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록 발언을 어디까지 옮겨 적나
회의록 마스터·7분·
발언을 그대로 받아 적으라고 요구하는 조항은 어느 회의체에도 없습니다. 가장 자세하게 정해 둔 조항조차 「발언요지」에서 멈춥니다. 그러니 물어야 할 것은 얼마나 길게 적느냐가 아니라, 지금 만드는 것이 어느 회의체의 기록이냐입니다.
상법 제373조 제2항은 경과요령과 결과, 상법 제391조의3 제2항은 안건·경과요령·결과와 반대자 및 반대이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59조의3 제1항은 발언요지를 요구 · 네 회의체 가운데 축어 기록을 요구하는 조항은 하나도 없음
김 부장: 음… 그러니까 제 생각에는요, 이게 지금 시기가 좀 그렇지 않나 싶은데, 아니 뭐 반대는 아니고요, 다음 달로 미루면 어떨까 해서요.
김 부장은 시행 시기를 다음 달로 미루자는 의견을 냈다.
(웃음) 아 그건 저번에도 나왔던 얘기인데, 그때 결론이 안 났었죠? 네 맞아요. 그럼 다시 볼까요. 자료가 어디 있더라.
지난 회의에서 결론이 나지 않은 사항이라는 지적이 있어 자료를 다시 확인하기로 했다.
박 팀장: 저는 좀 다르게 봅니다. 아니 그러니까, 예산이요. 예산이 문제죠. 그거 아니면 저도 찬성이에요.
박 팀장은 예산 확보가 되지 않은 점을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요구되는 수준이 회의체마다 갈립니다
얼마나 자세히 적을지를 정하기 전에, 지금 만드는 것이 어느 회의체의 기록인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회의록을 앞에 두고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물음이 어디까지 적느냐입니다. 그런데 이 물음에는 하나의 답이 없습니다. 어떤 회의는 기재할 것이 법에 정해져 있고, 어떤 회의는 그런 조항이 아예 없기 때문입니다.
주주총회와 이사회처럼 법이 대상을 지목해 둔 회의체는 무엇을 남길지가 조문에 적혀 있습니다. 국·공립학교 운영위원회는 개별 법령이 더 촘촘하게 정해 두었습니다. 반면 부서 주간회의나 거래처 미팅에는 그런 조항이 붙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래 표를 읽는 방법도 위에서 아래로가 아닙니다. 자기 회의가 어느 줄에 해당하는지 먼저 찾고, 그 줄만 보시면 됩니다. 다른 줄의 기준을 자기 회의에 옮겨 오면 필요 없는 것을 만들거나 필요한 것을 빠뜨리게 됩니다.
표의 오른쪽 끝에 근거를 함께 적어 둔 이유가 있습니다. 어느 회의체의 규칙인지 밝히지 않은 채 기준만 옮겨 다니는 것이 이 문서를 다룰 때 가장 흔한 사고이기 때문입니다.
| 회의체 | 법이 요구하는 기록의 수준 | 근거 |
|---|---|---|
| 주주총회 | 의사의 경과요령과 그 결과 | 상법 제373조 제2항 |
| 이사회 | 안건 · 경과요령 · 결과 · 반대하는 자와 그 반대이유 | 상법 제391조의3 제2항 |
| 국·공립학교 운영위원회 | 회의 일시 · 장소 · 참석자 · 안건 · 발언요지 · 결정사항 |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59조의3 제1항 |
| 일반 사내 회의 | 정해 둔 조항이 없습니다 | — |
네 줄을 나란히 놓으면 한 가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아래로 갈수록 요구가 자세해지다가 마지막 줄에서 뚝 끊깁니다. 법이 관심을 갖는 회의체와 그렇지 않은 회의체가 갈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요구가 가장 자세한 세 번째 줄에서조차 마지막 항목이 발언요지입니다. 이 한 낱말이 이 편의 답을 거의 다 담고 있습니다.
가장 자세한 조항도 발언요지에서 멈춥니다
국·공립학교 운영위원회의 회의록조차 요구되는 것은 발언 자체가 아니라 그 요지입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국·공립학교에 두는 운영위원회의 회의를 열었을 때 회의 일시와 장소, 참석자, 안건, 발언요지, 결정사항이 담긴 회의록을 만들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 법령 가운데 회의록에 담을 것을 항목으로 나열한 드문 조항입니다. 이 조항의 전문과 공개 의무는 학교 운영위원회를 다룬 편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나열된 항목의 개수가 아니라 다섯 번째 항목의 이름입니다. 발언이 아니라 발언요지입니다. 누가 무슨 취지로 말했는지를 남기라는 것이지, 입에서 나온 말을 그대로 옮기라는 것이 아닙니다.
상법 쪽은 한층 더 간결합니다. 주주총회는 의사의 경과요령과 그 결과를 적으라고 하고, 이사회는 여기에 안건과 반대한 사람 및 반대이유를 더 얹습니다. 경과요령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요약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네 층 어디를 보아도 축어 기록을 요구하는 자리가 없습니다. 이 사실을 확인하고 나면 남는 물음이 바뀝니다. 얼마나 줄여도 되는가가 아니라, 줄이는 과정에서 무엇을 잃지 않아야 하는가입니다.
정관이나 사내 규정이 법보다 자세한 것을 요구하는 것은 막히지 않습니다. 그 경우 기준은 그 규정이며, 법이 요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규정을 어길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 조항은 국·공립학교에 두는 운영위원회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일반 회사의 부서 회의에 그대로 옮겨 붙일 수 없습니다.
제재가 따르지 않는다는 뜻이지 아무래도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일반 회의의 기록은 나중에 무엇을 증명할 것인가로 기준을 세우게 되며, 그 기준은 법이 아니라 그 조직이 정합니다.
그대로 받아 적은 기록은 오히려 읽히지 않습니다
길이가 늘어난 만큼 찾기 어려워지고, 찾기 어려워진 기록은 필요할 때 쓰이지 못합니다.
말을 놓치는 것이 두려워 들리는 대로 옮기는 방식이 안전해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몇 달 뒤에 그 문서를 꺼내는 사람은 전체를 읽지 않습니다. 자기가 궁금한 한 줄을 찾으려고 열어 봅니다.
말을 그대로 옮기면 그 한 줄이 군더더기 사이에 묻힙니다. 망설임과 되풀이와 곁가지가 함께 실려 있어서, 무엇이 의견이고 무엇이 지나가는 말인지 읽는 쪽이 다시 가려내야 합니다. 그 가려내는 일을 적는 사람이 하지 않으면 읽는 사람 모두가 각자 하게 됩니다.
더 나쁜 것은 그렇게 가려낸 결과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입니다. 같은 문단을 놓고 한 사람은 결정으로 읽고 다른 사람은 검토 의견으로 읽습니다. 기록이 있는데도 무엇이 정해졌는지를 두고 다시 이야기하게 되는 자리가 대개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옮겨 적는 양이 많을수록 정확하다는 생각은 여기서 뒤집힙니다. 정확한 기록은 말을 많이 담은 기록이 아니라, 그 자리에 없던 사람이 읽어도 같은 그림을 떠올리는 기록입니다.
속기록과 회의록은 서로 다른 물건입니다
말을 남기는 문서와 회의를 남기는 문서는 만드는 목적이 처음부터 다릅니다.
말이 오간 그대로를 옮긴 문서와 회의가 어떻게 흘러 무엇으로 마무리되었는지를 옮긴 문서는 이름이 비슷해도 하는 일이 다릅니다. 앞의 것은 발언 자체를 남기는 것이 목적이고, 뒤의 것은 회의라는 사건을 남기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구별을 세워 두면 헷갈리던 것이 정리됩니다. 녹음 파일을 받아 적은 텍스트가 곧 회의록이 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 텍스트는 재료이고, 회의록은 그 재료에서 안건과 경과와 결과를 골라내 다시 세운 문서입니다.
그래서 자동으로 만들어진 받아쓰기 결과를 그대로 붙여 두면 회의록이 아니라 아주 긴 초안이 남습니다. 누가 그 초안을 읽고 무엇을 남길지 정했는가라는 단계가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기까지가 이 편이 다루는 범위입니다. 받아쓴 문서가 법적으로 어떤 지위를 갖는지는 이 클러스터가 조사하지 않은 영역이라 다루지 않습니다. 두 문서가 다른 물건이라는 구별까지만 세워 두시면 됩니다.
줄이면서 잃지 말아야 하는 것
덜어내도 되는 것은 말투와 곁가지이고, 남겨야 하는 것은 누가 무엇을 왜 말했는가입니다.
요지로 줄인다는 것은 문장을 짧게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발언 하나에서 나중에 필요해질 부분만 남기는 일입니다. 그 부분은 대개 세 조각으로 정리됩니다. 누가 말했는지, 무엇을 말했는지,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말했는지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자주 잘려 나가는 것이 세 번째입니다. 결론만 남기고 이유를 덜어내면 문장이 깔끔해지지만, 나중에 그 결정을 다시 볼 때 왜 그렇게 갈렸는지를 알 길이 사라집니다. 특히 다른 의견이 있었던 자리에서 이유가 사라지면 기록의 값이 크게 떨어집니다.
이사회의 경우는 이 대목이 취향의 문제가 아닙니다. 상법이 이사회 의사록에 반대하는 사람과 그 반대이유를 적도록 정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조문 자체는 이사회 의사록의 법적 요건을 다룬 편에 옮겨 두었고, 반대 의견을 어떻게 문장으로 남기는지는 따로 한 편을 두었습니다.
아래 목록은 한 발언을 줄인 뒤에 그 줄만 떼어 읽으며 확인하는 항목입니다. 걸리는 것이 있으면 문장을 늘리기보다 빠진 조각 하나를 채워 넣는 편이 빠릅니다.
줄인 한 줄을 떼어 읽으며 확인
줄이는 일이 어려운 것은 무엇을 버릴지 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버리지 않으면 판단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지만, 그 판단은 사라지지 않고 읽는 사람 쪽으로 넘어갑니다.
무엇을 적는가라는 항목의 물음은 필수 기재사항을 다룬 편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 편이 다룬 것은 그 항목들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옮길 것인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회의록에 발언을 그대로 옮겨 적어야 하나요?
그렇게 요구하는 조항은 없습니다. 상법은 경과요령과 결과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발언요지를 요구할 뿐이며 일반 사내 회의에는 그런 조항 자체가 붙지 않습니다.
발언자 이름을 반드시 적어야 하나요?
이사회 의사록은 반대한 사람과 그 이유를 적도록 정해 두었으므로 그 자리에서는 누구인지가 남아야 합니다. 일반 회의록에는 그런 조항이 없으나, 나중에 누가 무엇을 맡았는지를 되짚으려면 이름이 있는 편이 쓸모가 큽니다.
녹음을 받아 적은 파일을 회의록으로 써도 되나요?
받아 적은 텍스트는 재료이고 회의록은 그 재료에서 안건과 경과와 결과를 골라 세운 문서입니다. 골라내는 단계를 거치지 않은 문서는 길이만 긴 초안에 가깝습니다.
요약이 지나쳐 내용이 빠지면 문제가 되지 않나요?
이사회 의사록이라면 반대자와 반대이유가 조문상 기재사항이므로 그 부분이 빠지면 요구된 것을 빠뜨린 것이 됩니다. 일반 회의록에는 그런 조항이 없어 판단 기준을 조직이 스스로 세우게 됩니다.
회의 중에 나온 잡담이나 농담도 적어야 하나요?
안건과 무관한 대목까지 남기라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남길지 여부는 그 대목이 나중에 무엇을 설명해 주는가로 판단하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