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과 법률이 충돌할 때

정관 마스터·8분·

어긋난 조항은 정관 쪽이 지워지지만, 지워지는 것은 그 조항 하나뿐입니다. 반대로 법이 정관에 적으라고 열어 둔 자리에 아무것도 적지 않으면 그 항목은 효력을 얻지 못한 채로 남습니다.

상법 제290조는 네 가지 사항을 정관에 기재함으로써 그 효력이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 적지 않으면 따로 합의해도 효력이 서지 않습니다

회사가 스스로 정할 수 있는 폭은 법이 그어 줍니다

정관은 법 위에 서지 않고, 법이 열어 준 자리 안에서 움직입니다.

정관을 만들 때 가장 흔한 오해는 우리 회사 규칙이니 우리가 정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입니다. 실제로는 그 규칙을 만들 권한 자체가 법에서 나옵니다. 회사라는 형태가 법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그 형태를 쓰겠다고 한 이상 형태를 정한 규칙 안에서 움직이게 됩니다.

법이 그어 주는 선은 한 종류가 아닙니다. 어떤 조문은 이렇게 하라고 못박아 두고 회사가 달리 정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어떤 조문은 원칙만 정해 두고 정관으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문장을 뒤에 붙여 둡니다. 또 어떤 조문은 정관에 적어야만 그 내용이 효력을 갖는다고 정합니다.

세 종류를 구분하지 않고 정관을 쓰면 두 방향으로 어긋납니다. 못박아 둔 자리에 다른 문장을 넣어 그 조항이 통째로 죽거나, 적어야만 효력이 생기는 자리를 비워 두고 따로 합의만 해 두어 그 합의가 힘을 잃거나입니다.

그래서 정관 조항을 쓸 때는 늘 같은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합니다. 이 자리는 법이 닫아 둔 자리인가, 열어 둔 자리인가, 아니면 적으라고 요구한 자리인가.

법이 그은 선정관에 다르게 쓰면정관에 안 쓰면
닫아 둔 자리!그 조항이 무효+법대로 굴러갑니다
열어 둔 자리+쓴 대로 굴러갑니다법이 정한 기본값
적으라고 요구한 자리+쓴 대로 효력!그 내용이 효력 없음

표의 오른쪽 아래 칸이 이 글에서 가장 자주 사고가 나는 자리입니다. 아무것도 안 썼으니 아무 일도 없을 것 같은데, 그 자리는 안 쓰면 안 쓴 대로 손해가 확정되는 자리입니다.

적어야만 효력이 생기는 자리

회사의 밑천을 흔들 수 있는 약속들이 여기에 모여 있습니다.

법이 정관에 적으라고 따로 요구한 항목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회사를 세우는 단계의 네 가지입니다. 조문은 이 네 가지를 나란히 놓고 정관에 기재함으로써 그 효력이 있다고 못박았습니다.

다음의 사항은 정관에 기재함으로써 그 효력이 있다. 1. 발기인이 받을 특별이익과 이를 받을 자의 성명 2. 현물출자를 하는 자의 성명과 그 목적인 재산의 종류, 수량, 가격과 이에 대하여 부여할 주식의 종류와 수 3. 회사성립후에 양수할 것을 약정한 재산의 종류, 수량, 가격과 그 양도인의 성명 4. 회사가 부담할 설립비용과 발기인이 받을 보수액

상법 제290조(변태설립사항)

네 가지의 공통점은 회사에 들어와야 할 돈이 실제보다 적게 들어오게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돈 대신 물건을 받기로 하면 그 물건의 값을 부풀릴 수 있고, 세우는 사람에게 이익을 따로 주기로 하면 그만큼이 빠져나갑니다. 세우는 비용을 회사가 떠안기로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밖에서 이 회사에 얼마가 들어갔는지를 판단하려는 사람에게는 이런 약속이 보이지 않으면 판단이 어긋납니다. 그래서 법은 이런 약속을 하려면 정관이라는 공개된 문서에 적어 두라고 요구하고, 적지 않았다면 아무리 당사자끼리 합의했더라도 효력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이 자리가 문제되는 장면은 대개 하나입니다. 사무실 보증금이나 컴퓨터를 현물로 넣기로 구두로 정해 놓고 정관에는 적지 않은 경우입니다. 그 약속은 정관에 들어가지 않은 순간 회사에 대해서는 없던 일이 됩니다.

어긋난 조항은 어떻게 처리되나

정관 전체가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어긋난 그 조항만 지워집니다.

반드시 적어야 할 항목이 빠졌을 때와 여기는 결과가 다릅니다. 반드시 적어야 할 항목이 빠지면 문서 자체가 모양을 갖추지 못한 것이 되지만, 법이 닫아 둔 자리에 다른 문장을 써 넣은 경우에는 그 문장만 힘을 잃고 나머지 조항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그 조항이 지워진 자리에는 법이 정해 둔 내용이 들어옵니다. 조항이 사라져서 공백이 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있어야 했던 규칙으로 되돌아가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회사가 굴러가는 데에 당장 지장이 생기지는 않고, 오히려 문제가 뒤늦게 발견됩니다.

뒤늦게 발견되기 때문에 손해가 큽니다. 그 조항에 기대어 몇 해 동안 해 온 일들이 한꺼번에 근거를 잃습니다. 임원의 임기를 법이 허용하지 않는 길이로 정해 두었다면 그 기간에 이루어진 선임과 재선임의 시점이 전부 어긋나고, 그것을 바로잡으려면 등기까지 손대야 합니다.

그래서 정관을 새로 만들 때보다 남의 정관을 받아다 쓸 때 더 조심해야 합니다. 그 회사에서는 맞았던 조항이 우리 회사의 규모나 형태에서는 닫힌 자리일 수 있습니다.

정관 조항 하나가 무효면 회사도 무효인가요?

아닙니다. 반드시 적어야 할 항목이 빠진 경우와 달리, 어긋난 조항 하나가 지워질 뿐 나머지 조항과 회사는 그대로입니다.

지워진 자리는 비어 있게 되나요?

법이 정해 둔 내용이 그 자리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당장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남의 회사 정관을 그대로 써도 되나요?

형태와 규모가 같은지 먼저 보십시오. 그 회사에서는 열려 있던 자리가 우리 회사에서는 닫혀 있을 수 있습니다.

법이 바뀌었는데 정관이 그대로일 때

법 개정이 정관을 자동으로 고쳐 주지는 않습니다.

회사법은 꾸준히 손질됩니다. 예전에는 허용되지 않던 것이 허용되기도 하고, 반대로 요건이 새로 붙기도 합니다. 이때 정관이 저절로 따라 바뀌지는 않습니다. 종이에 적힌 문장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 상황이 갈립니다. 법이 닫혀 있던 자리를 열어 준 경우에는 정관의 옛 문장이 그대로 유효합니다. 회사가 그 옛 방식을 계속 쓰겠다고 정해 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새로 허용된 방식을 쓰고 싶다면 정관을 고쳐야 합니다.

반대로 법이 열려 있던 자리를 닫아 버린 경우에는 정관의 옛 문장이 힘을 잃습니다. 이때가 곤란한데, 문서에는 여전히 그 문장이 적혀 있어서 읽는 사람이 유효하다고 믿기 쉽습니다. 정관을 고치지 않아도 회사가 굴러가기는 하지만, 그 조항을 근거로 무언가를 하려 할 때마다 막힙니다.

그래서 정관은 만들어 둔 뒤 잊는 문서가 아니라 몇 해에 한 번은 꺼내 읽어야 하는 문서입니다. 특히 회사의 규모가 달라졌을 때 — 자본금이 늘거나 주주가 늘었을 때 — 예전에 열려 있던 자리가 닫혔을 가능성이 큽니다.

몇 해 만에 정관을 꺼냈다면 볼 곳

다섯 줄 가운데 걸리는 것이 있으면 그 항목은 정관 변경 대상입니다. 다만 변경한다고 전부 등기까지 가는 것은 아니므로, 등기가 필요한 항목인지는 따로 갈라 보십시오.

여기서 자주 헷갈리는 지점

정관에 적어 두면 다 지켜야 한다는 말과, 적어 두면 다 유효하다는 말은 다릅니다.

첫째 오해는 정관에 적으면 무엇이든 효력이 생긴다고 보는 것입니다. 앞에서 본 대로 법이 닫아 둔 자리에는 무엇을 적어도 그 문장이 서지 않습니다. 적었다는 사실이 효력을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둘째 오해는 반대 방향입니다. 정관에 적지 않았으니 자유롭다고 보는 것입니다. 적어야만 효력이 생기는 자리를 비워 두면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그 약속이 사라집니다. 자유는 열린 자리에서만 생깁니다.

셋째는 사규나 내규에 적어 두면 정관에 적은 것과 같다고 보는 것입니다. 회사가 만든 문서라는 점은 같지만 만드는 절차와 효력의 범위가 다릅니다. 정관에 적어야만 효력이 생기는 항목을 내규로 옮겨 적어 두면 그 항목은 여전히 비어 있는 상태입니다.

세 오해가 겹치면 정관은 형식만 남고 실제 규칙은 다른 문서에 흩어집니다. 그 상태에서 분쟁이 생기면 어느 문서를 봐야 하는지부터 다투게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정관과 법이 다르면 어느 쪽을 따르나요?

법이 닫아 둔 자리라면 법을 따릅니다. 어긋난 정관 조항은 효력을 잃고 그 자리에 법이 정한 내용이 들어옵니다.

어긋난 조항 때문에 회사 전체가 문제되나요?

그 조항만 지워집니다. 반드시 적어야 할 항목이 빠진 경우와 달리 정관 전체나 회사의 설립이 흔들리지는 않습니다.

현물출자를 정관에 안 적고 따로 계약해도 되나요?

상법 제290조가 그 사항은 정관에 기재함으로써 효력이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따로 합의만 해 두면 회사에 대해서는 효력이 서지 않습니다.

법이 바뀌면 정관도 자동으로 바뀌나요?

아닙니다. 종이에 적힌 문장은 그대로 남습니다. 새로 허용된 방식을 쓰려면 정관을 고쳐야 합니다.

내규에 적어 두면 정관에 적은 것과 같나요?

다릅니다. 만드는 절차와 효력이 달라서, 정관에 적어야만 효력이 생기는 항목은 내규로 옮겨 적어도 비어 있는 상태 그대로입니다.

정관
마스터
정관 마스터비즈폼 정관 서식 담당 · 최종 수정 2028년 12월 04일

정관 관련 서식

이 글에서 다룬 기준을 반영한 양식입니다. 내려받아 바로 쓸 수 있습니다.

양식 받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