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낸 견적서를 취소할 수 있나
견적서 마스터·9분·
물릴 수 있는지는 그 견적서가 청약으로 평가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민법 제527조는 계약의 청약을 철회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어, 보낸 문서가 청약이면 거두어들이기 어렵고 협의를 위한 자료에 머물렀다면 그런 제한이 걸리지 않습니다.
철회 제한은 민법 제527조 · 효력이 스스로 꺼지는 시점은 제528조와 제529조가 나누어 정합니다
- 민법 제527조철회를 막는 조문
- 청약그 조문이 겨냥한 것
- 확인된 것 없음견적서 전용 조문
- 적어 둔 내용갈림을 정하는 것
- 없음법이 요구하는 작성 방식
보내고 나서 물리고 싶어지는 순간들
대부분 상대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 쪽 사정이 바뀌어서 생깁니다.
견적서를 보내 놓고 다시 열어 보는 상황은 몇 가지로 정해져 있습니다. 단가표의 옛 버전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 자재값이 견적을 쓴 주와 회신을 받은 주 사이에 올라 버린 경우, 다른 일정이 겹쳐 약속한 납기를 맞출 수 없게 된 경우입니다.
공통점이 있습니다. 셋 다 상대가 무엇을 잘못해서 생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상대에게 책임을 물어 정리하는 방식이 통하지 않고, 이미 건너간 문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만 남습니다.
이때 흔히 나오는 두 가지 대응이 있습니다. 하나는 아직 계약서를 안 썼으니 없던 일로 해도 된다고 여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보냈으니 손쓸 수 없다고 체념하는 것입니다. 둘 다 같은 지점을 건너뜁니다. 그 문서가 어떤 자리에 놓였는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자리를 확인하면 두 대응 모두 절반만 맞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상황이 아니라 보낸 문서에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가 정합니다.
철회를 막는 조문은 하나뿐이고, 겨냥하는 것이 다릅니다
민법 제527조는 견적서가 아니라 청약을 대상으로 삼습니다.
의사표시를 거두어들이는 것을 막는 조문으로 이 자리에서 문제 되는 것은 민법 제527조입니다. 계약의 청약은 철회하지 못한다는 것이 그 내용입니다. 제목도 계약의 청약의 구속력으로 붙어 있습니다.
이 조문이 그렇게 정한 이유는 받는 쪽을 보호하는 데 있습니다. 청약을 받은 사람은 그것을 받아들일지 검토하면서 다른 거래처를 알아보지 않거나 인력과 자재를 비워 두는 식으로 준비를 시작합니다. 보낸 쪽이 아무 때나 거두어들일 수 있다면 그 준비가 전부 헛수고가 됩니다.
그런데 조문이 적고 있는 말은 청약이지 견적서가 아닙니다. 여기서 갈림이 생깁니다. 견적서를 규율하는 조문이 따로 확인되지 않는 이상, 제527조가 내 문서에 걸리는지는 그 문서가 청약의 자리에 놓였는지를 먼저 가려야 알 수 있습니다.
그 판단 기준은 앞서 정리한 대로 두 가지입니다. 적어 둔 내용이 명확하고 확정적인지, 그리고 보낸 사람이 그 내용대로 구속되려는 뜻을 드러냈는지입니다. 제목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는 기준이 아닙니다.
그러니 물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 곧바로 답하기 전에 한 단계가 더 있는 셈입니다. 내가 보낸 것이 청약이었는지부터 가려야 합니다.
갈림 뒤에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나
같은 상황에서도 두 갈래로 결과가 벌어집니다.
자리가 정해지면 나머지는 따라옵니다. 아래 표는 두 갈래를 나란히 놓은 것입니다. 왼쪽은 조건이 채워져 있고 그대로 하겠다는 뜻이 드러난 문서, 오른쪽은 협의를 위한 자료임을 밝혀 둔 문서입니다.
표를 읽을 때 유의할 것은 오른쪽이라고 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자리가 다르면 다음 단계에서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달라질 뿐입니다.
| 묻는 것 | 청약으로 평가되는 문서 | 협의 자료에 머무른 문서 |
|---|---|---|
| 철회 제한 | 민법 제527조가 걸립니다 | +그 제한이 걸리지 않습니다 |
| 상대가 좋다고 회신하면 | 그 순간 계약이 성립합니다 | +그쪽의 청약이 되어 내 승낙이 남습니다 |
| 조건을 고쳐 다시 보내면 | 앞의 것이 자동으로 지워지지 않습니다 | +다음 자료로 이어집니다 |
| 시간이 지나면 | 정한 기간 또는 상당한 기간이 지나 효력을 잃습니다 | 따로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
| 실무에서 남는 일 | 상대가 이미 회신했는지 확인 | +조건을 다시 맞추는 협의 |
세 번째 줄을 특히 눈여겨보십시오. 새 견적서를 보내면 앞의 것이 알아서 사라진다고 여기는 분이 많은데, 그렇게 지워 주는 장치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래서 조건을 고쳐 보낼 때는 무엇을 대체하는 것인지를 문서 안에 적어 두어야 합니다. 앞서 보낸 어느 날짜의 견적을 대신한다는 한 줄이 있는지 없는지가 나중에 어느 조건으로 이야기하는지를 가릅니다.
철회가 막혀도 시간은 흐릅니다
청약은 거두어들일 수 없지만 스스로 꺼지기는 합니다.
제527조만 놓고 보면 한번 보낸 청약에 영원히 묶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민법은 그 옆에 꺼지는 규칙을 함께 두었습니다.
승낙의 기간을 정해 두었다면 그 기간 안에 승낙의 통지를 받지 못한 때 효력을 잃고,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면 상당한 기간 안에 받지 못한 때 효력을 잃습니다. 앞의 것이 민법 제528조, 뒤의 것이 제529조입니다. 상당한 기간이란 상대가 받아 보고 결정해 회신하는 데 필요한 정도의 시간을 가리킵니다.
이 구조가 실무에서 뜻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회신 기한을 적어 두었다면 언제 꺼지는지가 문서에 이미 적혀 있고, 적어 두지 않았다면 상당한 기간이라는 흐릿한 기준을 나중에 다투게 된다는 것입니다. 기한을 적어 두는 실익이 여기서 나옵니다.
다만 견적서에 흔히 적는 유효기간을 곧바로 이 승낙기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 문서가 청약으로 평가되어야 비로소 두 조문이 겹쳐 읽히기 때문입니다. 기간을 적지 않았을 때 실제로 무엇이 벌어지는지는 유효기간을 다룬 글에서 사례로 풀었습니다.
정리하면 물러설 길이 두 가지 방향으로 나 있습니다. 거두어들이는 쪽은 막혀 있지만, 상대가 회신하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르는 쪽은 열려 있습니다.
이미 보냈다면 순서대로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내 사정이 아니라 상대의 회신 여부입니다.
잘못을 발견한 순간 바로 정정본을 만들어 보내고 싶어지지만, 순서가 뒤바뀌면 상황을 더 꼬이게 합니다. 이미 상대가 회신을 발송한 뒤라면 그것은 정정이 아니라 성립한 내용을 바꾸자는 제안이 되기 때문입니다.
아래 순서는 그 구분을 놓치지 않기 위한 것입니다.
- 상대가 이미 회신했는지 확인한다떨어져 있는 당사자 사이에서는 승낙의 통지를 발송한 때에 계약이 성립하므로, 내가 확인한 시각이 아니라 상대가 보낸 시각을 봅니다.
- 보낸 문서가 어느 자리였는지 다시 읽는다조건이 전부 채워져 있었는지, 협의를 위한 자료라고 밝혀 두었는지를 문서 자체에서 확인합니다.
- 결정한 내용을 지체 없이 알린다어느 갈래든 상대가 준비를 진행하기 전에 알리는 편이 손해를 줄입니다. 통화로만 알리지 말고 기록이 남는 방법을 함께 씁니다.
- 무엇을 대체하는지 적어 다시 보낸다앞서 보낸 견적의 날짜와 번호를 밝히고 그것을 대신한다는 문장을 넣습니다.
세 번째 단계에서 기록을 강조하는 이유는 나중에 다투는 대상이 대부분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언제 알렸는가가 결과를 가르는데, 통화 기록만으로는 무슨 말을 했는지가 남지 않습니다.
네 번째 단계는 앞에서 본 표의 세 번째 줄과 이어집니다. 대체한다는 문장이 없으면 두 개의 견적이 나란히 살아 있는 상태가 되고, 상대는 자기에게 유리한 쪽을 집어 듭니다.
여기서 자주 어긋나는 것들
말로 한 견적과 문서로 한 견적의 차이는 효력이 아니라 다른 데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주제를 다루면서 반복해 나오는 오해를 걷어 두겠습니다.
첫째, 말로만 부른 금액은 아무 힘이 없으니 언제든 바꿔도 된다는 생각입니다. 계약의 성립에 서면을 요구하는 조문이 없어 구두로 오간 합의도 문서로 한 것과 같이 다루어집니다. 다만 당사자와 목적물, 대금과 지급 시기 같은 본질적인 부분에 의사가 맞아 있어야 하고, 실제 다툼에서 갈리는 것은 효력이 아니라 그 내용을 어떻게 증명하느냐입니다.
그러니 전화로 부른 금액을 가볍게 다룰 일이 아닙니다. 증명이 어려운 쪽은 대개 나중에 그것을 주장해야 하는 쪽인데, 견적을 부른 쪽이 그 자리에 서는 경우도 흔합니다. 말로 조율했더라도 마무리는 문서로 남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둘째, 취소와 철회를 같은 말로 쓰는 것입니다. 이 글이 다룬 것은 아직 계약이 되지 않은 표시를 거두어들이는 문제입니다. 이미 성립한 계약을 되돌리는 것은 별개의 사유가 필요한 다른 이야기여서, 여기서 다룬 조문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셋째, 상대가 아직 읽지 않았으면 없던 일이 된다는 생각입니다. 언제 도달한 것으로 볼지에 관한 규칙을 이 자리에서 만들어 쓸 수는 없습니다. 확실한 것은 상대가 승낙을 발송한 시점이 성립 시점이 된다는 쪽이므로, 읽었는지를 따지기보다 회신이 나갔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실용적입니다.
세 가지를 합치면 대응의 순서가 분명해집니다. 상대의 회신을 확인하고, 내 문서의 자리를 확인하고, 그다음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정하는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보낸 견적서를 물릴 수 있나요?
그 문서가 청약으로 평가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민법 제527조가 계약의 청약을 철회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어, 조건이 확정적으로 적혀 있었다면 거두어들이기 어렵습니다.
민법 제527조가 견적서에도 그대로 적용되나요?
조문이 적고 있는 것은 청약이지 견적서라는 문서가 아닙니다. 견적서를 규율하는 조문이 따로 확인되지 않으므로, 내 문서가 청약의 자리에 놓였는지를 먼저 가려야 합니다.
수정한 견적서를 다시 보내면 앞의 것은 없어지나요?
자동으로 지워 주는 장치는 없습니다. 앞서 보낸 견적의 날짜와 번호를 밝히고 그것을 대신한다는 문장을 넣어야 두 개가 나란히 살아 있는 상태를 막을 수 있습니다.
회신 기한을 적어 두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기간을 정한 청약은 그 기간 안에 승낙의 통지를 받지 못하면 효력을 잃고, 정하지 않았다면 상당한 기간이 기준이 됩니다. 민법 제528조와 제529조가 그렇게 나누어 두었습니다.
전화로만 부른 금액도 문제가 되나요?
계약의 성립에 서면을 요구하는 조문이 없어 구두 합의도 같은 효력으로 다루어집니다. 실제로 갈리는 것은 효력이 아니라 그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느냐입니다.
상대가 아직 메일을 안 읽었으면 없던 일로 되나요?
읽었는지보다 회신이 나갔는지가 중요합니다. 떨어져 있는 당사자 사이에서는 승낙의 통지를 발송한 때에 계약이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