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증 친구에게 돈을 빌려줄 때
차용증 마스터·7분·
친구 사이에서 갈리는 것은 돈이 오갔는지가 아니라 그 돈이 빌려준 돈이었는지입니다. 이체 기록은 옮겨 간 사실만 남기고, 돌려받기로 했다는 점은 그렇게 주장하는 쪽이 따로 밝혀야 합니다.
민법 제598조는 소비대차를 소유권 이전 약정과 같은 종류·품질·수량의 반환 약정으로 정하며 문서를 요건으로 삼지 않음 · 이자 약정이 없으면 무이자가 원칙
친구라서 그냥 넘어가는 것
- 계좌번호만 받고 바로 이체한다
- 언제 갚을지는 형편 봐서 정하기로 한다
- 이자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다
- 메신저로 오간 대화를 그때그때 지운다
- 차용증을 써 주면 친구를 의심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문서에 남겨 두는 것
- 송금 화면과 함께 반환 약속을 한 줄 받아 둔다
- 갚을 날을 날짜로 못 박아 적는다
- 이자를 붙일지 말지를 문장으로 정한다
- 돈 이야기가 오간 대화는 따로 갈무리해 둔다
- 두 사람이 같은 내용을 기억하게 만드는 장치로 본다
친구 사이에서 문서가 사라지는 이유
관계가 가까울수록 남는 기록은 얇아집니다.
친한 사람에게 돈을 건네는 자리에는 대개 서두름이 끼어 있습니다. 사정을 듣고 계좌번호를 받아 그 자리에서 이체를 끝내는 흐름이라, 종이를 꺼내자는 말이 들어갈 틈이 잘 생기지 않습니다.
말을 꺼내기 어려운 진짜 이유는 시간이 아니라 신호입니다. 문서를 만들자는 제안이 상대를 믿지 못한다는 뜻으로 읽힐까 봐 걱정하게 되고, 그 걱정 때문에 조건을 정하는 대화 자체를 건너뛰게 됩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빠지는 것은 종이 한 장이 아닙니다. 얼마를 언제까지 어떤 조건으로 주고받기로 했는지가 두 사람의 기억에만 남고, 기억은 시간이 지나며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그래서 친구 사이의 차용증은 상대를 압박하는 물건이 아니라 두 사람이 같은 내용을 기억하도록 붙잡아 두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이 관점으로 보면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도 자연스럽게 정해집니다.
돈이 건너간 사실과 빌려준 사실은 다른 층에 있습니다
이체 내역이 증명하는 것은 이체뿐입니다.
계좌이체 기록은 강력한 자료처럼 보입니다. 날짜와 금액과 받는 사람이 은행 기록에 그대로 남으니 더 붙일 것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그 기록이 보여 주는 것은 그 날짜에 그 금액이 상대의 계좌로 옮겨 갔다는 사실까지입니다. 돈이 옮겨 가는 이유는 하나가 아니어서, 빌려준 것일 수도 있고 그냥 준 것일 수도 있으며 물건값을 치른 것이거나 대신 내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갈래를 이체 기록은 나누어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툼이 생기면 돌려받기로 한 약속이 있었다는 점을 따로 보여야 하고, 차용증이 메우는 자리가 바로 여기입니다.
문서에 서명이나 도장, 손도장이 있으면 그 문서가 진정하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민사소송법의 태도입니다. 추정일 뿐 확정은 아니어서 상대가 뒤집을 여지는 남으며, 조문과 그 한계는 차용증만 있으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나 편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친구 사이 차용증에 실제로 필요한 칸
여섯 칸이면 충분하고, 그중 둘이 가장 자주 비어 있습니다.
법이 정한 차용증 서식은 없습니다. 필수 기재사항이 몇 개라고 정한 조항도 없어서, 무엇을 적을지는 이 문서가 나중에 어떤 질문에 답해야 하는지를 거꾸로 짚어 정하는 편이 빠릅니다.
아래 표의 오른쪽 칸이 그 질문입니다. 비워 두었을 때 어디가 흔들리는지를 적어 두었으니 채울 순서를 정하는 데 쓰십시오.
| 칸 | 왜 필요한가 | 비워 두면 |
|---|---|---|
| 당사자 | 동명이인과 구분해 사람을 특정한다 | 나중에 누구를 상대로 청구할지가 흔들린다 |
| 금액 | 빌려준 액수를 못 박는다 | 이체 금액과 대여 금액이 같은지부터 다툰다 |
| 건넨 날과 방법 | 이자 계산의 출발점이 된다 | 계약한 날과 실제 송금한 날이 어긋난 채로 남는다 |
| 갚을 시기 | 언제부터 청구할 수 있는지를 정한다 | 최고라는 절차가 하나 더 붙는다 |
| 이자 약정 | 붙일지 말지를 분명히 한다 | 적지 않으면 무이자가 원칙이다 |
| 서명 또는 도장 | 문서의 진정을 추정받는다 | 정말 쓴 것인지부터 다투게 된다 |
셋째 줄과 넷째 줄이 친구 사이에서 가장 자주 비는 칸입니다. 이자 있는 소비대차의 이자는 계약한 날이 아니라 빌리는 쪽이 목적물을 인도받은 때부터 계산하는 것이 민법 제600조의 내용이라, 계약서에 적힌 날짜와 실제 송금일이 다르면 계산이 처음부터 어긋납니다.
갚을 시기를 정하지 않으면 곧바로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기간을 정해 반환을 최고하는 절차가 하나 더 붙습니다. 반대로 빌린 쪽은 언제든 갚을 수 있으며, 이 구조는 차용증 변제기를 안 정하고 쓰면 어떻게 되나 편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이자를 붙일 것인가
안 적으면 무이자, 적으려면 상한이 있습니다.
민법이 소비대차의 요건으로 적어 둔 것은 넘겨주기로 하는 약정과 같은 종류·품질·수량으로 돌려주기로 하는 약정 둘뿐입니다. 이자는 그 요건에 들어 있지 않아서, 아무 말도 적지 않으면 이자가 붙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친구 사이에서는 이 원칙이 대체로 그대로 적용됩니다. 다만 붙이기로 했다면 상한을 확인해야 하는데, 개인 사이의 금전대차에 걸리는 최고이자율은 연 20퍼센트이고 2021년 7월 7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흔히 어긋나는 부분이 근거의 위치입니다. 이자제한법이라는 법률에 적혀 있는 것은 연 25퍼센트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라는 위임이고, 연 20퍼센트라는 값은 그 위임에 따른 대통령령이 정한 것입니다.
이름을 바꾸어도 이자로 되돌아온다는 점도 알아 두는 편이 좋습니다. 수수료나 사례금처럼 다른 이름을 붙여 받은 것도 금전의 대차와 관련해 받은 것이면 이자로 보므로, 상한을 우회하는 구조로는 쓰이지 않습니다.
약정이 없으면 이자가 붙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 뒤늦게 요구하기 어렵습니다. 붙일 생각이라면 처음부터 비율과 지급 시기를 함께 적어 두십시오.
무효가 되는 것은 초과하는 부분입니다. 원금을 돌려받을 권리와 갚을 의무는 그대로 남고, 자세한 처리 순서는 최고이자율을 다룬 편에 있습니다.
원금이 10만 원에 못 미치는 대차에는 최고이자율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보다 큰 금액이라면 상한을 확인하고 적으십시오.
친구 사이에서 자주 어긋나는 지점
가까운 사이일수록 절차를 건너뛴 자리에서 손해가 생깁니다.
첫째, 차용증만 있으면 바로 상대의 재산을 압류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경우입니다. 강제집행에는 판결이나 그에 준하는 집행권원과 집행문이 필요하고, 차용증은 그중 어느 것도 아닙니다.
둘째, 갚겠다는 문자를 받아 두면 시효 걱정이 사라진다고 아는 경우입니다. 민법이 정한 시효 중단 사유는 청구, 압류 또는 가압류·가처분, 승인 세 가지이며 전화나 문자로 독촉했다는 사실만으로 중단되지는 않습니다.
셋째, 현금으로 건네고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체 기록마저 없으면 돈이 옮겨 간 사실부터 보여야 해서 출발선이 한 칸 더 뒤로 물러납니다.
넷째, 다 쓴 차용증을 상대에게 건네고 자기 손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경우입니다. 차용증은 대체로 빌리는 쪽이 써서 빌려주는 쪽에 건네는 형식이므로, 원본을 누가 갖는지를 정하고 사진이라도 따로 보관해 두십시오.
친구에게 빌려주기 전 점검
돈을 갚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형사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빌릴 당시에 갚을 뜻과 능력이 있었는지가 갈림길이며, 이 판단 구조는 차용증을 썼는데도 돈을 못 받는 이유 편에서 다룹니다.
자주 묻는 질문
친구 사이인데 차용증을 꼭 써야 하나요?
서면으로 작성할 의무를 정한 조항은 없습니다. 다만 돌려받기로 했다는 점을 나중에 보여야 할 사람은 빌려준 쪽이라, 문서를 남겨 두는 실익은 그쪽에 더 큽니다.
계좌이체 내역만 있으면 되지 않나요?
이체 내역은 돈이 옮겨 간 사실을 보여 줍니다. 그것이 대여였다는 점은 별도로 밝혀야 하므로 반환 약속이 담긴 자료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손으로 쓴 차용증도 효력이 있나요?
방식을 정한 조항이 없어 손으로 쓴 것도 효력에 차이가 없습니다. 읽는 사람이 금액과 날짜를 오해하지 않도록 또박또박 적는 편이 낫습니다.
친구에게 무이자로 빌려주면 세금 문제가 생기나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의4는 타인으로부터 금전을 무상으로 또는 적정 이자율보다 낮은 이자율로 대출받은 경우를 규정합니다. 다만 친족이 아닌 사이에서 이 조문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금액이 크다면 세무 상담을 거치는 편이 안전합니다.
차용증을 쓰면 바로 압류할 수 있나요?
압류를 포함한 강제집행에는 집행권원이 필요하고 차용증은 집행권원이 아닙니다. 공정증서로 만들거나 재판 절차를 거쳐 집행권원을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