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원서 첫 문단을 여는 방법

탄원서 마스터·8분·

첫 문단에서 정해져야 하는 것은 누가, 누구에 관해, 어떤 자격으로 쓰는가 셋입니다. 이 셋이 뒤로 밀리면 그다음 문장들은 말한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로 읽히고, 아무리 자세한 사정도 그 상태에서는 무게를 얻지 못합니다.

탄원서의 법정 서식·필수 기재사항·정형 문구를 정한 조항은 확인되지 않음 · 실무에서 사건번호와 재판부 표시가 관행으로 적히는 이유는 그 서면이 붙을 사건 기록을 특정하기 위한 것

누구의 말인지 서지 않는 첫 문단

존경하는 재판장님께 삼가 글을 올립니다. 부디 너그러운 처분을 부탁드립니다.

세 가지가 정해진 첫 문단

저는 김○○ 씨와 같은 공장에서 7년째 같은 조에 근무하고 있는 이○○입니다. 2027고단○○○○ 사건의 피고인 김○○ 씨에 관해 제가 곁에서 본 것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누구의 말인지 서지 않는 첫 문단

저는 평소 성실한 사람을 한 명 알고 있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세 가지가 정해진 첫 문단

저는 박○○ 씨가 다니는 교회에서 12년째 함께 봉사해 온 최○○이며, 매주 같은 요일에 얼굴을 보아 왔습니다. 이 글은 박○○ 씨에 관한 것입니다.

누구의 말인지 서지 않는 첫 문단

본인은 사건 관계인으로서 아래와 같이 탄원하는 바입니다.

세 가지가 정해진 첫 문단

저는 정○○ 씨의 형이며 사건이 있기 전 3년간 같은 집에서 살았습니다. 동생의 그 기간을 가장 가까이서 본 사람으로서 몇 가지를 적습니다.

고친 쪽은 모두 쓴 사람이 누구이고 어떤 자격으로 이 사람을 아는지가 첫 문장에서 끝납니다. 그다음 문장부터는 설명 없이도 사정거리가 잡힙니다.

첫 문단은 인사가 아니라 좌표를 놓는 자리입니다

이 문단이 하는 일은 뒤에 오는 문장들을 누구의 말로 읽을지 정해 주는 것입니다.

탄원서를 받아 든 쪽은 그 글을 쓴 사람을 모릅니다. 절차 안에 이름이 올라 있는 사람도 아니고, 따로 확인할 통로가 마련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글 안에서 밝히지 않으면 끝까지 모르는 채로 읽게 됩니다.

그 상태에서 사정을 아무리 길게 적어도 읽는 쪽은 그 서술을 어디에 놓아야 할지 알기 어렵습니다. 같은 문장이라도 몇 해를 곁에서 본 사람이 쓴 것인지, 이야기만 전해 들은 사람이 쓴 것인지에 따라 사정거리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첫 문단은 인사말을 놓는 칸이 아니라 좌표를 놓는 칸입니다. 누가 쓰는지, 누구에 관한 글인지, 어떤 자격으로 그 사람을 아는지 셋이 여기서 끝나야 뒤의 문단들이 제 무게로 읽힙니다.

이 서면이 유무죄를 가리는 자리에 놓이지 않고 형을 정하는 단계에서 읽히는 글이라는 점도 여기에 걸립니다. 사람에 관한 사정을 전하는 글에서 그 사람을 어떻게 아는지가 빠지면 전할 것의 절반이 빠진 셈입니다.

세 가지 물음이 각자 맡는 몫이 다릅니다

하나라도 비면 그 자리는 읽는 쪽의 짐작으로 메워집니다.

세 물음은 서로 대신할 수 없습니다. 이름만 적고 관계를 비우면 누구인지는 알아도 그 말의 근거를 알 수 없고, 관계만 적고 대상을 비우면 이 글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흐려집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비는 것은 세 번째입니다. 이름과 상대를 밝히는 데까지는 대부분 도달하는데, 그 사람을 어떤 자리에서 얼마 동안 보아 왔는지는 뒤쪽 문단에 흩어져 있거나 아예 빠집니다.

그 자리가 비면 읽는 쪽은 뒤에 나오는 서술을 잠정적으로만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 사람이 그것을 알 만한 위치에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은 채로 문장을 계속 읽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래 표는 세 가지 가운데 하나씩 빠졌을 때 글이 어떤 상태가 되는지를 놓아 본 것입니다.

첫 문단에서 빠진 것그 뒤 문장들이 놓이는 상태판단
쓰는 사람이 누구인가말은 있는데 말한 사람이 없다끝까지 복구되지 않음
누구에 관한 글인가여러 사람이 얽힌 사건에서 대상이 흔들린다기록에 붙일 곳이 흐려짐
어떤 자격으로 아는가서술의 사정거리를 가늠할 수 없다잠정으로만 읽힘
셋이 모두 있는 경우이어지는 사정이 곧바로 그 자격 위에 얹힌다설명이 더 필요 없음

둘째 줄은 사건에 여러 사람이 관계된 경우에 특히 드러납니다. 이름을 한 번도 쓰지 않고 그 사람이라고만 적어 나가면, 읽는 쪽에서 누구를 가리키는지 되짚어야 하는 대목이 계속 생깁니다.

넷째 줄이 이 표의 목표입니다. 셋이 채워지면 그다음부터는 자격을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어져, 남은 분량을 통째로 사정에 쓸 수 있습니다.

사건번호가 맨 앞에 놓이는 데는 실질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이 서면이 어느 사건 기록에 붙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어야 어디에도 닿습니다.

탄원서에 반드시 넣어야 할 항목을 정한 조항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실무 안내가 사건번호와 재판부 표시를 첫머리에 두라고 말하는 것은 형식 때문이 아니라 도착 지점 때문입니다.

같은 성이 흔한 나라에서 이름만으로는 사건이 특정되지 않습니다. 사건번호가 없으면 그 서면을 받은 쪽에서 어느 기록에 편철할지 판단할 재료가 없고, 그 상태로는 정작 읽어야 할 사람에게 닿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사건번호는 격식을 갖추는 항목이 아니라 배달 주소에 가깝습니다. 주소가 빠진 편지가 정성으로 도착하지 않듯, 이 항목이 빠진 서면은 내용이 좋아도 놓일 자리를 스스로 찾지 못합니다.

무엇을 적는가라는 항목의 문제는 필수 기재사항을 다룬 편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여기서는 그 항목을 어떤 문장으로 첫 문단에 녹여 넣는가만 다룹니다.

사건번호를 모르면 어떻게 하나요?

당사자나 그 변호인에게 확인하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확인이 어려우면 당사자의 이름과 사건이 다뤄지고 있는 곳을 최대한 좁혀 적고, 확인되는 대로 보완하는 편이 낫습니다.

사건번호를 본문 안에 문장으로 써도 되나요?

정해진 자리가 없으니 문장 안에 넣어도 됩니다. 다만 첫 문단을 넘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뒤로 갈수록 그 서면을 어디에 붙일지 판단하는 사람의 눈에서 멀어집니다.

수사 단계라 사건번호가 없다면요?

사건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적을 수 있는 표시가 달라집니다. 아직 번호가 붙지 않았다면 누구에 관한 것인지를 더 분명히 적어 두는 것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형 문구를 그대로 옮기면 첫 문단이 비어 버립니다

인터넷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첫 문장들은 대개 세 물음 가운데 하나도 답하지 않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으로 시작하는 문장이나 본인은 아래와 같이 탄원하는 바입니다 같은 문장은 널리 쓰이지만, 그 문장 자체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정한 것은 없습니다. 그런 요건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필수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그 문장이 자리를 차지한다는 데 있습니다. 첫 문단은 읽는 쪽이 가장 집중해서 보는 몇 줄인데, 그 자리를 어느 글에나 똑같이 붙는 문장으로 채우면 정작 이 글에만 있는 정보가 뒤로 밀립니다.

예의를 갖추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짧은 인사 한 줄을 앞에 두는 것과, 세 문장을 인사로만 채운 뒤 넷째 문장부터 본론에 들어가는 것은 다릅니다. 뒤쪽은 읽는 쪽이 첫 문단에서 얻는 것이 없습니다.

덧붙여, 어떤 문장을 쓰면 잘 받아들여진다는 식의 안내는 근거가 없습니다. 특정 표현이 결과를 움직인다는 것을 확인한 자료가 없으므로, 문장을 고르는 기준은 효과가 아니라 읽는 쪽이 무엇을 먼저 알게 되는가여야 합니다.

여는 방식은 하나가 아니고, 무엇을 앞세우느냐로 갈립니다

같은 세 가지를 담더라도 어느 것을 먼저 놓느냐에 따라 글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관계를 앞세우는 방식은 가장 무난합니다. 저는 누구의 무엇입니다로 시작하면 자격이 곧바로 서고, 뒤에 이어지는 사정이 그 자격 위에 자연스럽게 얹힙니다.

대상을 앞세우는 방식은 여러 사람이 얽힌 사건에서 쓸모가 있습니다. 누구에 관한 글인지를 먼저 못 박아 두면 읽는 쪽에서 대상을 되짚는 일이 없어집니다.

기간을 앞세우는 방식도 있습니다. 몇 해 동안 어떤 자리에서 보아 왔다는 사실을 첫 문장에 놓으면, 이름을 밝히기 전에 이미 이 글이 어느 정도 거리에서 쓰였는지가 전해집니다.

어느 방식을 고르든 문단 끝에서는 세 가지가 모두 채워져 있어야 합니다. 순서는 취향의 영역이지만 채워졌는지 여부는 그렇지 않습니다.

자기를 어떤 자격으로 소개할 것인가는 그것만으로 한 편이 될 만큼 갈리는 대목이라 따로 다뤘습니다. 여기서는 그 소개가 첫 문단이라는 자리에 어떻게 놓이는가까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탄원서 첫 문장은 정해진 것이 있나요?

정해진 문구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널리 쓰이는 인사말이 있을 뿐이며 그것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첫 문단에서 무엇이 정해지는가를 기준으로 문장을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이라는 인사를 꼭 써야 하나요?

그런 요건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예의를 갖추는 한 줄을 두는 것은 자유이지만, 첫 문단 전체를 인사로 채우면 정작 이 글에만 있는 정보가 뒤로 밀립니다.

첫 문단에 사건번호를 꼭 넣어야 하나요?

넣도록 정한 조항은 없습니다. 다만 그 서면이 어느 사건 기록에 붙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항목이라, 실무에서 첫머리에 두라고 안내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 문단은 어느 정도 길이가 적당한가요?

길이를 정한 기준이 없습니다. 세 가지가 채워지면 끝내도 되고, 채워지지 않았다면 길어도 제 몫을 못 합니다. 대개는 두세 문장이면 충분합니다.

자기 직함이나 소속을 크게 써 두면 도움이 되나요?

직함이 글의 무게를 정한다고 볼 근거가 없습니다. 도움이 되는 것은 그 자리에서 이 사람을 얼마나 가까이 보았는지가 드러나는 서술이지, 직함 자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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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원서 마스터비즈폼 탄원서 서식 담당 · 최종 수정 2027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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