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말서 강요는 어디까지 허용되나
시말서 마스터·9분·
겪은 일을 적어 내라는 데까지는 요구가 닿고, 뉘우쳤다고 적어 내라는 데까지는 닿지 않습니다. 그 선을 넘은 취업규칙 조항은 규정에 적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힘을 갖지 못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의 성립에는 세 가지 요건이 모두 필요하고, 부당해고등에 대한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은 그 일이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합니다.
요구하는 쪽에서 흔히 나오는 말
- 규정에 적어 두었으니 그대로 따르게 할 수 있다
- 반성한다는 문장이 없으면 반려하고 다시 받으면 된다
- 납득할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써 오라고 하면 된다
- 견책 조항에 이름이 들어 있으니 절차는 밟은 셈이다
- 직원이 문제 삼아도 다툴 방법이 없으니 상관없다
확인된 범위에서 말할 수 있는 것
- 규정이 법령과 어긋나면 그 조항 자체가 효력을 갖지 못합니다
- 내심의 표시를 요구하는 명령은 정당한 업무명령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 되풀이되는 요구는 일회적인지 계속적인지가 판단 요소로 들어옵니다
- 이름이 들어 있다는 사실과 처분이 내려졌다는 사실은 별개입니다
- 징계로 확정된 처분이라면 구제신청의 대상이 됩니다
물음을 요구하는 쪽에서 다시 세워 봅니다
안 써도 되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쓰게 할 수 있느냐입니다.
이 주제를 다룬 글은 대부분 받는 사람의 자리에서 시작합니다. 안 내면 어떻게 되는지, 버틸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판단이 갈리는 자리는 그 반대편에 있습니다. 요구를 만들어 내는 쪽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입니다.
자리를 바꿔 놓으면 물음이 세 개로 늘어납니다. 첫째, 회사 규정에 적어 두기만 하면 그 요구가 자동으로 힘을 갖는가. 둘째, 그 요구가 조사인가 처분인가. 셋째, 같은 요구를 되풀이해도 되는가.
세 물음은 서로 다른 곳에 답이 있습니다. 첫째는 규정의 효력에, 둘째는 징계 절차에, 셋째는 근무환경에 관한 조문에 걸립니다. 받는 쪽에서 보면 하나의 물음처럼 보이지만 요구하는 쪽에서 보면 셋으로 갈라집니다.
그리고 이 세 갈래는 사유서를 다룬 글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은 자리입니다. 거기서는 응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축이었습니다. 여기서는 요구를 만드는 쪽이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가가 축입니다.
규정에 적어 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취업규칙은 법령과 어긋나서는 안 되고, 어긋난 조항은 그 자리에서 힘을 잃습니다.
회사가 이 서면을 요구하는 근거는 대개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입니다. 근로기준법에서 이 서면의 제출을 정한 조문을 찾지 못했습니다. 법이 시키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스스로 정해 둔 것입니다.
그렇다면 회사가 정하기 나름인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취업규칙이 법령이나 그 사업장에 적용되는 단체협약과 어긋나서는 안 된다는 조문이 근로기준법에 있습니다. 이 조문 때문에 규정에 적혀 있다는 사실이 곧 효력을 뜻하지는 않게 됩니다.
실제로 이 조문을 거쳐 결론이 난 사건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취업규칙이 정한 이 서면이 사죄문이나 반성문을 뜻하는 것이라면 그 규정은 효력이 없고, 그에 근거한 제출명령도 업무상 정당한 명령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의 내용은 사유서를 거부할 수 있는지를 다룬 글에 자세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요구하는 쪽에서 읽어야 할 대목은 명령이 정당하지 않게 된다는 부분입니다. 명령이 정당하지 않으면 그것을 따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붙잡고 뒤에 이어 갈 것이 없어집니다. 규정을 손봐 두지 않으면 요구 자체가 헛도는 셈입니다.
| 요구한 내용 | 규정에 적혀 있으면 | 확인된 범위 |
|---|---|---|
|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적어 내라 | 요구가 성립합니다 | +성실의무에서 나오는 업무명령으로 보는 것이 실무 해설의 정리입니다 |
| 왜 그렇게 되었는지까지 적어 내라 | 요구가 성립합니다 | +앞의 것과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
| 잘못을 뉘우치고 사죄한다고 적어 내라 | 규정이 힘을 잃습니다 | !정당한 업무명령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있습니다 |
|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을 반드시 넣어라 | 같은 자리에 놓입니다 | !내심의 표시를 요구하는 것이어서 앞줄과 성격이 같습니다 |
표의 위 두 줄과 아래 두 줄 사이에 이 주제의 선이 그어져 있습니다. 위쪽은 밖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일을 묻고, 아래쪽은 사람의 마음속 상태를 종이에 표시하라고 합니다.
요구를 설계하는 쪽에서 이 선을 지키는 방법은 뜻밖에 간단합니다. 서식에서 뉘우침을 적는 칸을 없애고, 무엇을 적어 오라는 것인지를 문장으로 적어 전달하면 됩니다. 그러면 요구가 위쪽에 머무릅니다.
견책의 집행방법으로 적혀 있을 때
같은 이름이 규정 안에서 서로 다른 두 자리에 놓입니다.
취업규칙의 징계 조항을 펼치면 징계의 종류를 늘어놓은 자리가 나옵니다. 경고와 견책, 감봉, 출근정지, 징계해고로 나누어 두는 것이 일반적인 구성입니다. 그리고 견책의 내용을 적어 둔 자리에 이 서면의 이름이 들어 있는 예가 실무에 있습니다.
그렇게 적혀 있으면 이 서면은 두 얼굴을 갖게 됩니다. 하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려고 받는 조사 단계의 자료이고, 다른 하나는 견책이라는 처분을 집행하는 방법입니다. 종이의 생김새는 같은데 놓인 자리가 다릅니다.
이 구분이 요구하는 쪽에 실질적인 부담을 만듭니다. 조사 자료로 받는 것이라면 사실을 물어보는 절차로 끝나지만, 견책의 집행으로 받는 것이라면 그 앞에 견책이라는 처분이 절차를 밟아 결정되어 있어야 합니다. 처분 없이 집행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견책이 곧 이 서면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규정은 회사마다 다르게 적혀 있고, 어느 쪽으로 적혀 있느냐에 따라 취급이 갈립니다. 확인된 것은 그렇게 정해 둔 회사가 실무에 있다는 데까지입니다.
- 규정에서 이 서면의 이름이 어느 조항에 있는지 찾는다징계의 종류를 늘어놓은 조항에 있는지, 조사와 소명을 정한 조항에 있는지에 따라 성격이 갈립니다.
- 징계 조항에 있다면 처분이 결정되었는지 확인한다견책이라는 처분이 정해진 절차를 밟아 결정되어 있어야 그 집행으로서 서면을 받는 것이 됩니다.
- 조사 조항에 있다면 무엇을 물을 것인지 문장으로 적는다구두로만 전하면 뒤에 요구의 성격을 두고 다투게 됩니다. 무엇을 적어 오라고 했는지가 남아 있어야 합니다.
- 어느 쪽이든 뉘우침을 요구하는 문구가 섞이지 않았는지 본다서식에 미리 인쇄된 문구까지 포함해 확인합니다. 요구한 적이 없어도 서식이 대신 요구하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넷째 단계를 빠뜨리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담당자는 경위만 물었다고 생각하는데 건네준 서식의 마지막 줄에 반성한다는 문장이 미리 박혀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요구의 성격이 서식에 의해 바뀝니다.
네 단계를 거치고 나면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조사인지 집행인지가 분명해집니다. 그 구분이 서 있지 않으면 뒤에 무엇을 근거로 삼아야 할지도 서지 않습니다.
같은 요구를 되풀이할 때
한 번의 요구와 되풀이되는 요구는 판단의 자리가 다릅니다.
요구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용이 미흡하다며 돌려보내고 다시 받고, 또 돌려보내는 식입니다. 담당자로서는 제대로 된 서면을 받으려는 것이지만 받는 사람에게는 같은 일이 계속 되풀이되는 상태가 됩니다.
근로기준법에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한 조문이 있습니다.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정한 조문입니다.
성립에는 세 가지가 모두 필요합니다. 우위를 이용했을 것,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었을 것, 그리고 신체적이거나 정신적인 고통을 주었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을 것입니다. 하나라도 빠지면 성립하지 않습니다.
고용노동부의 판단 매뉴얼은 행위가 일회적인지 계속적인지를 판단 요소의 하나로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무에는 이런 정리가 있습니다. 어떤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서면을 쓰게 하는 등 뒤이은 강압이 있으면 인정 쪽으로 기울고, 단순한 업무상 권유에 그치면 불인정 쪽으로 기웁니다.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이 조문을 실은 것은 되풀이되는 요구가 곧 여기에 걸린다고 말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이 서면의 요구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데까지입니다.
요구하는 쪽에서 실무적으로 쓸모 있는 것은 세 요건의 둘째 줄입니다.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었는지가 갈림이므로, 왜 다시 받아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상태로 남겨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미흡한 부분을 지목해 적어 주면 그것이 적정범위 안에 있었다는 자료가 됩니다.
다투게 되면 어디로 가는가
문턱이 두 개 있고, 그 문턱을 넘지 못하면 절차가 시작되지 않습니다.
부당한 처분을 다투는 자리는 노동위원회입니다.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나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고, 이를 당한 근로자가 구제를 신청할 수 있게 해 두었습니다.
첫째 문턱은 기간입니다. 그 일이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합니다. 둘째 문턱은 사업장의 규모입니다. 상시 4명 이하를 사용하는 사업장에는 부당해고등을 금지한 조항과 구제신청에 관한 조항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문턱을 넘더라도 다툴 대상이 되는지가 따로 남습니다. 이 서면을 적어 내라는 요구 자체가 그 밖의 징벌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경고나 주의가 여기에 들어가는지도 사안마다 갈린다는 것이 실무의 정리입니다.
그러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렇습니다. 견책처럼 징계로 확정된 처분이라면 구제신청의 대상이 되고, 적어 내라는 요구에 머무는 단계라면 사안마다 갈립니다. 어느 쪽으로도 단정하는 글은 조심해서 읽으십시오.
- 3개월구제신청 기간
- 상시 4명 이하적용이 제외되는 규모
- 세 가지 모두직장 내 괴롭힘 성립 요건
- 찾지 못했습니다제출을 정한 근로기준법 조항
고쳐 둔 내용이 법령과 어긋나면 고친 뒤에도 그 조항은 힘을 갖지 못합니다. 규정에 적어 두는 것과 효력이 생기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받아 둔 사실이 처분의 수위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는 확인된 근거가 없습니다. 어느 쪽으로도 기대할 일이 아닙니다.
요구가 어느 갈래였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겪은 일을 묻는 요구였다면 응하지 않은 것이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는 실무 해석이 있으나 대법원 판결로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세 문답이 모두 확인되지 않았다는 말을 품고 있습니다. 이 주제에서는 그것이 정직한 상태입니다. 사건번호를 붙여 단정한 글이 많지만 그 사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한 채 옮겨 다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요구하는 쪽에서 남는 결론은 한 줄입니다. 겪은 일을 묻는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대부분의 다툼이 생기지 않고, 그 선을 넘는 순간 규정도 명령도 함께 흔들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규정에 적어 두면 무엇이든 요구할 수 있나요?
취업규칙은 법령이나 단체협약과 어긋나서는 안 된다는 조문이 있습니다. 어긋난 조항은 규정에 적혀 있다는 사실만으로 힘을 갖지 못합니다.
뉘우친다는 문장을 반드시 넣으라고 해도 되나요?
사죄문이나 반성문을 뜻하는 제출명령은 업무상 정당한 명령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있습니다. 그 선을 넘는 요구입니다.
견책 조항에 이 서면의 이름이 들어 있습니다
그 경우 서면을 받는 것은 견책이라는 처분을 집행하는 방법이 됩니다. 집행에 앞서 견책이 절차를 밟아 결정되어 있어야 합니다.
미흡하다고 여러 번 다시 받아도 되나요?
되풀이되는 요구는 일회적인지 계속적인지가 판단 요소로 들어옵니다. 왜 다시 받아야 하는지를 지목해 남겨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요구가 직장 내 괴롭힘이 되나요?
이 서면의 요구가 거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세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성립한다는 데까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직원이 노동위원회에 갈 수 있나요?
징계로 확정된 처분이라면 그 일이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상시 4명 이하 사업장에는 이 절차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