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서 없이 진행했다가 생긴 분쟁
발주서 마스터·8분·
위탁을 받고도 서면을 받지 못했다면 받은 쪽이 내용을 적어 확인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요구를 받은 쪽이 열닷새 안에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으면 적어 보낸 내용대로 위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 회신 기한은 통지를 받은 날부터 15일입니다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나는 일이 실제로 잦습니다
급하다는 한마디에 먼저 움직이고 문서는 뒤로 미루는 순서가 흔합니다.
전화 한 통이나 메신저 한 줄로 일이 시작됩니다. 물량이 급하니 우선 준비해 달라, 서류는 정리해서 곧 보내겠다는 말이 뒤따릅니다. 오랫동안 거래해 온 사이라면 그 말에 기대어 재료를 사고 사람을 붙입니다. 문서는 대금을 정산할 무렵에야 한꺼번에 맞추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중간에 무언가 어긋날 때 드러납니다. 물량이 줄거나 사양이 바뀌거나 담당자가 바뀌면, 처음에 무엇을 어떤 조건으로 하기로 했는지를 양쪽이 다르게 기억합니다.
이때 흔히 나오는 결론이 있습니다. 문서가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 것입니다. 준비한 쪽은 이미 들어간 비용을 떠안고, 맡긴 쪽은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기울어 있으면 그대로 끝나 버립니다.
그런데 일정한 거래에서는 이 결론이 뒤집힙니다. 문서를 받지 못한 쪽이 스스로 문서를 만들어 상대에게 들이밀 수 있는 절차가 법에 마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문서가 없을 때 실제로 다투어지는 것
다투는 대상은 거래가 있었는지가 아니라 그 조건이 무엇이었는지입니다.
일이 진행된 흔적은 대체로 남습니다. 자재를 사들인 기록, 라인을 돌린 기록, 완성품을 실어 보낸 기록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 거래도 없었다는 주장은 잘 나오지 않습니다.
갈리는 것은 그다음입니다. 단가를 얼마로 하기로 했는지, 몇 개를 만들기로 했는지, 언제까지 넣기로 했는지, 검사에서 걸린 물건을 어떻게 하기로 했는지가 비어 있습니다. 이 네 칸이 비어 있으면 이미 들어간 비용을 누가 떠안을지가 정해지지 않습니다.
아래 표는 문서가 없을 때 양쪽이 각각 어떻게 말하게 되는지를 자주 보는 순서대로 늘어놓은 것입니다. 어느 쪽이 옳은지를 가리려고 만든 표가 아니라, 무엇이 비어 있으면 무엇이 다투어지는지를 보여 주려고 만든 표입니다.
| 비어 있는 칸 | 맡긴 쪽의 말 | 받은 쪽의 말 |
|---|---|---|
| 단가 | 그 금액에 합의한 적이 없다 | 그 금액이니 준비한 것이다 |
| 수량 | 필요한 만큼만 받기로 했다 | 전량을 만들기로 했다 |
| 납기 | 그 날짜를 넘겼으니 받을 수 없다 | 그 날짜를 정한 적이 없다 |
| 검사 기준 | 품질이 기준에 못 미친다 | 그 기준을 들은 적이 없다 |
표의 오른쪽 두 칸은 어느 것도 거짓말이 아닐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이해를 각자 사실로 기억하고 있을 뿐입니다. 정해 둔 것이 없으면 나중에 정하는 사람이 유리해지고, 대개 일감을 주는 쪽이 그 자리에 섭니다.
법이 이 자리에 개입한 방식이 다음 절의 내용입니다.
받지 못한 쪽이 먼저 적어 보낼 수 있습니다
맡긴 쪽이 열닷새 안에 답하지 않으면 적어 보낸 내용이 기준이 됩니다.
하도급거래에 해당하는데도 서면을 받지 못한 경우, 받은 쪽은 자기가 위탁받은 작업의 내용과 대금 등을 적은 서면을 상대에게 보내 위탁 내용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문서를 만들 권한이 없던 쪽이 문서를 만들어 보내는 셈입니다.
요구를 받은 쪽에게는 답할 의무가 생깁니다. 통지를 받은 날부터 15일 안에 그 내용을 인정하는지 부인하는지를 서면으로 회신해 보내야 합니다. 그 기간에 회신을 보내지 않으면 받은 쪽이 적어 보낸 내용대로 위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천재지변처럼 회신할 수 없는 사정이 있었던 경우만 예외입니다.
구조를 뒤집어 보면 이 절차의 무게가 보입니다. 문서가 없으면 있었다고 주장하는 쪽이 증명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부담이, 이 자리에서는 답하지 않은 쪽에게 옮겨 갑니다. 답하지 않는 것이 유리한 선택이 아니게 됩니다.
- 적을 것을 모은다위탁받은 작업의 내용과 대금, 언제 누구에게 무엇을 지시받았는지를 한 장으로 정리합니다.
- 확인을 요구해 보낸다확인해 달라는 뜻과 함께 보내고, 보낸 날짜가 남는 방법을 고릅니다.
- 열닷새를 센다받은 날부터 세는 기간이므로 도달한 날을 알 수 있어야 합니다.
- 회신을 받아 둔다인정이든 부인이든 회신이 오면 그 자체가 뒤에 쓰이는 자료가 됩니다.
원사업자는 통지를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그 내용에 대한 인정 또는 부인의 의사를 수급사업자에게 서면으로 회신을 발송하여야 하며, 이 기간에 회신을 발송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원래 수급사업자가 통지한 내용대로 위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천재나 그 밖의 사변으로 회신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 2026년 8월 확인
보내는 방법을 아무렇게나 고르면 이 절차가 헛돕니다. 내용증명우편처럼 무엇을 언제 보냈고 상대가 받았는지를 밖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라는 것이 실무의 정리입니다. 메신저로 보내 두고 상대가 읽지 않았다면 열닷새를 언제부터 세는지부터 다투게 됩니다.
추정이라는 말도 그대로 읽어야 합니다. 반대되는 사실이 드러나면 뒤집힐 수 있는 상태이지 확정된 상태가 아닙니다. 그래도 출발선이 어느 쪽에 놓이는지가 달라지는 것만으로 다툼의 모양이 크게 바뀝니다.
가만히 있는 것이 받아들인 것이 되는 자리
주문을 받은 상인이 답을 미루면 승낙한 것으로 보는 규정이 따로 있습니다.
방향을 바꿔 이번에는 주문을 받은 쪽이 답하지 않은 경우를 봅니다. 상법에는 상인이 답을 미룰 때의 결과를 정해 둔 조문이 있습니다. 조건이 붙어 있어 아무 주문에나 걸리지는 않습니다.
먼저 답하지 않은 쪽이 상인이어야 하고, 주문을 보낸 상대와 상시 거래관계에 있어야 합니다. 상시 거래관계란 비슷한 거래가 이미 여러 차례 오갔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사이를 가리킵니다. 처음 연락해 온 곳에서 보낸 주문에는 걸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문의 내용이 그 상인의 영업 부류에 속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늘 만들어 온 품목에 대한 주문이라면 여기에 들어오고, 영업과 관계없는 부수적인 거래라면 들어오지 않습니다.
상인이 상시 거래관계에 있는 자로부터 그 영업부류에 속한 계약의 청약을 받은 때에는 지체없이 낙부의 통지를 발송하여야 한다. 이를 해태한 때에는 승낙한 것으로 본다.
상법 제53조(청약에 대한 낙부통지의무) · 2026년 8월 확인
조건이 모두 갖춰졌을 때의 결과는 분명합니다. 받아들일지 말지를 곧바로 알리지 않으면 받아들인 것으로 보게 됩니다. 나중에 물량이 밀려 못 하겠다고 말해도 이미 계약이 있는 상태에서의 이야기가 됩니다.
그러니 오래 거래해 온 곳에서 온 주문일수록 회신이 급해집니다. 친한 사이라 굳이 답하지 않아도 알아서 이해해 주겠거니 하는 관계가 정확히 이 조문이 겨냥한 관계입니다. 못 받겠으면 못 받겠다고 짧게라도 보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장치들이 닿지 않는 거래
앞의 두 규정에는 각각 다른 문턱이 있습니다.
확인을 요구하는 절차는 하도급거래에 해당해야 굴러갑니다. 맡기는 쪽과 받는 쪽의 규모 관계가 법이 정한 조건에 들어맞지 않으면 그 절차 자체가 없습니다. 어떤 거래가 거기에 들어가는지는 따로 정리한 글에서 다룹니다.
답을 미룬 것이 받아들인 것이 되는 규정은 상인 사이의 상시 거래관계라는 문턱을 넘어야 합니다. 두 문턱은 서로 다른 것이어서, 하나에 걸리는 거래가 다른 하나에는 걸리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두 문턱을 다 넘지 못하는 거래라면 결국 남는 것은 각자가 모아 둔 자료입니다. 다만 이때도 문서를 남기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나중에 정리하겠다는 말 대신, 지시를 받은 그날 그 내용을 적어 상대에게 회신해 두는 습관 하나로 비어 있던 칸이 채워집니다.
정리하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우리 거래가 어느 문턱을 넘는지 먼저 보고, 넘는다면 그 절차를 쓰고, 넘지 않는다면 스스로 회신을 남깁니다. 문서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포기할 자리는 생각보다 좁습니다.
제때 건네지 않은 쪽에 남는 것
시정조치와 과징금이 따로 있고, 늦게 준 것도 안 준 것과 함께 다뤄집니다.
서면을 건네야 하는 거래인데 건네지 않았거나 시기를 넘겨 건넸다면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 대상이 됩니다. 위반이 인정되면 시정조치가 내려지고,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과징금의 상한은 그 거래의 대금을 기준으로 정해져 있어, 건별 금액이 클수록 무게가 커집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것이 있습니다. 나중에 서류를 갖춰 두었다고 해서 처음의 어긋남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규정이 보는 것은 서류가 존재하는지가 아니라 상대가 움직이기 시작하기 전에 그것이 갔는지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손볼 곳은 대개 결재 순서입니다. 발주 담당자가 구두로 먼저 지시하고 내부 승인은 나중에 받는 구조라면, 승인이 나기 전에는 지시하지 않는 쪽으로 순서를 바꾸는 것이 유일한 해결입니다. 양식을 고치거나 문구를 다듬는 것으로는 이 어긋남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결국 이 글의 두 이야기는 같은 곳을 가리킵니다. 받은 쪽에게는 되돌릴 절차가 있고, 맡긴 쪽에게는 미루면 남는 것이 있습니다. 한 장을 제때 주고받는 일이 양쪽 모두에게 가장 싼 방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발주서를 못 받았는데 이미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하도급거래에 해당한다면 위탁받은 작업의 내용과 대금 등을 적은 서면을 보내 위탁 내용의 확인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15일 안에 회신하지 않으면 보낸 내용대로 위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확인 요구는 어떤 방법으로 보내야 하나요?
무엇을 언제 보냈고 상대가 받았는지를 밖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안전합니다. 내용증명우편이 실무에서 널리 쓰입니다.
추정되면 그대로 확정되는 것인가요?
아닙니다. 추정은 반대되는 사실이 드러나면 뒤집힐 수 있는 상태입니다. 다만 다툼의 출발선이 어느 쪽에 놓이는지가 달라집니다.
주문을 받고 답을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상인이 상시 거래관계에 있는 상대로부터 자기 영업 부류에 속한 주문을 받고 곧바로 알리지 않으면 받아들인 것으로 봅니다. 처음 연락해 온 곳의 주문에는 이 규정이 걸리지 않습니다.
나중에 서류를 갖춰 두면 문제가 없어지나요?
규정이 보는 것은 서류가 존재하는지가 아니라 상대가 움직이기 시작하기 전에 그것이 갔는지입니다. 뒤늦게 맞춰 둔 서류로는 시기의 어긋남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하도급거래가 아니면 방법이 없나요?
확인을 요구하는 절차는 쓸 수 없지만, 지시를 받은 그날 그 내용을 적어 상대에게 회신해 두면 비어 있던 조건이 문서로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