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 같은 자소서를 돌려썼다가 생긴 일
자기소개서 마스터·7분·
돌려쓴 티는 회사 이름이 아니라 서술의 결에서 드러납니다. 어디에 내도 말이 되는 문장만 남아 있으면 읽는 쪽은 이 글이 누구를 향해 쓰였는지 알 수 없습니다.
채용절차법 제6조가 금지하는 것은 채용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일이며, 같은 원고를 여러 곳에 내는 것을 막는 조문은 없습니다
한 벌을 돌려 쓰게 되는 배경
재활용은 게으름이 아니라 지원 건수가 만들어 낸 결과입니다.
채용이 공채 중심이던 시기에는 지원처가 한 해 몇 곳으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수시채용이 늘면서 지원 시점이 흩어졌고, 한 사람이 상시로 여러 공고를 살피게 됐습니다. 매번 백지에서 시작하는 방식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으니 원고 한 벌을 두고 고쳐 쓰는 습관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문항 이름이 회사마다 비슷하다는 점도 재활용을 부추깁니다. 지원동기, 성장과정, 장단점, 입사 후 계획이라는 네 갈래는 오래 굳은 관행이지 법으로 정해진 항목이 아닙니다. 이름이 같으니 답변도 그대로 옮겨 붙일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문항 이름이 같다고 묻는 것까지 같지는 않습니다. 같은 지원동기 문항이라도 어떤 회사는 제품에 관한 이해를 보고 어떤 회사는 직무 경험의 연결을 봅니다. 이름만 보고 옮기면 질문은 그대로 두고 답만 바꾼 셈이 됩니다.
그러므로 문제는 재활용 자체가 아닙니다. 한 벌을 두고 쓰는 것은 오히려 효율적인 방식이고, 어긋나는 것은 옮겨 붙인 뒤에 무엇을 다시 맞춰야 하는지를 정해 두지 않았을 때입니다.
돌려쓴 흔적이 남는 다섯 자리
이름을 다 고쳐도 다섯 군데가 남습니다.
아래 표의 왼쪽은 원고에 남는 흔적이고, 가운데는 그것이 읽는 쪽에 어떻게 비치는지입니다. 오른쪽은 그 자리에 무엇을 대신 넣어야 하는지를 적었습니다.
| 남는 흔적 | 읽히는 모습 | 대신 넣을 것 |
|---|---|---|
| 업종이 다른데 같은 지원동기 | 산업을 구분하지 않음 | 공고의 사업 영역에서 낱말 가져오기 |
| 직무 이름만 바꾼 포부 | 하는 일을 모름 | 그 직무의 첫 업무 하나로 다시 쓰기 |
| 앞 회사 인재상 낱말이 남음 | 다른 곳에 냈던 글 | 인재상 언급을 빼고 경험으로 대체 |
| 문항이 묻지 않은 내용을 답함 | 질문을 안 읽음 | 질문의 동사에 맞춰 문단 재배치 |
| 분량이 문항 제한과 어긋남 | 그대로 붙여넣음 | 제한에 맞춰 사례부터 조정 |
세 번째 줄이 가장 결정적입니다. 인재상은 회사마다 낱말이 다르고 그 낱말은 검색으로 바로 확인되기 때문에, 다른 회사의 표현이 남아 있으면 어디에서 옮겨 왔는지가 그대로 보입니다.
네 번째 줄은 흔적 가운데 손해가 가장 큽니다. 질문에 답하지 않은 답변은 내용이 좋아도 채점 기준에 걸리지 않습니다. 옮겨 붙일 때는 문단보다 질문을 먼저 읽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유사도 검사에 걸린다는 오해
내 글을 내가 다시 쓰는 것과 남의 글을 가져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돌려쓰기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표절 검사입니다. 그런데 검사 서비스는 민간이 제공하는 것이고 채용에 쓸지 말지는 기관과 기업이 알아서 정합니다. 법이 정해 둔 절차가 아니고, 몇 퍼센트를 넘으면 탈락이라는 공식 기준도 공개된 것이 없습니다.
숫자를 단정해 말하는 글이 많지만 근거를 따라가 보면 대학 과제나 논문 심사에서 쓰이던 값이 채용 이야기로 옮겨 온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기준을 두는 곳이 있더라도 그 값을 밖에 알리지 않는 편이 보통이므로, 특정 수치를 목표로 삼는 것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내가 지난달에 쓴 원고를 이번 달에 다시 쓰는 일은 남의 글을 가져오는 일과 성격이 다릅니다. 같은 사람의 경험을 같은 사람이 서술한 것이므로 문장이 겹치는 것은 당연합니다. 실제 위험은 검사 결과가 아니라, 이 회사를 위해 쓴 글이 아니라는 인상 쪽에 있습니다.
그러니 판단 기준을 바꿔 잡는 편이 낫습니다. 겹치는 비율을 낮추려 애쓰기보다, 이 회사에서만 성립하는 문장이 몇 개나 들어 있는지를 세어 보십시오. 그 수가 늘어나면 인상 문제는 저절로 풀립니다.
그대로 두어도 되는 대목과 다시 써야 하는 대목
전부 새로 쓸 필요는 없고, 갈라야 할 선이 있습니다.
원고에서 옮겨도 되는 부분은 나에 관한 사실입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고 어떤 결과가 남았는지는 지원처가 달라져도 바뀌지 않습니다. 다시 써야 하는 부분은 그 사실을 왜 여기에 꺼내는지, 즉 연결하는 문장입니다.
지원처마다 다시 쓰는 자리
여기서 갈리는 기준은 그 문장이 나에 관한 것인지 회사에 관한 것인지입니다. 나에 관한 서술은 자산이므로 쌓아 두고 반복해서 쓰는 편이 낫고, 회사에 관한 서술은 매번 새로 만들어야 하는 소모품입니다.
여섯 번째 항목은 자주 빠집니다. 같은 주제를 두고도 어느 공고는 설명을 요구하고 어느 공고는 사례를 요구하는데, 요구하는 동사가 다르면 같은 재료라도 문단의 골격이 달라져야 합니다.
한 벌을 지원처에 맞추는 순서
원고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재료 목록에서 골라 조립합니다.
- 경험을 따로 모아 두기완성된 원고가 아니라 경험 단위로 파일을 만듭니다. 하나당 시점, 맡은 역할, 한 일, 남은 결과를 네 줄로 적어 두면 어느 문항에도 꺼내 쓸 수 있습니다.
- 공고에서 업무 세 가지 뽑기모집 공고의 담당 업무 항목에서 실제로 손이 가는 일 세 가지를 그대로 옮겨 적습니다. 인재상이 아니라 업무를 뽑는 것이 핵심입니다.
- 업무와 경험을 짝짓기뽑아 둔 업무 하나에 경험 하나를 붙입니다. 붙지 않는 업무가 있으면 비워 두고, 억지로 맞추지 않습니다.
- 짝지은 것만으로 문항 채우기짝이 지어진 재료로 각 문항을 씁니다. 남은 경험은 이번 지원에서는 쓰지 않고 목록에 그대로 둡니다.
두 번째 단계에서 인재상 대신 업무를 뽑으라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인재상 낱말은 회사가 달라도 비슷해서 옮겨 붙이기 쉽고, 그래서 돌려쓴 티가 가장 잘 나는 자리입니다. 업무는 회사마다 다르므로 자연스럽게 원고가 갈립니다.
세 번째 단계에서 짝이 지어지지 않는 업무를 억지로 채우려 하면 문장이 부풀기 시작합니다. 비워 두고 다른 문항에서 만회하는 편이 안전하고, 면접에서 되물었을 때 감당할 수 있는 범위도 지켜집니다.
시간이 정말 없을 때의 최소선
마감이 오늘이면 손댈 곳을 세 군데로 줄이십시오.
모든 문항을 다시 쓸 여유가 없는 날이 있습니다. 이럴 때는 전체를 조금씩 다듬는 방식이 가장 나쁩니다. 어디도 충분히 고쳐지지 않은 채 시간만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지원동기의 첫 문장, 포부 문단의 목표, 회사와 제품을 언급한 문장입니다. 이 셋이 지원처와 직접 묶이는 자리여서 어긋나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사실 부분은 그대로 두어도 됩니다. 다만 그 경력을 왜 이 회사에 꺼내는지 설명하는 문장은 한 줄이라도 새로 붙이는 편이 낫습니다.
회사 정보는 그대로 쓸 수 있지만 직무가 달라지면 포부와 경험 선택이 달라집니다. 회사가 같다고 원고가 같아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다만 어느 공고에도 맞춰지지 않은 원고는 어느 공고에서도 유리하지 않다는 점이 실질적인 불이익입니다.
급할수록 범위를 좁혀야 합니다. 세 자리를 제대로 고친 원고가 여섯 자리를 어정쩡하게 손본 원고보다 낫고, 다음 지원에서 쓸 재료 목록도 그만큼 정리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여러 회사에 같은 자소서를 내면 법에 걸리나요
그런 조문은 없습니다. 채용절차법이 구직자에게 정해 둔 것은 채용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하지 말라는 것뿐이고, 같은 원고를 여러 곳에 내는 것은 금지 대상이 아닙니다.
표절 검사에서 내 예전 자소서와 겹치면 문제가 되나요
같은 사람이 같은 경험을 쓴 것이므로 겹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채용에 적용되는 공식 유사도 기준은 확인되지 않으며, 수치를 목표로 삼을 일이 아닙니다.
원고를 몇 벌쯤 준비해 두는 것이 좋나요
벌 수를 늘리기보다 경험 단위로 재료를 모으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재료가 열 개쯤 정리돼 있으면 어떤 공고가 나와도 조립할 수 있습니다.
인재상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나쁜가요
나쁘지는 않지만 효과가 약합니다. 인재상은 표현이 추상적이라 어느 회사에서 가져와도 비슷해 보이고, 그래서 옮겨 온 글이라는 인상을 주기 쉽습니다.
공고가 짧아 업무를 뽑을 수 없습니다
그런 공고에서는 회사 홈페이지의 사업 소개나 채용 페이지의 직무 설명을 대신 씁니다. 그것도 없으면 그 회사에 맞춘 문장을 무리하게 만들지 말고 경험 쪽을 두껍게 쓰십시오.
돌려쓴 티가 나는지 스스로 확인할 방법이 있나요
회사 이름과 직무명을 다른 곳으로 바꿔 읽어 보십시오. 바꿔도 문장이 그대로 말이 되면 그 문단은 아직 이 회사를 향해 쓰이지 않은 상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