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장 대리인이 권한을 넘어 계약했다면
위임장 마스터·8분·
권한을 넘었다는 사실은 본인을 자동으로 빼 주지 않습니다. 상대방에게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본인이 책임을 집니다. 그리고 그 정당한 이유는 대개 맡긴 쪽이 남겨 둔 것들로 만들어집니다.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는 기본대리권·범위 초과·정당한 이유 세 요건으로 판단합니다(민법 제126조) · 상대방이 대리권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책임이 없습니다(제125조 단서) · 본인이 추인하면 다른 의사표시가 없는 한 계약 당시로 소급합니다(제133조)
- 세 겹권한을 넘은 행위에 본인 책임이 성립하는 요건
- 책임 없음상대방이 대리권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
- 계약 당시본인이 추인했을 때 효력이 미치는 시점
- 추인 거절기간을 정한 최고에 확답이 없을 때
넘었다는 사실이 곧 면책은 아닙니다
권한 밖의 계약이라도 본인에게 효과가 오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대리인이 맡긴 범위를 벗어나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대부분 그 계약이 자기와 무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준 적 없는 권한으로 한 일이니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민법은 여기에 예외를 두었습니다. 대리인에게 어떤 대리권이 있었고, 그 범위를 넘었으며, 상대방에게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본인이 그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집니다. 조문과 판단 기준은 표현대리를 정면으로 다룬 글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문제는 넘었느냐가 아니라 넘은 것이 밖에서 보였느냐가 됩니다. 본인에게는 분명한 선이 상대방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면, 그 보이지 않음이 어디서 왔는지가 다음 질문이 됩니다.
이 글은 그 다음 질문만 다룹니다. 책임의 요건을 조문으로 따지는 일은 다른 글의 몫이고, 여기서는 그 요건이 채워지기까지 맡긴 쪽에서 무엇이 빠져 있었는지를 봅니다.
그 자리를 만드는 여섯 가지
정당한 이유는 대리인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남겨 둔 것으로 채워집니다.
권한을 넘은 계약이 성립하려면 상대방이 그 권한을 믿을 재료가 있어야 합니다. 그 재료는 대개 대리인이 지어낸 것이 아니라 본인이 건넨 것들입니다.
아래 표는 그 재료가 되는 여섯 가지를 모은 것입니다. 가운데 칸은 그것이 만들어 내는 상태이고, 오른쪽 칸은 그 상태가 판단에 어떻게 작동하는지입니다.
여섯 줄 모두 맡길 당시에는 배려나 편의로 한 일입니다. 나중에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읽히는지를 알고 나면 건네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 놓친 것 | 그것이 만드는 상태 | 판단에 어떻게 작동하는가 |
|---|---|---|
| 범위를 적지 않거나 뭉뚱그려 적음 | 권한의 겉모습이 실제보다 커집니다 | 믿을 만한 사정 쪽으로 기웁니다 |
| 인감증명서와 신분증 사본을 함께 건넴 | 확인 서류가 두꺼워집니다 | 서류가 두꺼울수록 의심할 이유가 줄어듭니다 |
| 일이 끝난 뒤에도 수권을 거두지 않음 | 권한이 끝났다는 표시가 어디에도 없습니다 | 소멸 사실을 몰랐던 상대방에게 내세우지 못합니다 |
| 조건을 말로만 붙임 | 제한이 종이 밖에 놓입니다 | 상대방의 판단 재료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
| 본인에게 닿는 연락 통로를 열어 두지 않음 | 상대방이 확인해 볼 방법이 없습니다 | 확인하지 않았다고 탓하기 어려워집니다 |
| 여러 통을 만들어 두고 관리하지 않음 | 어느 종이가 살아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 한 통을 거둬도 나머지가 밖에서 돕니다 |
둘째 줄이 특히 자주 간과됩니다. 인감증명서는 찍힌 도장이 신고된 도장과 같다는 사실만 확인해 줄 뿐 위임의 범위를 넓히지 않습니다. 그런데 밖에서 보는 사람에게는 갖춰진 서류의 두께가 곧 신뢰의 두께로 읽힙니다.
다섯째 줄은 방향을 뒤집어 읽으면 대비가 됩니다. 위임장에 본인의 연락처가 적혀 있고 확인해 달라는 문구가 붙어 있으면, 확인하지 않고 진행한 쪽의 사정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상대방 쪽 사정이 결론을 뒤집는 자리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본인은 묶이지 않습니다.
본인이 책임을 지는 구조에는 반대쪽 문이 함께 달려 있습니다. 대리권을 준다고 표시한 경우라도 상대방이 대리권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본인은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권한이 사라진 뒤의 거래에서도 상대방이 부주의해서 몰랐던 경우는 보호에서 빠집니다.
그래서 다툼의 무게중심이 상대방이 무엇을 확인했는지로 옮겨 갑니다. 위임장에 적힌 범위를 읽었는지, 금액이나 조건이 그 범위와 맞는지 따져 보았는지, 이상한 점이 있었을 때 본인에게 물어보았는지가 판단 재료가 됩니다.
여기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생깁니다. 종이 위에 확인할 것을 남겨 두면 상대방이 확인하지 않고 지나가기 어려워집니다. 범위를 좁게 적는 일, 제외할 항목을 밝히는 일, 사용 기간을 적는 일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반대로 권한 안에서 벌어진 일은 이 구조로 풀리지 않습니다. 대리인이 적힌 범위 안에서 움직였는데 그 목적이 자기나 다른 사람의 이익을 향해 있었던 경우는 별도의 법리로 판단하며, 그 갈림은 재산이 옮겨 가는 경로를 다룬 글에서 따로 짚었습니다.
종이 밖의 제한은 왜 닿지 않는가
위임장은 두 사람의 약속이 아니라 제삼자에게 보여 주는 표시입니다.
맡길 때 붙인 조건이 왜 상대방에게 통하지 않는지는 위임장의 성격에서 나옵니다. 위임장은 맡긴 사람과 맡은 사람이 주고받는 계약서가 아니라, 밖에 있는 사람에게 이 사람에게 이만큼을 맡겼다고 알리는 표시입니다.
표시는 표시된 만큼만 전달됩니다. 그러니 종이에 적히지 않은 제한은 밖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말로 붙인 한도나 조건이 아무리 분명해도, 그 대화를 듣지 못한 사람이 그것을 판단에 넣을 수는 없습니다.
이 성격을 알고 나면 위임장을 쓰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대리인이 알아들을 만큼 적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처음 보는 사람이 읽어도 경계가 보이도록 적어야 합니다. 두 사람 사이의 신뢰가 두터울수록 이 차이가 벌어집니다.
덧붙여, 위임 관계 자체가 계약이라는 점은 그대로입니다. 대리인이 약속을 어겼다면 그 책임을 따로 물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은 두 사람 사이에서 정산되는 문제이지 밖에서 맺어진 계약을 되돌리는 힘은 아닙니다.
이미 계약이 맺어졌다면
추인할지 거절할지에 따라 그다음 절차가 완전히 갈립니다.
권한을 넘은 계약이 이미 맺어졌다면 본인 앞에 두 갈래가 놓입니다. 그 계약을 받아들이는 길과 받아들이지 않는 길입니다. 어느 쪽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받아들이기로 하면 추인이 됩니다. 추인하면 다른 의사표시가 없는 한 계약을 맺은 때로 거슬러 올라가 효력이 생기며, 다만 그사이에 생긴 제삼자의 권리를 해치지는 못합니다. 조건이 마음에 든다면 다투는 것보다 빠른 정리가 되기도 합니다.
받아들이지 않기로 하면 상대방 쪽 절차가 움직입니다. 상대방은 기간을 정해 추인 여부를 물을 수 있고, 그 기간 안에 확답이 없으면 추인을 거절한 것으로 봅니다. 본인의 추인이 있기 전까지는 상대방이 그 계약을 거둬들일 수도 있습니다.
대리권을 증명하지도 못하고 추인도 받지 못한 대리인에게는 별도의 책임이 남습니다.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계약을 이행하거나 손해를 배상해야 하며, 상대방이 대리권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정은 그 대리인 쪽에서 증명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기간을 정해 물어 왔는데 확답을 보내지 않으면 추인을 거절한 것으로 봅니다. 다만 표현대리가 성립하는 사안이라면 거절과 무관하게 본인이 책임을 지는 국면이 남습니다.
받아들이는 범위를 정해 밝힐 수는 있지만 상대방이 그대로 응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조건을 바꾸는 제안이 되면 새 협의가 시작되는 셈입니다.
위임 관계에서 약속을 어긴 부분은 따로 따질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청구가 밖에서 맺어진 계약을 없던 일로 만들어 주지는 않습니다.
다음 장에서 줄일 수 있는 것
앞의 표에서 본 여섯 가지 가운데 다섯은 종이 위에서 줄어듭니다.
같은 일을 다시 맡길 때 손댈 수 있는 자리는 분명합니다. 맡기는 대상과 행위를 좁혀 적고, 맡기지 않을 것을 함께 밝히고, 사용 기간을 적고, 본인에게 닿는 연락처를 남기는 것입니다. 네 가지가 모두 상대방의 확인 의무 쪽으로 무게를 옮깁니다.
함께 건네는 서류도 줄이는 편이 낫습니다. 그 절차가 요구하지 않는 인감증명서를 미리 붙여 두면, 그 종이가 다른 자리에서 신뢰의 근거로 쓰일 여지가 생깁니다. 필요한 자리에서 그때 준비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마지막은 끝내는 절차입니다. 일이 마무리되면 수권을 거둬들이는 뜻을 밝히고, 그 종이를 볼 만한 곳에 위임이 끝났다는 사실을 알려 둡니다. 이 한 단계가 표의 셋째 줄과 여섯째 줄을 동시에 지웁니다.
여섯 가지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게 됩니다. 권한을 넘은 계약은 대리인 혼자 만들지 못하고, 밖에서 그렇게 보이도록 남겨 둔 것들이 함께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비의 방향도 대리인을 의심하는 쪽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아무리 믿을 만해도 종이가 밖에서 어떻게 읽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읽히는 모습을 정리해 두는 쪽으로 손을 쓰는 것이 맞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대리인이 권한을 넘었으면 저는 책임이 없는 것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상대방에게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본인이 책임을 집니다. 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상대방이 이상한 점을 알고 있었다면 달라지나요?
달라집니다. 대리권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본인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권한이 사라진 뒤의 거래에서도 부주의해서 몰랐던 경우는 보호되지 않습니다.
계약을 받아들이면 언제부터 효력이 생기나요?
추인하면 다른 의사표시가 없는 한 계약을 맺은 때로 거슬러 올라가 효력이 생깁니다. 다만 그사이에 생긴 제삼자의 권리를 해치지는 못합니다.
상대방이 답을 달라고 하는데 미뤄도 되나요?
기간을 정해 물어 왔는데 그 기간 안에 확답을 보내지 않으면 추인을 거절한 것으로 봅니다. 미루는 것이 유리한 선택은 아닙니다.
대리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대리권을 증명하지 못하고 추인도 받지 못했다면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이행하거나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본인과의 관계에서는 위임을 어긴 부분을 따로 따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