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원서 재발 방지 약속을 적는 법
탄원서 마스터·8분·
이 자리에 적을 것은 다짐이 아니라 조건입니다. 누가 곁에 있고 무엇이 달라지며 그것을 누가 계속 확인할 수 있는가 — 확인 가능한 형태로 적힌 것만이 살펴볼 대상이 되고, 되풀이된 다짐은 그 형태를 갖추지 못합니다.
탄원서에 적힌 약속에 제재나 이행 강제를 정한 조항은 확인되지 않음 · 약속을 어떤 형태로 적어야 한다고 정한 서식도 없음 · 확인되는 것은 형을 정할 때 범행 후의 정황이 참작 대상에 들어 있다는 구조까지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문장이 이 글에서 가장 가볍습니다
앞으로의 일을 적은 문장은 지금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약점을 처음부터 안고 있습니다.
재발 방지 약속은 탄원서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들어갑니다. 그런데 그 대목이 대개 한 문장으로 끝나고, 그 한 문장이 어느 글에나 똑같이 들어 있습니다.
이 서면이 놓이는 곳은 죄의 인정이 끝난 뒤 형을 얼마나 무겁게 할지 정하는 단계입니다. 그 단계에서 살펴보는 것은 이미 있었던 일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지,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는 선언이 아닙니다.
앞으로의 일을 적은 문장에는 확인할 방법이 붙지 않습니다. 그래서 같은 문장을 몇 번 되풀이해도 늘어나는 것이 없고, 오히려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있었던 다른 서술이 밀려납니다.
그렇다고 이 대목을 통째로 빼라는 뜻은 아닙니다. 적는 방식을 바꾸면 이 자리는 이 글에서 가장 구체적인 대목이 될 수 있습니다.
다짐만 적힌 약속
-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문장이 되풀이된다
- 약속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흐리다
-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행동이 없다
- 언제까지라는 시간이 어디에도 없다
- 지켜지는지 확인할 사람이 없다
조건이 적힌 약속
- 내가 무엇을 맡겠다는 문장으로 적혀 있다
- 약속하는 사람이 이름과 관계로 특정된다
- 매주 어느 요일처럼 되풀이되는 행동이 적혀 있다
- 언제부터 시작했는지가 이미 적혀 있다
- 그 사람의 연락처가 함께 놓여 있다
약속의 실질은 다짐이 아니라 조건입니다
무엇이 달라졌기에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리라고 보는지, 그 근거가 조건입니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마음가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습니다. 무엇이 달라져야 하고 누가 곁에 있어야 하며 어떤 자리가 정리되어야 하는지가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그 달라진 것들이 곧 조건입니다. 그리고 조건은 다짐과 달리 지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미 시작된 것이면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적을 수 있고, 곁에 있는 사람이면 누구인지 적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대목을 조건으로 다시 쓰면 성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앞으로의 약속을 적은 문단이 아니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적은 문단이 되기 때문입니다.
아래 표는 자주 쓰이는 다짐을 조건으로 옮겨 본 것입니다. 옮기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새로운 결심이 아니라 이미 하고 있는 일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 다짐으로 적힌 문장 | 조건으로 옮기면 | 달라지는 점 |
|---|---|---|
|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 주 1회 상담을 지난달부터 함께 다니고 있습니다 | 시작 시점과 동행자가 생긴다 |
| 성실히 일하며 살겠습니다 | 복직 대신 아버지 가게에서 오전 근무를 맡고 있습니다 | 지금의 자리가 특정된다 |
| 가족이 잘 지켜보겠습니다 | 제가 매일 저녁 함께 식사하며 상태를 봅니다 | 지켜보는 사람이 이름을 갖는다 |
| 다시는 그 사람들을 만나지 않겠습니다 | 지난달 거처를 옮겨 지금은 저희 집에서 지냅니다 | 환경의 변화가 사실로 적힌다 |
오른쪽 문장들은 모두 이미 일어난 일이거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확인할 수 있고,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이 문단의 값을 만듭니다.
옮겨 적을 것이 없다면 그것도 정보입니다. 아직 달라진 것이 없다는 뜻이므로, 없는 것을 지어내기보다 지금 하고 있는 다른 일을 찾아보는 편이 낫습니다.
이 자리는 본인이 쓰는 문서와 나뉩니다
자기 잘못을 적는 문서와 곁에 있는 사람이 무엇을 맡겠다고 적는 문서는 쓰는 사람부터 다릅니다.
당사자가 스스로 잘못을 적는 문서는 따로 있고, 그 문서와 이 문서는 누가 쓰는가에서 갈립니다. 두 문서의 차이는 따로 다룬 편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 구분이 이 대목에서 특히 중요해집니다. 제3자가 쓰는 탄원서에 당사자의 다짐을 대신 옮겨 적으면, 쓴 사람이 확인할 수 없는 것을 보증하는 모양이 되기 때문입니다.
제3자가 이 자리에서 쓸 수 있는 것은 자기 몫입니다. 내가 이 사람 곁에서 무엇을 하겠다, 어떤 자리를 마련해 두었다, 무엇을 계속 확인하겠다 하는 서술은 쓴 사람이 실제로 책임질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습니다.
이렇게 적으면 문단의 주어가 바뀝니다. 당사자가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에서, 곁에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옮겨 가고, 뒤쪽이 이 문서에 훨씬 잘 맞습니다.
- 지금 이미 달라진 것을 먼저 찾는다거처, 일자리, 만나는 사람, 다니기 시작한 곳 가운데 최근에 바뀐 것을 떠올립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아니라 이미 벌어진 변화에서 출발합니다.
- 그 변화를 누가 곁에서 보고 있는지 적는다변화가 유지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그 서술이 닫힙니다. 대개 그 사람이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입니다.
- 내가 맡을 몫을 문장의 주어로 놓는다당사자가 어떻게 하겠다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하겠다로 적습니다. 쓴 사람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 안의 문장만 남습니다.
- 되풀이되는 행동으로 적는다한 번의 다짐보다 매주 어느 요일처럼 되풀이되는 행동이 확인하기 쉽습니다. 이미 몇 차례 지켜 왔다면 그 사실을 함께 적습니다.
- 연락처를 함께 남긴다무엇을 하겠다고 적은 사람에게 확인할 통로가 없으면 그 문장은 닫히지 않습니다. 이름과 관계, 연락 수단을 그 문단 가까이에 둡니다.
셋째 단계가 이 순서의 중심입니다. 주어를 바꾸는 것만으로 확인할 수 없는 보증이 확인할 수 있는 몫으로 옮겨 갑니다.
다섯째 단계는 형식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확인할 통로가 없는 약속은 적혀 있어도 살펴볼 대상이 되기 어렵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이 글이 답할 수 없습니다
탄원서에 적힌 약속에 제재를 정해 둔 것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 대목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물음이 따라옵니다. 적어 놓고 지키지 못하면 무슨 일이 생기느냐는 것입니다.
그런 경우를 정한 조항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탄원서는 정해진 서식도 접수 절차도 없는 서면이고, 거기 적힌 약속에 이행을 강제하거나 어겼을 때 무엇을 부과하는 장치가 붙어 있지 않습니다.
약속의 구속력이나 위약에 관한 문제는 애초에 다른 문서가 다루는 영역입니다. 그런 성질을 갖도록 만들어진 문서가 따로 있고, 그쪽에서는 형식과 효과가 함께 정해집니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 필요한 것은 강한 약속이 아닙니다. 지금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을 정확히 적는 것이고, 하고 있지 않은 일을 적지 않는 것입니다.
그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는 것까지는 가능합니다. 다만 그 다짐이 지켜질 것이라고 쓴 사람이 보증하는 형태가 되면, 확인할 수 없는 문장이 하나 늘어납니다.
없는 변화를 지어내는 것보다 낫습니다. 다만 대개는 찾아보면 무언가 있습니다. 누가 곁에 있게 되었는지, 어떤 자리를 봐 주기로 했는지도 조건에 듭니다.
그렇게 이어지는지는 이 글이 말할 수 있는 범위 밖입니다. 확인 가능한 형태로 적힌 것만이 살펴볼 대상이 된다는 데까지가 말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이 문단이 자리를 잡으면 글 전체가 달라집니다
앞으로의 약속을 적던 자리가 지금의 사정을 적는 자리로 바뀝니다.
재발 방지 대목을 조건으로 다시 쓰고 나면, 그 문단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앞뒤의 서술까지 함께 정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적다 보면 그 일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가 따라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글의 시간축이 생깁니다. 예전에 어땠고 지금은 어떠하며 누가 무엇을 맡고 있는지가 순서대로 놓이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 사람 둘레의 상황이 전해집니다.
그 시간축이야말로 곁에 있는 사람만 적을 수 있는 것입니다. 절차 안의 어느 서류도 이 사람의 지난달과 이번 달을 나란히 놓아 주지 않습니다.
가족이 쓰는 경우처럼 곁에 있는 자리가 분명한 편은 따로 다뤘습니다. 여기서 정리한 것은 어느 자리에서 쓰든 이 문단을 어떻게 세우는가까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탄원서에 재발 방지 약속을 꼭 넣어야 하나요?
넣도록 정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넣는다면 다짐보다 조건으로 적는 편이 낫습니다. 지금 무엇이 달라졌고 누가 곁에서 무엇을 맡고 있는지가 확인할 수 있는 서술입니다.
제가 대신 약속해도 되나요?
자기 몫이라면 됩니다. 내가 무엇을 하겠다는 서술은 쓴 사람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습니다. 당사자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대신 보증하는 형태는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문제가 되나요?
탄원서에 적힌 약속에 제재를 정해 둔 조항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행을 강제하는 장치가 붙은 문서는 따로 있으며, 이 서면은 그런 성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아직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없는 변화를 적는 것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찾는 편이 낫습니다. 누가 곁에 있기로 했는지, 어떤 자리를 봐 주기로 했는지도 적을 수 있는 조건입니다.
연락처까지 적어야 하나요?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다만 무엇을 맡겠다고 적은 사람에게 확인할 통로가 없으면 그 문장이 닫히지 않습니다. 이름과 관계를 함께 두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본인이 쓰는 반성문과 어떻게 다른가요?
쓰는 사람이 다릅니다. 자기 잘못을 스스로 적는 문서와 곁에 있는 사람이 자기 몫을 적는 문서는 담을 수 있는 것이 서로 다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