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장 권한을 넘은 대리에 본인이 지는 책임
위임장 마스터·8분·
권한을 넘었다는 사실은 결론이 아니라 판단의 출발점입니다. 기본이 되는 대리권이 있었는지, 그 범위를 벗어났는지, 상대방에게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를 차례로 통과해야 본인의 책임이 확정됩니다.
대리인이 권한 안에서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한 의사표시는 직접 본인에게 효력이 생깁니다(민법 제114조 제1항) ·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의 판단 요소는 기본대리권·범위 초과·정당한 이유 세 가지입니다(제126조) · 요건이 채워지지 않으면 대리인이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이행하거나 배상할 책임을 집니다(제135조 제1항)
말로 붙인 조건 알 방법 없음
인감증명서 본인 확인의 근거로 읽힘
끝나는 시점 표시 없음
판단에 들어가는 재료 보이는 것뿐
넘은 행위가 본인 쪽으로 되돌아오는 통로
권한 밖의 행위가 본인에게 닿는 길은 예외적으로만 열리지만, 닫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권한을 넘은 계약이 문제될 때 맡긴 쪽에서 가장 먼저 하는 말은 그런 것까지 부탁한 적이 없다는 말입니다. 이 진술은 대개 사실이고, 그럼에도 그것만으로 다툼이 끝나지 않습니다.
까닭은 대리라는 제도의 뼈대에 있습니다. 민법은 대리인이 권한 안에서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여 한 의사표시가 직접 본인에게 효력을 발생시킨다고 정해 두었습니다. 서명한 사람과 그 계약에 묶이는 사람을 갈라 놓은 조문입니다.
이 조문에는 권한 안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그러니 권한을 넘은 행위는 이 통로를 그대로 통과하지 못하고, 원칙대로라면 본인에게 아무 효력도 남기지 않은 채 멈춥니다.
그런데 민법은 그 멈춤에 예외를 몇 개 뚫어 두었습니다. 대리인을 믿고 거래한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며, 이 장치가 작동하는 국면에서는 준 적 없는 권한으로 맺어진 계약이 본인에게 되돌아옵니다.
대리인이 그 권한내에서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한 의사표시는 직접 본인에게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
민법 제114조 제1항(대리행위의 효력)
조문에서 눈여겨볼 낱말은 직접입니다. 대리인을 거쳐 한 단계씩 옮겨 가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본인에게 붙는다는 뜻이어서, 효과가 붙고 나면 본인이 뒤늦게 사정을 설명해 떼어 내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다툼의 실체는 넘었느냐가 아니라 넘은 행위에 이 통로를 열어 줄 사정이 있었느냐가 됩니다. 아래에서 그 사정을 세 갈래로 나눠 봅니다.
예외가 열리는 자리는 세 갈래입니다
민법이 뚫어 둔 구멍은 하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원인을 가진 세 개입니다.
권한 밖의 행위에 본인이 묶이는 국면을 묶어 표현대리라고 부릅니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을 믿은 상대방을 보호한다는 발상이 공통되지만, 어디서 그 모습이 만들어졌는지는 셋이 각각 다릅니다.
첫째는 본인이 밖을 향해 대리권을 주었다고 표시해 놓은 경우입니다. 둘째는 실제로 어떤 대리권을 주기는 했는데 대리인이 그 선을 넘어 버린 경우입니다. 셋째는 준 적은 있으나 이미 사라진 권한이 밖에서는 여전히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인 경우입니다.
아래 표는 세 갈래를 원인과 차단 사유로 갈라 둔 것입니다. 오른쪽 칸은 상대방 쪽 사정이 어떤 모습일 때 본인이 풀려나는지를 적었습니다.
| 갈래 | 본인 쪽에서 만들어진 원인 | 본인이 풀려나는 상대방 쪽 사정 |
|---|---|---|
| 대리권을 준다고 표시한 경우 | 제삼자를 향해 대리권 수여를 표시함 | 상대방이 대리권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 |
| 권한을 넘은 경우 | 어떤 대리권을 실제로 주었고 그 선이 넘어짐 |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없을 때 |
| 권한이 사라진 뒤의 경우 | 끝난 권한이 밖에 정리되지 않은 채 남음 | 상대방이 과실로 소멸 사실을 알지 못했을 때 |
세 줄의 조문 원문은 각각 다른 글에 옮겨 두었습니다. 앞의 두 갈래는 백지 위임장을 다룬 글에, 셋째 갈래는 철회를 다룬 글에 있으니 문언이 필요하면 그쪽을 펼치십시오.
이 글에서 무게를 두는 것은 가운데 줄입니다. 위임장을 정상적으로 써 준 뒤 벌어지는 사고는 대부분 여기에 해당하며, 요건이 가장 촘촘하게 짜여 있는 갈래이기도 합니다.
판단이 지나는 세 개의 관문
세 관문 가운데 하나라도 막히면 본인의 책임은 그 자리에서 끊깁니다.
권한을 넘은 국면에서 본인이 책임을 지는지는 한 번에 결정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성질의 물음 세 개를 순서대로 통과해야 하며, 앞의 물음에서 걸리면 뒤의 물음은 아예 열리지 않습니다.
첫 관문은 대리인에게 밑바탕이 되는 대리권이 있었는지입니다. 아무 권한도 없던 사람이 남의 이름을 빌려 계약한 것이라면 이 갈래가 아니라 대리권 없이 맺은 계약의 문제로 넘어갑니다.
둘째 관문은 그 밑바탕을 실제로 넘었는지입니다. 넘지 않았다면 애초에 권한 안의 행위여서 효과가 그대로 본인에게 갑니다. 이때는 목적이 어긋났는지를 따지는 다른 법리가 작동할 뿐입니다.
셋째 관문이 실무에서 가장 오래 다투어지는 자리입니다. 상대방에게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를 재는 단계이며, 앞의 두 관문과 달리 상대방 쪽 사정을 들여다봅니다.
- 밑바탕이 되는 대리권이 있었는가법률행위에 관한 대리권이어야 하며, 사실행위를 맡긴 것만으로는 이 관문을 통과하지 못합니다. 그 판단의 근거가 된 대법원 판결은 백지 위임장을 다룬 글에 사건번호와 함께 옮겨 두었습니다.
- 그 대리권의 범위를 넘었는가위임장에 적힌 행위와 실제로 한 행위를 맞춰 봅니다. 종이에 적히지 않은 제한은 이 단계에서 재료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가상대방이 확인할 수 있었던 자료와 확인한 정도를 놓고 봅니다. 세 관문 가운데 유일하게 본인 밖의 사정으로 결론이 갈립니다.
순서를 지켜 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셋째 관문의 인상이 강해서 곧바로 그 이야기부터 꺼내기 쉬운데, 첫 관문에서 이미 막히는 사안이면 정당한 이유를 아무리 다투어도 결론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첫 두 관문이 뚜렷하게 열려 있는 사안이라면 다툼의 무게는 전부 셋째로 옮겨 갑니다. 그 자리에서 무엇을 재료로 삼는지가 다음 대목입니다.
정당한 이유는 어느 시점의 무엇으로 재는가
결과가 아니라 계약을 맺던 그 순간에 상대방 앞에 놓여 있던 자료로 판단합니다.
정당한 이유라는 말이 막연하게 들리는 것은 그 안에 시점과 재료가 함께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시점은 대리행위가 이루어지던 때이고, 재료는 그때 상대방이 실제로 볼 수 있었던 것들입니다.
그래서 사고가 난 뒤에 밝혀진 사정은 이 판단에 잘 들어가지 않습니다. 나중에 보니 대리인이 여러 곳에서 같은 일을 벌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도, 계약 당시 상대방이 그것을 알 수 없었다면 그 사실로 상대방을 탓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그때 이미 눈앞에 있던 어긋남은 무겁게 다뤄집니다. 위임장에 적힌 행위와 지금 진행하는 거래가 종류부터 다르거나, 금액의 크기가 위임 사항과 어울리지 않거나, 대리인이 본인에게 연결해 주기를 유독 꺼렸다면 확인하지 않고 넘어간 쪽의 사정이 나빠집니다.
여기서 맡기는 쪽이 손댈 수 있는 자리가 생깁니다. 상대방이 볼 재료를 종이 위에 늘려 두면 확인하지 않고 지나가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맡기지 않을 항목을 함께 적어 두는 것, 사용할 기간을 적어 두는 것, 본인에게 닿는 연락처를 남겨 두는 것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그 사정을 내세워 본인에게 책임을 묻는 쪽이 주장하고 자료를 대야 합니다. 판단 자체는 계약 당시에 드러나 있던 사정을 종합해 이루어집니다.
그 서류만으로 권한의 범위가 넓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상대방 눈에는 확인 절차를 거친 거래로 보이기 쉬워 셋째 관문의 판단에서 무게를 갖습니다.
본인과 대리인 사이에서는 그 조건을 따질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대화를 듣지 못한 상대방의 판단 재료에는 처음부터 들어가지 않았으므로 셋째 관문의 결론을 바꾸지는 못합니다.
위 문답을 하나로 꿰는 기준은 이렇습니다. 이 판단은 누가 옳았는지를 가리는 작업이 아니라 계약을 맺던 그 순간에 무엇이 보였는지를 되살리는 작업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대비의 방향도 대리인을 얼마나 믿느냐와는 별개로 정해집니다. 신뢰가 두터울수록 종이가 성글어지고, 성근 종이일수록 셋째 관문이 상대방 쪽으로 기웁니다.
요건이 채워지지 않으면 누가 무엇을 지는가
본인이 풀려난 자리는 비워지지 않고 대리인 쪽으로 넘어갑니다.
세 관문 가운데 어디선가 막혀 본인이 책임을 지지 않게 되면 상대방은 아무 데도 청구하지 못하는 처지가 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민법은 그 자리를 대리인에게 넘겨 두었습니다.
대리권을 증명하지 못하고 본인의 추인도 받지 못한 사람은 상대방이 고르는 대로 계약을 그대로 이행하거나 손해를 물어 주어야 합니다. 선택권이 상대방에게 있다는 점이 이 책임을 무겁게 만듭니다.
다만 이 책임에도 빠져나가는 문이 두 개 붙어 있습니다. 상대방이 대리권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그리고 대리인으로서 계약을 맺은 사람이 제한능력자였던 경우입니다.
이 두 사유를 내세우려면 대리인 쪽에서 그 사실을 주장하고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 통설과 판례의 정리입니다. 상대방이 알고 있었을 것 같다는 인상만으로는 이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다른 자의 대리인으로서 계약을 맺은 자가 그 대리권을 증명하지 못하고 또 본인의 추인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그는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계약을 이행할 책임 또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민법 제135조 제1항(상대방에 대한 무권대리인의 책임)
조문을 본인 쪽에서 읽으면 다른 결론이 나옵니다. 본인이 책임을 면하는 것과 상대방이 손해를 그대로 떠안는 것은 서로 다른 이야기이며, 대개는 대리인에게 청구가 몰립니다.
그래서 실제 분쟁은 본인과 상대방 사이에서만 벌어지지 않습니다. 본인이 풀려나면 대리인이 걸리고, 대리인에게 자력이 없으면 상대방이 다시 본인 쪽 사정을 파고드는 흐름이 반복됩니다.
겹쳐 보이지만 층이 다른 네 가지
권한 밖·권한 안·명의 위조·추인은 각각 다른 물음에 답하는 개념입니다.
이 주제에서 논의가 엉키는 이유는 비슷한 낱말이 서로 다른 층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묻고 있는지부터 갈라 두면 결론이 섞이지 않습니다.
권한을 넘은 문제는 대리권의 경계에 관한 물음입니다. 반면 권한 안에서 대리인이 자기나 다른 사람의 이익을 좇은 경우는 경계가 아니라 목적에 관한 물음이어서 판단 틀이 아예 다릅니다.
명의를 꾸며 낸 경우는 층이 한 칸 더 떨어져 있습니다. 그것은 계약의 효과가 누구에게 가느냐가 아니라 형사 책임의 문제이고, 결론도 따로 납니다.
마지막으로 추인은 요건이 아니라 선택입니다. 요건을 따져 책임을 확정하는 일과 본인이 그 계약을 받아들이겠다고 결정하는 일은 순서도 다르고 효과가 미치는 시점도 다릅니다.
| 개념 | 무엇을 묻는가 | 이 글과의 관계 |
|---|---|---|
|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 | 대리권의 경계를 넘었는가 | 이 글이 다루는 자리 |
| 대리권 남용 | 권한 안에서 목적이 어긋났는가 | 경계가 아니라 목적의 문제 |
| 사문서 위조 | 명의 자체가 꾸며졌는가 | 형사 책임의 층 |
| 추인 | 본인이 받아들이기로 했는가 | 요건 판단과 별개인 선택 |
표의 둘째 줄과 첫째 줄이 자주 뒤섞입니다. 위임장에 적힌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 거래라면 아무리 결과가 나빠도 이 글의 세 관문이 작동하지 않고, 다른 잣대로 판단됩니다.
셋째 줄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임장 자체가 꾸며진 것이라면 대리권의 경계를 재는 일이 무의미해지고, 문서의 진정성 문제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권한을 넘었으면 본인은 무조건 책임이 없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밑바탕이 되는 대리권이 있었고, 그 범위를 넘었으며, 상대방에게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본인이 책임을 집니다.
아무 권한도 준 적 없는 사람이 계약했으면 어떻게 되나요?
밑바탕이 되는 대리권이 없으므로 권한을 넘은 문제가 아니라 대리권 없이 맺은 계약의 문제가 됩니다. 본인이 추인하지 않으면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없습니다.
정당한 이유는 언제를 기준으로 판단하나요?
대리행위가 이루어지던 때를 기준으로 그 시점에 상대방이 볼 수 있었던 자료를 놓고 판단합니다. 나중에 드러난 사정은 원칙적으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본인이 책임을 지지 않으면 상대방은 어디에 청구하나요?
대리권을 증명하지 못하고 추인도 받지 못한 대리인에게 청구합니다.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계약 이행 또는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습니다.
대리인이 위임장에 적힌 범위 안에서 손해를 냈다면요?
그때는 경계를 넘은 문제가 아니라 권한 안에서 목적이 어긋난 문제로 봅니다. 판단하는 법리가 달라 이 글의 세 관문은 작동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