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계약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계약서보다 앞서는 경우
임대차계약서 마스터·8분·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계약서에 무엇을 적었든 결론을 따로 정해 둔 조항이 있습니다. 기간을 2년으로 보는 규정, 증액청구의 상한, 등기 없이 생기는 대항력, 담보물권자보다 앞서는 최우선변제가 대표적이며, 모두 임차인 쪽으로만 기울어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제7조·제3조·제8조 · 최우선변제 금액은 2023년 2월 21일 시행 시행령(대통령령 제33254호) 기준
계약서 문구가 곧 결론이라는 읽기
- 기간을 1년으로 적었으니 1년으로 끝난다고 본다
- 특약에 증액 폭을 크게 적어 두면 그대로 올릴 수 있다고 본다
- 등기를 하지 않았으니 제삼자에게는 아무것도 주장할 수 없다고 본다
- 근저당이 먼저 잡혀 있으면 보증금은 순위에서 늘 뒤라고 본다
- 표준 서식이 아닌 계약서를 썼으니 효력이 약하다고 본다
법이 결론을 따로 정해 둔 자리
- 2년 미만으로 정한 기간은 2년으로 보되 임차인만 짧은 기간을 주장할 수 있다
- 존속 중인 임대차의 증액청구는 약정액의 20분의 1을 넘지 못한다
-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치면 등기가 없어도 그 다음 날부터 효력이 생긴다
- 소액임차인은 경매신청 등기 전 요건을 갖추면 담보물권자보다 먼저 받는다
- 표준계약서는 우선 사용을 권하는 서식이고 다른 서식도 합의로 쓸 수 있다
계약서가 마지막 말이 아닌 이유
주택 임대차에서는 서명한 문서 위에 한 겹이 더 얹혀 있습니다.
계약이라고 하면 보통 당사자가 합의한 내용이 곧 규칙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건을 사고파는 계약이라면 대체로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주택 임대차는 살 곳을 정하는 계약이라, 협상력이 한쪽으로 쏠린 상태에서 서명이 이루어지는 일이 잦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그 쏠림을 전제로 만들어진 법입니다. 그래서 조문을 읽어 보면 당사자가 정할 여지를 남겨 둔 문장과, 결과를 미리 못 박아 둔 문장이 섞여 있습니다. 후자에 해당하는 자리에서는 계약서에 적힌 문구가 그대로 결론이 되지 않습니다.
특징은 문장 형식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 기간을 2년으로 본다, 20분의 1의 금액을 초과하지 못한다, 등기가 없는 경우에도 효력이 생긴다 같은 표현이 그렇습니다. 당사자에게 묻지 않고 결론부터 적어 둔 문장들입니다.
더 눈여겨볼 것은 방향입니다. 이 문장들은 한쪽으로만 기울어 있습니다. 짧게 정한 기간을 두고도 임차인만 그 기간이 유효하다고 주장할 수 있게 해 두었고, 상한은 올리는 쪽에만 걸어 두었습니다. 균형을 맞추려는 장치라기보다 기울어진 자리를 되돌리려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법이 결론을 따로 정해 둔 네 국면
기간, 증액, 대항력, 최우선변제 — 이 넷이 계약서와 어긋날 수 있는 대표적인 자리입니다.
어디에서 법이 앞서는지 미리 알아 두면 계약서를 읽는 눈이 달라집니다. 특약란에 무엇이 적혀 있든 결과가 정해져 있는 항목이라면, 그 문구를 놓고 오래 실랑이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래 표는 자주 부딪히는 네 국면을 놓고 계약서만 읽었을 때의 결론과 법이 정한 결론을 나란히 둔 것입니다. 각 항목의 자세한 요건은 뒤에 이어지는 글에서 하나씩 다룹니다.
| 국면 | 계약서만 읽으면 | 법이 정한 결론 |
|---|---|---|
| 기간을 1년으로 적었다 | 1년 뒤 종료 | 2년으로 보되 임차인은 1년이 유효하다고 주장 가능(제4조) |
| 특약에 증액 폭을 크게 적었다 | 적은 대로 인상 | 존속 중 증액청구는 20분의 1 초과 불가(제7조) |
| 등기를 하지 않았다 | 제삼자에게 주장 불가 |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치면 다음 날부터 효력(제3조) |
| 근저당이 먼저 설정돼 있다 | 보증금은 늘 후순위 | 소액임차인은 일정액을 먼저 변제받음(제8조) |
표의 오른쪽 칸이 항상 임차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적혀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해 두십시오. 반대 방향, 그러니까 임차인에게 불리하게 결론을 못 박아 둔 조항은 이 목록에 없습니다.
다만 오른쪽 칸이 무조건 적용되는 것도 아닙니다. 네 항목 모두 요건이 붙어 있고, 그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왼쪽 칸이 그대로 결론이 됩니다. 특히 마지막 줄이 그렇습니다.
담보물권자보다 앞서는 자리 — 최우선변제
보증금이 적은 임차인에게는 순위를 뛰어넘는 몫이 따로 마련돼 있습니다.
경매에서 배당 순서는 원칙적으로 권리가 등기부에 올라간 시점으로 갈립니다. 근저당이 먼저 잡혀 있으면 그 몫이 먼저 나가고 남는 것이 뒤로 갑니다. 보증금을 전부 돌려받지 못하는 사고 대부분이 이 순서에서 생깁니다.
그 순서를 한 번 끊어 놓은 것이 제8조입니다. 보증금이 일정 금액 이하인 임차인에게는 보증금 중 일부를 담보물권자보다 먼저 가져가게 했습니다. 등기부상의 앞뒤를 따지지 않고 앞자리를 내주는 셈입니다.
대신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경매신청의 등기 전에 제3조 제1항의 요건을 갖춰 두어야 합니다. 경매가 시작된 뒤에 뒤늦게 들어와 앞자리를 차지하는 일을 막으려는 장치입니다.
임차인은 보증금 중 일정액을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하여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 이 경우 임차인은 주택에 대한 경매신청의 등기 전에 제3조 제1항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 제1항
여기서 확정일자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짚어 두겠습니다. 이 조항이 요구하는 것은 제3조 제1항의 요건, 그러니까 인도와 주민등록뿐입니다. 확정일자를 받아 두면 별개의 권리가 하나 더 생기지만, 최우선변제 자체는 확정일자 없이도 성립합니다.
그래서 이 제도는 보증금이 크지 않은 임차인에게 마지막 안전선 역할을 합니다. 다만 안전선의 높이는 모든 지역에서 같지 않습니다.
지역에 따라 갈리는 금액
얼마를 먼저 받는지는 시행령이 지역별로 따로 정해 두었습니다.
제8조는 먼저 받을 수 있다는 원칙만 정하고, 구체적인 금액은 시행령에 넘겨 두었습니다. 시행령은 두 가지를 갈라서 정합니다. 하나는 소액임차인으로 볼 보증금의 상한이고, 다른 하나는 그 안에 들었을 때 먼저 변제받는 금액입니다.
두 값이 지역별로 다른 이유는 단순합니다. 같은 보증금이라도 지역에 따라 무게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소액으로 취급되는 금액이 다른 지역에서는 전세금 전액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아래는 2023년 2월 21일 시행 시행령이 정한 값입니다. 왼쪽 상한을 넘으면 오른쪽 금액은 아예 적용되지 않으므로, 두 칸을 함께 보아야 합니다.
| 지역 | 소액임차인 보증금 상한 | 먼저 변제받는 금액 |
|---|---|---|
| 서울특별시 | 1억 6,500만 원 이하 | 5,500만 원 |
| 과밀억제권역(서울 제외)·세종·용인·화성·김포 | 1억 4,500만 원 이하 | 4,800만 원 |
| 광역시(과밀억제권역·군지역 제외)·안산·광주·파주·이천·평택 | 8,500만 원 이하 | 2,800만 원 |
| 그 밖의 지역 | 7,500만 원 이하 | 2,500만 원 |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정 시행 전에 그 주택에 담보물권을 취득한 사람에게는 종전 규정이 적용되므로, 등기부에서 가장 앞선 담보물권이 언제 설정됐는지를 함께 보아야 합니다.
보증금 중 일정액이 주택가액의 2분의 1을 넘으면 그 2분의 1까지만 나갑니다. 대지 가액을 포함한 주택가액이 기준입니다.
소액임차인에 해당하지 않아 이 조항으로는 아무것도 받지 못합니다. 그때는 확정일자로 확보해 둔 순위에 따라 배당을 받게 됩니다.
세 문답 가운데 첫 번째가 실무에서 가장 자주 어긋나는 지점입니다. 표의 값은 현재 시행 중인 기준일 뿐이고, 실제 배당에서는 담보물권이 설정된 시점의 기준이 따라붙습니다. 오래된 근저당이 잡혀 있는 집이라면 표보다 적은 금액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 계약 전에 등기부를 볼 때 근저당의 액수만 확인하고 넘어가지 마십시오. 언제 설정됐는지가 최우선변제의 크기를 함께 결정합니다.
반대로, 법이 손대지 않는 영역
법이 앞선다는 말을 모든 조건이 뒤집힌다는 뜻으로 읽으면 곤란합니다.
보호법이 있으니 웬만한 것은 알아서 정리된다고 여기는 순간, 정작 계약서에서 정했어야 할 것을 놓치게 됩니다. 실제로는 법이 개입하지 않아 적은 대로 굴러가는 영역이 훨씬 넓습니다.
새 임차인과 새로 맺는 계약의 보증금과 월세가 대표적입니다. 20분의 1이라는 상한은 이미 굴러가고 있는 임대차의 증액청구와 갱신에 걸리는 것이지, 처음 정하는 금액에 붙는 제한이 아닙니다. 시세대로 부르면 그대로 계약이 됩니다.
서식도 그렇습니다.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는 법무부장관이 국토교통부장관과 협의해 정하고 서면 계약 시 우선 사용하도록 되어 있지만, 당사자가 다른 서식을 쓰기로 합의하면 그것도 유효합니다. 표준 서식이 아니라서 계약이 무효가 되거나 제재를 받는 일은 없습니다.
관리비 정산 방식, 수리 부담의 경계, 반려동물이나 흡연에 관한 약속, 원상회복의 범위 같은 항목도 법이 미리 정해 둔 답이 없습니다. 분쟁이 실제로 가장 많이 일어나는 자리인데, 여기서는 계약서가 유일한 근거가 됩니다.
그러니 두 영역을 갈라서 보는 편이 낫습니다. 법이 결론을 정해 둔 곳은 확인만 하고 넘어가고, 아무것도 정해 두지 않은 곳에 시간을 쓰는 것이 계약서를 읽는 효율적인 순서입니다.
자주 어긋나는 지점
법이 앞선다는 말과 계약이 무효라는 말은 전혀 다릅니다.
마지막으로 오해가 잦은 표현 몇 가지를 정리해 두겠습니다. 대부분은 조문의 적용 범위를 넓게 잡아서 생기는 착각입니다.
가장 흔한 것은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계약이 무효가 된다는 생각입니다. 주택 임대차 계약을 신고하도록 한 제도가 있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가 붙지만, 그것은 신고 의무를 어긴 데 따른 제재일 뿐 계약의 효력과는 별개입니다. 신고하지 않아도 계약 자체는 그대로 유효합니다.
확정일자와 대항력을 하나로 묶어 생각하는 것도 자주 보입니다. 앞에서 본 것처럼 최우선변제는 확정일자를 요구하지 않고, 반대로 확정일자만 받아 두고 들어가 살지 않으면 확보되는 것이 없습니다. 두 제도는 요건도 효과도 다릅니다.
그리고 이 법의 조항 대부분은 주택에 관한 것입니다. 상가 임대차는 별도의 법이 따로 있고 대항요건부터 갱신 구조까지 다르게 짜여 있어서, 주택 기준을 그대로 옮겨 적용하면 어긋납니다.
자주 묻는 질문
특약으로 정하면 법 조항을 비켜 갈 수 있나요?
법이 결론을 정해 둔 자리에서는 특약을 적어 두어도 그 결론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반대로 법이 정한 것이 없는 항목은 특약이 유일한 근거가 됩니다.
계약서를 표준 서식으로 쓰지 않았습니다
표준계약서는 우선 사용을 권하는 서식이고, 당사자가 다른 서식을 쓰기로 합의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다른 서식이라고 효력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보증금이 소액임차인 기준을 넘으면 아무 보호도 없나요?
제8조의 최우선변제만 해당하지 않는 것입니다.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춰 두면 순위에 따라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최우선변제 금액은 언제 기준으로 보나요?
지금 시행 중인 값은 2023년 2월 21일 시행 시행령의 것입니다. 다만 그 전에 담보물권을 취득한 사람에게는 종전 규정이 적용되므로 등기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상가에도 같은 금액이 적용되나요?
상가는 별도의 법과 시행령이 적용됩니다. 주택 기준을 옮겨 쓰면 안 됩니다.
법이 앞선다면 계약서는 대충 써도 되나요?
반대입니다. 분쟁이 잦은 항목일수록 법이 정해 둔 답이 없어서, 계약서에 적힌 문구가 결론을 좌우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