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장을 회수하지 않아 생긴 사고
위임장 마스터·8분·
종이를 돌려받는 것만으로는 위임이 끝나지 않습니다. 권한은 수권을 거둬들이는 뜻으로 끝나고, 그렇게 끝난 뒤에도 그 사실을 몰랐던 상대방에게는 내세우지 못합니다. 회수는 이 두 단계 뒤에 오는 정리 작업입니다.
대리권은 원인된 법률관계의 종료와 본인의 수권행위 철회로 소멸합니다(민법 제128조) · 대리권의 소멸은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되 제삼자가 과실로 알지 못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합니다(제129조) · 위임장의 분실·회수 절차를 정한 법령은 없습니다
돌려받으면 정리됐다고 보는 자리
- 종이를 손에 넣었으니 그 위임은 끝났다
- 원본이 없으면 어차피 아무것도 못 한다
- 잃어버렸다고 신고해 두면 효력이 멈춘다
- 시간이 꽤 지났으니 저절로 끝났을 것이다
- 가까운 사이라 달라고 하기 뭐하니 다음에 받자
돌려받아도 그대로 남는 자리
- 권한은 종이가 아니라 수권을 거두는 뜻으로 끊긴다
- 사본과 사진은 애초에 돌려받을 대상이 아니다
- 분실이나 회수를 처리해 주는 법정 절차가 없다
- 기간을 적지 않았다면 저절로 끝나는 시점도 없다
- 미룬 기간만큼 그 종이가 밖에서 살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수라는 동작이 실제로 하는 일
되받는 것은 증거를 거두는 일이지 권한을 끊는 일이 아닙니다.
일이 끝나면 위임장을 돌려받는 것이 당연한 마무리처럼 느껴집니다. 물건을 빌려주고 되받는 감각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위임장은 빌려준 물건과 성질이 다릅니다.
위임장이 하는 일은 이미 준 권한을 밖에서 알아볼 수 있게 표시하는 것입니다. 표시하는 물건이므로, 그 물건을 되받는다고 표시된 내용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이미 그 표시를 본 사람의 머릿속에서까지 지워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권한을 끊는 동작은 따로 있습니다. 맡긴 사람이 수권을 거둬들이겠다는 뜻을 밝히면 그것으로 대리권이 소멸하며, 맡은 사람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원인이 된 일이 끝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소멸합니다. 절차와 조문은 철회를 정면으로 다룬 글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순서를 바꿔 잡아야 합니다. 먼저 권한을 끊고, 그다음에 종이를 거두고, 마지막으로 그 종이를 봤을 만한 곳에 알립니다. 종이부터 받으러 가면 권한은 그대로 둔 채 물건만 옮긴 셈이 됩니다.
끝나지 않은 채 남는 세 겹
물건이 남은 것, 권한이 남은 것, 소멸을 알리지 못한 것은 서로 다른 겹입니다.
회수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를 뜯어 보면 세 겹이 나옵니다. 종이가 밖에 남아 있는 겹, 권한 자체가 끊기지 않은 겹, 그리고 끊었는데도 그 사실이 상대방에게 닿지 않은 겹입니다.
세 번째 겹이 가장 다루기 어렵습니다. 대리권이 사라졌다는 사정은 그것을 몰랐던 상대방에게 내세우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상대방이 부주의해서 몰랐던 경우까지 보호되지는 않아, 결론은 상대방이 무엇을 확인할 수 있었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아래 표는 실제로 자주 남는 상태를 다섯으로 나눈 것입니다. 오른쪽 칸은 그 상태가 종이를 되받는 것으로 해결되는지를 표시한 것입니다.
| 남아 있는 상태 | 밖에서 벌어지는 일 | 되받으면 해결되는가 |
|---|---|---|
| 일이 끝났는데 종이가 그대로 상대에게 있음 | 같은 종이로 다음 절차가 이어집니다 | 원본을 거둬도 사본이 남습니다 |
| 대리인을 바꾸면서 앞사람 종이를 두고 옴 | 두 사람이 동시에 권한을 가진 것처럼 보입니다 | 거둬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
| 회사를 떠난 사람에게 내준 위임장 | 떠났다는 사실이 거래처에 전해지지 않습니다 | 소멸을 몰랐던 상대방에게 내세우지 못합니다 |
| 여러 통을 만들어 한 통만 거둠 | 나머지 통이 그대로 살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몇 통을 만들었는지 기록이 없으면 셀 수 없습니다 |
| 사본이나 촬영본만 밖에 나가 있음 | 원본 없이 진행되는 절차가 따로 있습니다 | 되받는다는 동작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
다섯 줄 모두 오른쪽 칸에 경고 표시가 붙었습니다. 회수가 쓸모없다는 뜻이 아니라, 회수만으로 닫히는 문이 하나도 없다는 뜻입니다. 회수는 마지막 정리이지 첫 조치가 아닙니다.
셋째 줄은 조직에서 특히 자주 벌어집니다. 사람이 바뀌는 일은 내부 사정이라 밖에서는 알 길이 없고, 알리지 않으면 그 종이는 계속 유효한 서류로 취급됩니다.
종이는 애초에 한 장이 아닙니다
되받을 수 있는 것은 원본뿐이고 나머지는 셀 수도 없습니다.
회수를 계획할 때 대개 한 장을 떠올립니다. 실제로는 그 종이가 여러 형태로 나뉘어 있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가장 흔한 것은 사진과 스캔본입니다. 급하다며 찍어 보낸 이미지가 대화방에 남고, 그것이 다시 다른 곳으로 전달됩니다. 이 형태는 되받는다는 개념이 성립하지 않아, 원본을 손에 넣어도 밖에 있는 수를 줄이지 못합니다.
다음은 여러 통을 한꺼번에 만든 경우입니다. 창구를 여러 곳 돌아야 한다며 서너 장을 함께 서명해 두면, 뒤에 몇 장을 만들었는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만든 통수를 적어 두지 않으면 회수의 완료 여부를 판단할 기준 자체가 없습니다.
마지막은 이미 접수되어 기관에 남은 것입니다. 제출한 위임장은 그 절차의 서류로 편철되므로 돌려받을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그 종이에는 대개 용도가 적혀 있어 다른 자리로 옮겨 쓰기 어렵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끝내는 순서
알리는 단계까지 가야 위임이 실제로 닫힙니다.
끝내는 절차를 정해 둔 법령은 없습니다. 그래서 형식을 갖춘 신고나 신청 같은 것을 찾을 필요가 없고, 대신 소멸을 만들고 그것을 알리는 두 가지 일을 스스로 해야 합니다.
아래 다섯 단계는 그 두 가지를 실제 동작으로 옮긴 것입니다. 첫 단계와 네 번째 단계가 핵심이고 나머지는 그것을 뒷받침합니다.
네 번째 단계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알릴 곳은 대개 몇 군데로 좁혀집니다. 그 종이를 실제로 볼 만한 상대와 자주 가는 창구 정도면 충분합니다.
- 수권을 거두는 뜻을 밝힙니다맡긴 사람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충분하며 상대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 끝난 시점을 기록으로 남깁니다문자나 메일처럼 날짜가 남는 방식이면 됩니다. 뒤에 다툴 때 이 기록이 시점을 가릅니다.
- 함께 건넨 것을 같이 되받습니다도장과 신분증 사본이 남아 있으면 새 종이를 만들 수 있는 상태가 그대로 유지됩니다.
- 그 종이를 볼 만한 곳에 알립니다거래 상대와 자주 가던 창구에 위임이 끝났다는 사실을 알려 두면, 몰랐다는 사정이 성립하기 어려워집니다.
- 다음 장에는 기간과 통수를 적습니다언제까지 쓰는지와 몇 통을 만들었는지가 적혀 있으면 회수가 끝났는지를 그 자리에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끝낼 수 있습니다. 권한은 수권을 거두는 뜻으로 소멸하므로 종이의 소재와 무관합니다. 다만 알리는 단계가 더 중요해집니다.
위임장의 분실이나 회수를 처리하는 법정 절차가 없습니다. 신고 대신 소멸 사실을 알려 두는 쪽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애초에 사용 기간과 용도를 적어 두어 사본이 다른 자리에서 쓰이기 어렵게 만드는 편이 낫습니다.
다섯 단계 가운데 셋째와 넷째가 가장 자주 빠집니다. 종이만 받아 두고 도장은 그대로 두거나, 정리는 했는데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는 식입니다. 어느 쪽이든 밖에서 보는 그림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다섯째 단계는 다음 위임을 위한 준비입니다. 기간과 통수가 적힌 종이는 끝내기가 훨씬 쉬워서, 회수라는 일 자체가 가벼워집니다.
회수하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났다면
늦었다고 해서 할 일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오래된 위임장이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떠올렸다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소멸을 만들고 그것을 알리는 두 가지입니다. 시점이 늦어진 만큼 알리는 쪽에 무게를 더 두면 됩니다.
이미 그 종이로 일이 벌어진 뒤라면 국면이 달라집니다. 그때는 회수가 아니라 그 거래를 어떻게 정리할지의 문제가 되고, 상대방이 무엇을 알 수 있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이 판단은 권한을 넘은 대리를 다룬 글에서 따로 짚었습니다.
덧붙여 갈라 둘 것이 하나 있습니다. 끝난 위임장을 계속 쓰는 것과 남의 이름으로 위임장을 새로 만들어 내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앞의 것은 대리의 영역에서 판단되고 뒤의 것은 형법이 다루는 영역입니다.
회수를 둘러싼 오해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게 됩니다. 종이의 소재와 권한의 존재는 같은 것이 아니며, 권한의 존재와 밖에서 보이는 모습도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세 가지를 따로 관리하기 시작하면 일이 오히려 단순해집니다. 끊고, 거두고, 알리는 세 동작만 기억하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위임장을 돌려받으면 위임이 끝나나요?
끝나지 않습니다. 권한은 수권을 거둬들이는 뜻으로 소멸하며, 되받는 일은 그 뒤에 오는 정리 작업입니다.
위임을 끝냈는데도 상대방이 그 종이를 쓰면 어떻게 되나요?
대리권이 사라졌다는 사정은 그 사실을 몰랐던 상대방에게 내세우지 못합니다. 다만 부주의해서 몰랐던 경우까지 보호되지는 않습니다.
여러 통을 만들었는데 몇 통인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만든 통수를 적어 두지 않으면 회수가 끝났는지 판단할 기준이 없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거두는 일보다 알리는 일에 무게를 두는 편이 낫습니다.
직원에게 내준 위임장은 퇴사하면 자동으로 끝나나요?
원인이 된 관계가 끝나면 대리권도 끝납니다. 다만 그 사실이 거래처에 전해지지 않으면 밖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서류로 보입니다.
이미 제출한 위임장도 돌려받아야 하나요?
접수된 서류는 그 절차의 서류로 편철되므로 돌려받을 대상이 아닙니다. 대신 그 종이에 용도가 적혀 있으면 다른 자리로 옮겨 쓰기 어려워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