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와 연봉계약서, 뭐가 다른가요
근로계약서 마스터·8분·
연봉계약서는 법이 만든 문서 이름이 아니라 실무에서 굳어진 이름입니다. 근로기준법이 정해 둔 것은 근로계약이라는 계약 유형이고, 문서 표지에 무엇이라고 적혀 있든 제17조가 요구한 항목이 담기고 그 서면이 근로자에게 건네졌는지로 따집니다.
근로기준법에 '연봉계약서'라는 용어가 없음 · 제17조 제1항이 명시 대상을, 제2항이 서면 교부 대상을 따로 정함 · 제17조 위반은 제114조 제1호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벌금
연봉계약서 한 장만 오갈 때
- 표지에 적힌 이름으로 절차가 끝났다고 본다
- 연 단위 총액 한 줄이 임금 조항 자리를 대신한다
- 시간과 휴일에 관한 칸이 비어 있다
- 해마다 금액만 바꿔 새로 서명한다
- 무엇이 달라졌는지 견줄 기준이 남지 않는다
근로계약서를 축에 둘 때
- 담긴 항목으로 의무가 채워졌는지 따진다
- 총액이 어떤 조각으로 이루어졌는지 드러난다
- 시간과 휴일 칸이 같은 문서 안에서 채워진다
- 달라진 항목만 짚어 다시 알린다
- 직전 조건과 나란히 놓고 대조할 수 있다
연봉계약서라는 이름은 어디서 왔나
법전에서 찾을 수 없는 이름입니다.
연봉제를 도입한 회사가 늘면서 해마다 급여를 다시 정하는 절차가 생겼습니다. 그 절차에서 오가는 종이에 자연스럽게 연봉계약서라는 이름이 붙었고, 지금은 채용 안내문에도 그대로 쓰입니다.
그런데 이 이름은 관행에서 나온 것입니다. 근로기준법을 훑어보면 연봉계약이라는 용어가 나오지 않습니다. 법이 규율하는 것은 사람을 쓰고 그 대가를 지급하는 관계, 곧 근로계약 하나입니다.
이름이 법전에 없다는 사실이 문서를 무의미하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당사자가 합의한 내용을 적어 둔 종이는 그 자체로 증거가 되고, 급여 수준을 해마다 다시 정하는 회사에서는 필요한 절차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 종이 한 장으로 채용 시점의 의무가 끝났다고 여길 때 생깁니다. 이름이 다르다고 적용되는 법이 달라지지 않으므로, 연봉계약서를 주고받았더라도 근로계약에 붙는 의무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법이 보는 것은 표지가 아니라 내용입니다
제17조는 문서의 이름을 정하지 않고 담아야 할 항목만 정해 두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17조 제1항은 근로계약을 맺을 때 근로자에게 알려야 할 항목을 정합니다.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 유급휴가, 그리고 대통령령이 따로 정하는 근로조건이 그 자리에 놓여 있습니다.
제2항은 그 가운데 일부를 서면으로 건네도록 합니다. 임금에 대해서는 구성항목과 계산방법, 지급방법이 드러난 서면을 요구하고 나머지는 범위를 끊어 놓았습니다. 알리는 일과 건네는 일이 각각 다른 항에 들어 있습니다.
여기 어디에도 문서의 제목을 정한 대목이 없습니다. 그래서 표지에 근로계약서라고 적혀 있어도 항목이 비어 있으면 의무가 남고, 연봉계약서라고 적혀 있어도 필요한 항목이 다 담겨 근로자에게 건네졌다면 그 부분은 채워집니다.
이 조문의 두 층 구조와 항목별 범위 차이는 명시·교부 의무를 정면으로 다루는 편에 자세히 풀어 두었습니다. 여기서는 판단의 기준이 이름이 아니라 내용이라는 점만 잡고 넘어가겠습니다.
총액 한 줄에서 무엇이 빠지는가
연봉 금액만 적힌 종이에는 대조할 수 있는 것이 거의 남지 않습니다.
실제로 오가는 연봉계약서를 보면 대개 두세 줄로 끝납니다. 연 단위 지급 총액, 계약 기간, 서명란입니다. 급여 협상의 결과를 확인하는 용도로는 충분해 보이지만, 근로조건을 담는 문서로 보면 비어 있는 칸이 많습니다.
가장 크게 비는 것이 임금 조각입니다. 같은 총액이라도 어디까지가 기본급이고 어디부터가 매달 정액으로 붙는 수당인지에 따라 시간외 근로의 대가를 계산하는 기준이 달라집니다. 총액만 적힌 문서에는 그 기준이 남지 않습니다.
시간과 휴일도 비어 있기 쉽습니다. 연봉은 한 해의 금액을 말할 뿐 하루에 몇 시간을 일하기로 했는지, 어느 요일이 유급휴일인지를 말해 주지 않습니다. 아래 표는 자주 비는 칸과 그대로 두었을 때 남는 문제를 나란히 놓은 것입니다.
| 항목 | 연봉계약서 한 장에 흔히 적히는 형태 | 그대로 두면 남는 문제 |
|---|---|---|
| 임금 | 연 단위 총액 한 줄 | 그 금액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길이 없음 |
| 소정근로시간 | 적히지 않거나 법정 상한만 옮겨 적음 | 실제로 정한 시간이 얼마인지부터 다투게 됨 |
| 휴일 | 회사 규정에 따른다는 문장 | 어느 날이 유급휴일인지 문서에서 읽히지 않음 |
| 연차 유급휴가 | 언급 없음 | 알려야 할 항목이 비어 있는 상태로 남음 |
| 취업 장소·담당 업무 | 직급이나 소속만 적힘 | 배치가 달라졌을 때 견줄 기준이 없음 |
다섯 줄을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빠진 항목이 당장은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야근이 몰린 달, 배치가 바뀐 달, 그만두는 달에 한꺼번에 드러납니다.
그때 확인할 곳은 결국 채용 시점에 만든 문서입니다. 그 문서에 칸이 비어 있으면 양쪽 모두 기억에 기대게 되고, 기억은 서로 다릅니다.
두 장을 함께 쓰는 회사에서 생기는 일
따로 두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갱신되는 쪽만 남을 때가 문제입니다.
연봉제를 운영하는 회사는 대개 두 문서를 함께 씁니다. 입사할 때 근로조건 전반을 담은 문서를 한 번 만들고, 해마다 급여를 다시 정할 때는 금액만 담은 문서를 새로 씁니다. 구조 자체는 자연스럽습니다.
어긋나기 시작하는 지점은 시간이 흐른 뒤입니다. 해마다 갱신되는 쪽은 계속 새로 만들어지는데 처음 만든 문서는 그대로 남습니다. 몇 해가 지나면 근무 시간표도 담당 업무도 달라져 있는데 문서에는 입사 당시의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제17조 제1항은 계약을 맺은 뒤 각 호의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이어 적어 두었습니다. 조건이 달라졌다면 그 시점에 다시 알려야 한다는 뜻이므로, 금액만 갱신하는 절차로는 그 요구가 다 채워지지 않습니다.
서면을 다시 건네야 하는지는 무엇 때문에 바뀌었는지와 근로자가 요구했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제2항 단서가 그 갈림길을 두고 있어서, 바뀔 때마다 자동으로 새 서면이 나가는 구조는 아닙니다.
문서 이름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 문서에 제17조가 요구한 항목이 담겨 있고 실제로 건네받았다면 그 부분은 채워진 것이고, 항목이 비어 있다면 이름과 무관하게 남는 의무가 있습니다.
급여 외의 조건이 함께 달라졌다면 그 부분도 알려야 합니다. 제17조 제1항 후단이 변경하는 경우에도 같다고 적고 있어서 금액만 갱신하는 절차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 나중에 정한 것인지, 무엇을 정한 조항인지부터 가려야 합니다. 다만 법이 정한 기준에 못 미치는 부분은 어느 문서에 적혀 있든 그 부분만 효력을 잃고 법정 기준으로 채워집니다.
세 문답이 가리키는 방향은 같습니다. 문서를 몇 장 쓰느냐가 아니라 지금 유효한 조건이 어느 종이에 적혀 있는지를 양쪽이 함께 알고 있느냐입니다.
그래서 금액을 갱신할 때 달라진 항목이 더 있는지 한 번 훑는 절차를 붙여 두면 뒤에 생길 다툼이 크게 줄어듭니다.
이름이 무엇이든 확인하는 순서
표지를 보지 말고 칸을 보십시오.
받은 문서가 안전한지 판단하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제17조가 요구한 항목을 차례로 짚어 가며 그 칸이 채워져 있는지 보는 것입니다. 이름이 무엇이든 이 순서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순서를 밟다 보면 빈칸이 어디인지가 드러납니다. 채용 직후라면 그 자리에서 채워 달라고 요청하는 편이 쉽고, 시간이 지난 뒤에는 서로 기억하는 내용이 갈려 요청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 표지 대신 항목부터 본다문서 이름이 아니라 임금·시간·휴일·연차·업무가 적혀 있는지를 봅니다.
- 임금 줄이 몇 갈래인지 본다총액 한 줄로 끝났다면 조각과 계산 기준, 지급 방법이 빠진 상태입니다.
- 시간과 휴일이 시각·요일로 적혔는지 본다규정에 따른다는 문장만 있으면 대조할 기준이 없습니다.
- 건네받았는지 확인한다서명만 하고 회사가 모두 가져갔다면 교부가 끝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 바뀐 항목이 있는지 해마다 훑는다금액 외에 달라진 조건이 있으면 그 부분도 알려야 합니다.
다섯 단계 가운데 네 번째가 실무에서 가장 자주 빠집니다. 서류를 만들어 서명까지 받아 놓고 근로자에게 건네지 않는 형태가 드물지 않습니다.
표지에 어떤 이름이 적혀 있든 마지막에 남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지금 내 손에 조건이 적힌 문서가 있는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연봉계약서와 근로계약서를 둘 다 써야 하나요?
둘 다 쓰라고 정한 조항은 없습니다. 다만 제17조가 요구한 항목이 어느 문서에도 담겨 있지 않으면 문서 장수와 관계없이 의무가 남습니다.
연봉계약서에 연봉만 적혀 있어도 되나요?
임금에 관해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총액이 아니라 구성항목과 계산방법, 지급방법이 드러난 서면입니다. 총액 한 줄만으로는 그 요구가 채워지지 않습니다.
연봉계약서에는 계약 기간이 있는데 계약직인가요?
급여를 다시 정하는 주기와 근로계약의 기간은 다른 문제입니다. 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약인지는 근로계약에서 정한 기간으로 판단합니다.
연봉계약서를 안 쓰면 문제가 되나요?
연봉계약서 자체를 요구하는 조항은 없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제17조가 요구한 항목을 알리지 않거나 서면을 건네지 않은 경우이고, 그 위반은 제114조 제1호에 따른 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연봉이 오르면 문서를 다시 만들어야 하나요?
제17조 제1항은 체결 후 각 호의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명시하도록 정합니다. 새 서면을 받을 수 있는지는 무엇 때문에 바뀌었는지와 근로자가 요구했는지에 걸려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