긋나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문서에 서명하기 전까지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여기고, 초안이 오가는 동안 조건을 다시 흔들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조건이 이미 맞은 뒤라면 흔드는 쪽이 설명해야 할 것이 생깁니다.
반대 방향에서도 같습니다. 상대가 말을 바꿨을 때 문서가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물러설 일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언제 어떤 조건에서 답이 맞았는지가 남아 있다면 그 자체가 이야기의 출발점이 됩니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은 문서 준비가 아닙니다. 아직 답이 맞지 않은 항목이 몇 개 남았는지를 세어 두는 것입니다. 남은 항목이 있는 채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초안을 몇 번이고 다시 만들게 되고, 그 과정에서 서로가 다르게 기억하는 자리가 늘어납니다.
우리 거래가 어떤 성격인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면 이 단계에서 함께 정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무엇이 오가는 거래인지에 따라 맞춰야 할 항목이 달라지는데, 그 갈래를 나누는 방법은 유형을 고르는 글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서명 여부만으로 갈리지 않습니다. 조건이 언제 맞았는지가 기준이 되므로, 아직 답이 오가는 중이라면 정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면서 진행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받아 두어도 됩니다. 다만 비어 있지 않은 칸을 상대가 이미 정해진 값으로 읽는 일이 자주 생기므로, 아직 정하지 않은 자리는 그렇다고 함께 적어 보내십시오.
셋째와 넷째 단계는 증명을 정리하는 일입니다
여기서부터 하는 일은 계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계약에 자국을 남기는 것입니다.
초안을 만드는 일은 맞춘 답을 문장으로 옮기는 작업입니다. 옮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다르다는 점이 이 작업의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내 머릿속에서는 하나로 이어지는 문장이 상대에게는 다르게 읽힐 수 있고, 그렇게 갈린 자리가 뒤에 다투게 되는 자리가 됩니다.
그래서 초안은 혼자 완성해 내미는 것보다 오가게 하는 편이 낫습니다. 상대가 고쳐 달라고 한 자리와 그 이유가 기록으로 남으면, 몇 달 뒤에 왜 이 문장이 이렇게 되어 있는지를 되짚을 수 있습니다. 오간 흔적 자체가 뒤에 쓰이는 재료가 됩니다.
표시를 남기는 단계에서 자주 나오는 물음이 도장입니다. 서명이든 날인이든 그것이 계약을 세우는 것은 아니고, 자필 서명만 있어도 효력이 인정된다는 것이 실무의 설명입니다. 여러 장짜리 문서에 장을 걸쳐 도장을 찍어 두는 관행이 있지만 그것을 필수 절차로 명시한 법률은 확인되지 않으므로, 하지 않았다고 해서 문서가 흔들리지는 않습니다.
몇 부를 만들지도 자주 묻습니다. 서로 필요한 만큼 만들어 나눠 갖는 것이 오래된 관행일 뿐이고 숫자를 정해 둔 규정은 이번에도 찾지 못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부수가 아니라 나눠 가진 것들이 서로 같은 내용인가입니다.
- 맞춘 답을 항목별로 옮긴다누가·무엇을·얼마에·언제까지를 한 항목씩 자리를 잡아 옮깁니다. 문장을 다듬는 일은 뒤로 미루고 지금은 빠진 항목이 없는지만 봅니다.
- 상대에게 보내 읽게 한다한 문장을 두 사람이 읽으면 갈리는 자리가 생깁니다. 그 자리를 찾아 두는 것이 이 단계의 목적입니다.
- 고친 자리만 모아 다시 맞춘다고쳐진 줄만 따로 뽑아 상대와 확인합니다. 처음부터 다시 읽는 것보다 빠르고 놓치는 것이 적습니다.
- 나눠 가질 것들을 같은 내용으로 확정한다한쪽이 나중 판을 갖고 다른 쪽이 앞 판을 가진 상태가 가장 곤란합니다. 확정한 뒤에는 그 파일을 더 손대지 않습니다.
- 표시 방식을 한 가지로 통일해 남긴다한 부에는 도장, 다른 부에는 서명처럼 갈라지면 뒤에 설명할 일이 생깁니다.
둘째 단계가 실제로 가장 값이 큽니다. 상대가 아무 말 없이 넘어간 문서와 몇 군데를 고쳐 보낸 문서는 뒤에 놓이는 무게가 다릅니다. 읽었다는 사실이 남기 때문입니다.
넷째 단계는 종이로 하든 파일로 하든 똑같이 걸립니다. 확정 전에 넘긴 판이 상대 쪽에 남아 있으면 나중에 어느 것이 그날의 문서인지를 두고 이야기가 길어집니다.
마지막 단계와, 처음 쓰는 분이 멈칫하는 자리
어디에 둘지 정해 두지 않으면 정작 필요한 날에 찾지 못합니다.
다섯째 단계는 만들고 나서 손을 떼기 전에 하는 일입니다. 문서를 꺼내 보게 되는 순간은 대개 한참 뒤이고 그때의 담당자는 만든 사람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누가 어느 자리에 두고 필요할 때 누가 꺼낼 수 있는지를 정해 두는 것까지가 이 단계입니다.
종이와 파일이 함께 있다면 어느 쪽이 기준인지를 함께 적어 두십시오. 둘 다 있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나중에 내용이 조금 다르게 보이는 순간 어느 것을 볼지부터 정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얼마나 오래 두어야 하느냐는 물음도 많이 받습니다. 계약서 일반을 두고 보관 기간을 정한 규정은 이번에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몇 년이라고 못 박아 드리지 않습니다. 다만 거래가 끝난 뒤에도 정산이나 뒤처리 이야기가 남는 일이 흔하니, 그 이야기까지 정리되었다고 느껴지기 전에 치우지는 마십시오.
마지막으로 처음 만드는 분들이 자주 멈칫하는 자리를 모아 둡니다. 도장이 없어 못 만들겠다는 자리, 몇 부를 만들어야 할지 몰라 멈추는 자리, 그리고 정해진 서식을 찾지 못해 시작을 미루는 자리입니다. 앞의 둘은 앞 절에서 답했고, 마지막 것은 서식 자체가 고르는 대상이라는 이야기라서 양식을 다룬 글로 이어집니다.
멈칫하는 자리들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전부 넷째와 다섯째 단계의 일인데 둘째 단계의 일보다 앞에 놓고 걱정한다는 점입니다. 순서를 되돌려 조건부터 맞추면 나머지는 훨씬 가벼워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계약서를 쓰는 순서를 어기면 계약이 무효가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작성 차례를 정해 둔 규정이 없으므로 어느 대목을 건너뛰었다는 이유로 제재가 따르거나 문서가 힘을 잃지 않습니다. 다섯 단계는 겪어 본 사람들이 굳혀 온 관행입니다.
계약서를 만들기 전에 구두로 합의했는데 그 합의는 어떻게 되나요?
조건에 대한 양쪽의 답이 하나로 맞았다면 그 시점에 계약이 있습니다. 문서를 만드는 일은 그 뒤에 오는 단계이고, 이미 생긴 것을 없던 것으로 되돌리지는 못합니다.
상대가 회사인데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요?
등기된 상호와 본점, 대표자를 맞춰 보고 그대로 옮겨 적으십시오. 명함의 이름과 등기된 상호가 다른 경우가 흔합니다. 그리고 서명할 분이 그 회사를 대신하는 자리에 있는지, 대신 나온 것이라면 어디까지 맡았는지를 물어 두십시오.
도장이 없으면 계약서를 만들 수 없나요?
만들 수 있습니다. 서명이든 날인이든 그것이 계약을 세우는 것은 아니고, 자필 서명만 있어도 효력이 인정된다는 것이 실무의 설명입니다. 다만 나눠 갖는 것들에 같은 방식으로 남겨 두는 편이 뒤에 설명할 일을 줄입니다.
몇 부를 만들어 나눠 가져야 하나요?
필요한 만큼 만들어 나눠 갖는 것이 관행이고 숫자를 정해 둔 규정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부수보다 중요한 것은 나눠 가진 것들이 서로 같은 내용인지입니다.
만들어 둔 계약서를 얼마나 오래 보관해야 하나요?
계약서 일반을 두고 보관 기간을 정한 규정은 이번에 확인하지 못해 몇 년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거래가 끝난 뒤에도 정산이나 뒤처리 이야기가 남는 일이 흔하므로, 그 이야기가 정리되기 전에 치우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