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의서 품의 사유를 설득력 있게 쓰는 법
품의서 마스터·8분·
사유란은 하고 싶은 이유를 적는 칸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 결정을 내리는 데 쓸 재료를 놓는 칸입니다. 그래서 좋은 사유는 감정이 아니라 판정이 되는 문장으로 이루어집니다.
확인된 실무 기준은 셋입니다 — 사실에 근거할 것 ·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명확할 것 · 제안이 실현 가능할 것
업무 효율 향상을 위해 필요합니다
지금 방식으로는 마감이 이틀 밀리고 있고, 바꾸면 그 이틀이 사라집니다
타사 대비 합리적인 조건입니다
같은 조건으로 세 곳을 받아 보았고 그 가운데 가장 낮았습니다
조속한 승인 부탁드립니다
이번 주 안에 확정되면 다음 달 일정에 맞고, 넘어가면 한 달 뒤로 밀립니다
사유란이 하는 일은 설명이 아닙니다
이 칸은 왜 하고 싶은지를 밝히는 자리가 아니라 결정을 만드는 자리입니다.
사유라는 낱말 때문에 이 칸을 이유 설명란으로 여기기 쉽습니다. 그래서 배경부터 씁니다. 우리 팀이 어떤 상황이고, 그동안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순서로 흘러갑니다. 다 읽고 나면 사정은 알겠는데 무엇을 해 달라는 것인지가 흐릿합니다.
이 문서를 받는 사람의 자리에서 보면 다릅니다. 그 사람은 읽고 나서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합니다. 그렇게 하라고 하거나,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거나입니다. 고르려면 고를 재료가 있어야 합니다. 사정은 재료가 아닙니다. 사정을 아는 것과 결정을 내리는 것은 다른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유란의 성격을 다시 잡아야 합니다. 여기는 글쓴이의 마음을 옮기는 칸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 몇 분 안에 판단할 수 있도록 재료를 늘어놓는 칸입니다. 재료가 갖추어져 있으면 사정을 길게 쓰지 않아도 결정이 납니다.
이렇게 성격을 바꾸면 문장의 모양부터 달라집니다. 형용사가 줄고 사실이 늡니다. 바람이 줄고 비교가 늡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길이가 짧아집니다.
읽는 사람이 사유에서 찾는 네 가지
왜 지금인가, 다른 길은 없었나, 어디까지 묶이나, 안 하면 어떻게 되나입니다.
결정하는 자리에 앉아 본 사람들은 대체로 비슷한 것을 찾습니다. 문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이 아니라 네 가지를 눈으로 훑고, 그 가운데 하나라도 잡히지 않으면 손이 멈춥니다.
아래 표는 그 넷을 왼쪽에 두고, 각각이 비었을 때 어떤 말이 돌아오는지를 오른쪽에 적은 것입니다. 지난번 되돌아온 건에 붙어 왔던 말이 오른쪽 어딘가에 있다면 그 줄이 이번에 채워야 할 자리입니다.
| 찾는 것 | 비어 있으면 돌아오는 말 |
|---|---|
| 왜 지금 해야 하는가 | 급한 건 아니지 않나, 다음 분기에 보면 안 되나 |
| 다른 방법은 살펴봤는가 | 이것만 보고 정한 건가 |
| 승인하면 어디까지 묶이는가 | 이번 한 번인가 계속 나가는 건가 |
| 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기는가 | 안 하면 그만인 것 아닌가 |
| 네 줄이 모두 채워진 경우 | 되묻는 말 없이 그 자리에서 갈립니다 |
네 줄 가운데 마지막이 가장 자주 비어 있습니다. 하고 싶은 쪽에서 쓰다 보면 하는 경우만 그리게 되고, 하지 않는 경우는 그리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결정하는 사람은 하지 않는 쪽도 함께 저울에 올려야 합니다.
네 줄을 다 채우면 사유란이 길어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반대입니다. 줄마다 한두 문장이면 충분하고, 채우고 나면 배경 설명이 필요 없어져 전체가 짧아집니다.
한 문장씩 판정이 되게 고치는 순서
형용사를 지우고 그 자리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을 넣습니다.
초안을 다 쓴 다음 한 문장씩 손보는 방식이 가장 빠릅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문장을 쓰려고 하면 진도가 나가지 않고, 다 쓴 뒤에 고치면 어느 문장이 약한지가 눈에 보입니다.
- 형용사에 밑줄을 긋는다효율적인, 합리적인, 시급한 같은 말을 먼저 찾습니다. 이런 말은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읽혀 판정이 되지 않습니다.
- 그 자리에 확인되는 것을 넣는다밑줄 친 자리를 지우고 무엇이 얼마나 어떻게 달라지는지로 바꿉니다. 확인할 수 없다면 그 문장은 통째로 빼는 편이 낫습니다.
- 비교 대상을 옆에 놓는다좋다는 말 대신 무엇과 견주어 어떤지를 적습니다. 견줄 것이 없으면 지금 방식을 견줌의 상대로 삼습니다.
- 범위를 한 줄로 못 박는다이번 건에만 해당하는지, 같은 성격의 다음 건까지 여는 것인지를 문장으로 적습니다.
- 맨 앞으로 결론을 올린다무엇을 승인해 달라는 것인지를 첫 줄에 놓고 나머지를 그 아래에 붙입니다.
두 번째 단계에서 막히는 문장이 생깁니다. 확인되는 것으로 바꾸려니 아무것도 없는 문장입니다. 그런 문장은 아쉽더라도 지우십시오. 남겨 두면 읽는 사람이 그 문장에서 멈추고, 멈춘 자리에서 되묻는 말이 나옵니다.
다섯 번째는 마지막에 하십시오. 결론을 먼저 올려놓고 아래를 쓰면 아래가 결론을 반복하게 됩니다. 아래를 다 정리한 다음 그 요지를 위로 끌어올리는 순서가 겹침이 적습니다.
숫자를 쓸 때 조심할 것
출처가 붙지 않은 숫자는 문장을 강하게 만드는 대신 약점을 만듭니다.
판정이 되는 문장을 만들려다 보면 숫자를 넣게 됩니다. 숫자는 확실히 힘이 있습니다. 다만 그 힘은 어디서 나온 숫자인지가 함께 적혀 있을 때만 생깁니다. 출처가 없는 숫자는 오히려 그 자리를 물어보게 만드는 표적이 됩니다.
특히 위험한 것은 어림으로 잡은 값을 정확한 값처럼 적는 경우입니다. 대략 이 정도라고 짐작한 것을 소수점까지 적어 놓으면, 읽는 사람은 어딘가에서 뽑아 온 값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근거를 대라는 말이 나왔을 때 댈 것이 없으면 그 건뿐 아니라 다음 건까지 신뢰를 잃습니다.
어림으로 잡았다면 어림이라고 적는 편이 낫습니다. 지난 세 달 동안의 사용량을 보고 잡은 값이라고 한 줄을 붙이면 숫자의 성격이 분명해지고, 읽는 사람도 그만큼의 무게로 읽습니다. 정확하지 않다는 사실이 약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척한 것이 약점이 됩니다.
아래 다섯 줄을 숫자마다 한 번씩 대 보십시오.
적어 넣은 숫자마다 확인하기
다섯 번째 줄이 걸러 주는 것이 의외로 많습니다. 문장을 그럴듯하게 보이려고 넣어 둔 숫자는 빼도 뜻이 그대로 남습니다. 그런 숫자를 덜어 내면 남은 숫자에 시선이 모입니다.
숫자를 뒷받침할 자료가 있다면 문서 뒤에 붙이십시오. 사유란 안에서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 한 줄로 가리키고 자료를 따로 두는 편이 읽기에 편합니다.
사안이 다르면 무게중심이 옮겨 갑니다
무엇을 사는 건인지 무엇을 바꾸는 건인지에 따라 먼저 나와야 할 줄이 다릅니다.
네 가지를 다 채우되 어느 것을 앞에 놓을지는 사안마다 다릅니다. 물건을 들여오는 건이라면 다른 방법을 살펴봤는지가 먼저 걸립니다. 고를 수 있는 것이 여럿이었을 텐데 왜 이것인지를 읽는 사람이 가장 먼저 묻기 때문입니다.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건이라면 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가 앞에 와야 합니다. 지금도 어떻게든 돌아가고 있는 상태에서 바꾸자는 것이니, 그대로 두었을 때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으면 굳이 바꿀 이유가 서지 않습니다.
사람이 걸린 건은 범위가 먼저입니다. 이번 한 사람에게만 해당하는지 같은 조건의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되는지가 정해지지 않으면 결정이 미뤄집니다. 뒤에 올 건들까지 함께 열리는 문제라 조심스러워지기 때문입니다.
무게중심을 잡을 때 도움이 되는 물음이 하나 있습니다. 이 건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느 줄을 물고 늘어질까입니다. 그 줄을 맨 앞에 놓으면 됩니다.
길이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배경 설명이 길어지면 판단 재료가 뒤로 밀립니다. 재료를 앞에 놓고 배경은 필요한 만큼만 뒤에 붙이십시오.
써야 합니다.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도 재료의 하나이지 재료 전체는 아닙니다. 나중에 문서만 남았을 때 왜 그렇게 정했는지가 읽히지 않으면 곤란해집니다.
쓰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만으로는 결정이 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재료를 갖춘 뒤에 한 줄 덧붙이는 것과, 재료 없이 그 한 줄만 있는 것은 다릅니다.
자주 묻는 질문
품의 사유는 몇 줄이 적당한가요?
줄 수로 정해진 기준은 없습니다. 왜 지금인가, 다른 길은 없었나, 어디까지 묶이나, 안 하면 어떻게 되나 넷이 각각 한두 문장씩 들어가면 대체로 충분합니다.
배경 설명을 아예 빼도 되나요?
빼도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읽는 사람이 이미 아는 사정이라면 그 부분은 한 줄로 줄이고 판단 재료에 자리를 내주는 편이 낫습니다.
숫자가 하나도 없으면 약해 보이지 않나요?
출처가 없는 숫자를 넣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숫자 대신 비교를 넣으십시오. 무엇과 견주어 어떤지가 적혀 있으면 판정이 됩니다.
사유란과 별도로 붙임 자료를 두는 것이 좋은가요?
좋습니다. 사유란 안에서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 한 줄로 가리키고 자료를 따로 두면 읽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같은 사유를 다음 건에 그대로 써도 되나요?
성격이 같은 건이라면 뼈대는 재사용해도 됩니다. 다만 왜 지금인가에 해당하는 줄은 건마다 다르므로 그 줄만은 새로 쓰십시오.
사유를 잘 썼는데도 되돌아옵니다.
문서가 아니라 올라간 경로에서 막힌 것일 수 있습니다. 되돌아오는 자리를 갈라 보는 방법은 반려를 다룬 글에 정리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