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서 지급기일을 안 적어 생긴 문제
청구서 마스터·8분·
종이가 못 쓰게 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하는 날이 옮겨 갑니다. 지급기일을 적어 두면 그 날부터 지체가 시작되고, 비워 두면 상대가 이행청구를 받은 때부터 시작합니다. 그래서 언제 청구했는지를 보여야 하는 부담이 청구한 쪽으로 넘어옵니다.
민법 제387조 제1항·제2항의 요지 · 2026년 8월 확인
- 그 날○월 ○일까지라고 적어 둔 경우
- 도래를 안 때검수가 끝나면 이라고 적어 둔 경우
- 청구를 받은 때지급기일 칸이 비어 있는 경우
칸 하나가 비었다고 종이가 죽지는 않습니다
지급기일을 빠뜨린 청구서를 두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걱정이 대체로 빗나가 있습니다.
보낸 청구서에 지급기일이 비어 있는 것을 뒤늦게 알아채면 다시 만들어 보내야 하나부터 묻게 됩니다. 그 물음의 밑에는 칸이 비면 종이가 못 쓰게 된다는 짐작이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짐작이 성립하려면 청구서에 무엇을 적으라고 정해 둔 규정이 어딘가 있어야 합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그런 조문을 찾지 못했습니다. 청구서의 서식도, 반드시 적어야 하는 항목도, 안 적었을 때의 제재도 정한 자리가 없었습니다.
정해 둔 것이 없으니 어길 것도 없습니다. 지급기일이 빠진 청구서는 무효가 되지도 않고 반려되지도 않습니다. 상대는 그 종이를 그대로 받아 처리합니다.
달라지는 것은 종이의 운명이 아니라 시간의 계산입니다. 언제부터 늦은 것으로 볼지가 옮겨 가고, 그 이동이 뒤에 가서 누가 무엇을 보여야 하는지까지 바꿉니다. 이 글이 따라가는 것은 그 이동 하나입니다.
민법이 갈라 둔 세 경우
기한을 적었는가, 조건처럼 적었는가, 아무것도 적지 않았는가에 따라 출발선이 셋으로 나뉩니다.
돈을 언제부터 늦게 준 것으로 볼지는 민법 제387조가 다룹니다. 이 조문은 기한이 어떤 모습인지에 따라 세 갈래로 갈라 놓았습니다.
제1항이 두 갈래를 담고 있습니다. 확정한 기한이 있으면 그 기한이 도래한 때부터 지체책임이 생기고, 불확정한 기한이 있으면 기한이 도래한 것을 안 때부터 생깁니다. 날짜를 못 박은 경우와 사건으로 적어 둔 경우가 각각 여기 해당합니다.
제2항이 세 번째 갈래입니다. 이행할 기한이 없는 경우에는 이행청구를 받은 때부터 지체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정해 두지 않았다고 해서 영원히 안 늦는 것이 아니라, 출발선이 요구를 받은 쪽으로 옮겨 붙는 구조입니다.
표로 늘어놓으면 세 갈래가 청구서의 어느 표기와 짝을 이루는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 청구서에 적힌 모습 | 조문이 부르는 이름 | 지체가 시작하는 때 |
|---|---|---|
| ○월 ○일까지 입금 바랍니다 | 확정한 기한 | 적어 둔 그 날 |
| 검수 완료 후 지급 | 불확정한 기한 | 그 일이 생긴 것을 안 때 |
| 지급기일 칸이 비어 있음 | 기한이 없는 경우 | 이행청구를 받은 때 |
| 입금 부탁드립니다 라고만 적음 | 기한이 없는 경우 | 이행청구를 받은 때 |
넷째 줄을 따로 넣은 이유가 있습니다. 칸을 아예 비운 것만 셋째 갈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적혀 있어도 언제까지인지가 읽히지 않으면 같은 자리에 놓입니다. 빠른 처리 부탁드립니다 같은 문구가 여기 걸립니다.
반대로 둘째 줄은 비어 있는 것과 다릅니다. 검수 완료라는 사건을 지목해 두었으므로 기한이 있는 쪽입니다. 다만 그 사건이 언제 일어났는지, 그것을 언제 알았는지가 다시 문제가 되므로 날짜를 못 박는 편이 단순합니다.
출발선이 옮겨 가면 짐도 함께 옮겨 옵니다
날짜를 적어 둔 쪽은 종이만 펴 보이면 되고, 비워 둔 쪽은 요구가 닿은 시점을 따로 보여야 합니다.
세 갈래의 차이는 조문 안에서는 한 줄이지만 실무에서는 부담의 위치를 바꿉니다. 무엇이 달라지는지 셋으로 갈라 보겠습니다.
첫째, 시작하는 날이 뒤로 밀립니다. 물건을 넘긴 뒤 바로 청구서를 보냈다 해도 그 종이가 상대에게 닿아야 계산이 시작됩니다. 우편으로 보냈으면 오가는 며칠이, 담당자 부재로 며칠이 더 얹힙니다.
둘째, 언제 요구했는지를 청구한 쪽이 보여야 합니다. 날짜를 적어 두었다면 그 종이 자체가 출발선을 담고 있어 더 보탤 것이 없습니다. 비워 두면 출발선이 종이 밖에 있으므로, 언제 보냈고 언제 닿았는지를 다른 자료로 이어 붙여야 합니다.
셋째, 상대가 받았다는 것을 무엇으로 보일지가 새 숙제로 생깁니다. 손으로 건넸다면 받은 사람이 누구였는지, 메일로 보냈다면 그 메일이 어느 주소로 언제 갔는지가 그때 가서 필요해집니다. 보낼 때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것들입니다.
셋을 합치면 결론이 단순해집니다. 지급기일을 적는 일은 상대를 재촉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내가 꺼내 보일 것을 종이 안에 미리 넣어 두는 일입니다.
지체가 시작되면 그때부터 지연손해금 문제가 따라옵니다. 얼마를 어떻게 붙이는지는 이율의 층위가 걸린 별개의 주제라 지연이자 조항을 다룬 글에서 따로 봅니다.
같은 대금을 두고 다시 요구한 것이라면 앞서 요구가 닿은 시점이 이미 있습니다. 다시 보낸 날로 출발선이 새로 그어진다고 볼 근거를 이번 조사에서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계약서에 정해 둔 것이 있으면 그것이 앞섭니다
청구서 칸이 비었다고 곧바로 셋째 갈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한 가지를 반드시 짚어야 합니다. 앞의 표는 청구서만 놓고 본 것이고, 실제 거래에는 그 앞에 계약이 있습니다.
계약서나 발주서에 대금을 언제까지 준다고 적어 두었다면 기한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청구서에 그 날짜를 옮겨 적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기한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청구서는 그 약속을 상기시키는 종이이지 약속을 만들어 내는 종이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칸이 비어 있는 청구서를 발견했을 때 가장 먼저 볼 곳은 청구서가 아니라 그 거래의 계약 문서입니다. 거기에 지급 시기가 있으면 셋째 갈래로 내려가지 않습니다.
거꾸로 계약서에도 없고 청구서에도 없으면 그때 비로소 기한이 없는 경우가 됩니다. 구두로 다음 달쯤 주겠다고 했던 말은 나중에 서로 다르게 기억되므로 기댈 곳이 못 됩니다.
정리하면 순서가 이렇습니다. 계약에 정해 둔 것이 먼저이고, 청구서는 그것을 종이 위에 다시 드러내는 자리이며, 양쪽 모두 비었을 때만 민법의 원칙으로 되돌아갑니다.
지급기일 칸을 채우기 전에 확인할 것
그래서 청구서에 무엇을 남기는가
날짜 한 칸과 보낸 흔적, 이 둘이면 뒤에 꺼낼 것이 갖춰집니다.
할 일은 많지 않습니다. 앞에서 본 세 갈래 중 첫째로 들어가게 만들어 두는 것, 그리고 그 종이가 언제 상대에게 갔는지를 남겨 두는 것입니다.
아래 순서는 청구서를 만들어 보내기까지의 흐름에 그 둘을 끼워 넣은 것입니다.
- 계약에 적힌 지급 시기부터 옮겨 온다계약서나 발주서에 있는 표현을 그대로 가져와 날짜로 바꿔 적습니다. 새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옮기는 일이므로 상대와 다툴 일이 없습니다.
- 정해 둔 것이 없으면 이번에 날짜를 적는다언제까지 넣어 달라고 청구서에 적는 것 자체는 상대를 구속하지 못하지만, 서로 확인한 뒤에는 그 날이 기준이 됩니다. 비워 두는 것보다 언제나 낫습니다.
- 청구일자를 함께 적어 둔다언제 요구한 것인지가 종이 안에 남습니다. 지급기일과 청구일자는 다른 칸이고 둘 다 있어야 앞뒤가 이어집니다.
- 보낸 기록이 남는 경로로 보낸다메일이면 보낸 편지함이, 손으로 건넸다면 받은 사람의 확인이 그 기록입니다. 통화로만 알리고 끝내면 종이 밖의 일이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 받았다는 회신을 한 줄이라도 받아 둔다확인했다는 짧은 답장 하나가 뒤에 가서 요구가 닿은 시점을 보여 주는 자료가 됩니다.
다섯 단계 가운데 셋째와 넷째가 빠지기 쉬운 자리입니다. 지급기일은 신경 써서 적어 놓고 정작 그 종이가 언제 갔는지는 아무 데도 남기지 않는 경우입니다.
둘을 한 번에 해결하는 방법은 청구서 서식 자체에 청구일자 칸을 두고 보내는 경로를 고정해 두는 것입니다. 매번 판단하지 않아도 되면 빠뜨릴 일이 줄어듭니다.
애초에 며칠이라는 답이 법에 없습니다
일반 거래의 대금을 며칠 안에 주라고 정한 조문을 이번 조사에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지급기일을 왜 굳이 적어야 하느냐는 물음의 뿌리에는 안 적어도 법이 정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확인해 본 결과 그런 자리가 없었습니다.
청구서를 보내면 며칠 안에 지급해야 한다고 정한 조문을 찾지 못했습니다. 일반적인 거래에서 언제까지 줄지는 당사자들이 정하는 몫이고, 정하지 않으면 앞에서 본 민법의 원칙이 대신 들어옵니다.
법이 기한을 못 박아 둔 자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것은 특정한 거래 관계에 따로 법을 둔 영역의 이야기이고, 그 조건에 해당하는지부터 따져야 하는 문제라 여기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주제는 끝까지 종이 쪽으로 되돌아옵니다. 정해 주는 곳이 없으니 정해 두는 수밖에 없고, 정해 둔 것을 보이려면 종이에 남아 있어야 합니다. 청구서의 지급기일 칸이 그 자리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지급기일을 안 적으면 청구서가 무효인가요?
아닙니다. 청구서에 무엇을 적으라고 정한 조문을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어길 규정 자체가 없습니다. 달라지는 것은 종이의 효력이 아니라 지체가 시작되는 시점입니다.
안 적으면 언제부터 늦은 것이 되나요?
민법 제387조 제2항은 이행할 기한이 없는 경우 이행청구를 받은 때부터 지체책임이 있다고 정합니다. 하루를 어떻게 세는지는 사안에 따라 다르게 설명되므로 이 글에서는 단정하지 않습니다.
계약서에 지급 시기가 있으면 어떻게 되나요?
그것이 먼저입니다. 청구서에 옮겨 적지 않았다고 해서 계약으로 정해 둔 기한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칸이 빈 청구서를 발견하면 계약 문서부터 확인하십시오.
검수 후 지급이라고 적는 것도 기한인가요?
불확정한 기한에 해당합니다. 다만 그 사건이 일어난 것을 안 때가 출발선이 되므로, 검수가 언제 끝났는지를 다시 확인해야 하는 일이 남습니다.
이미 보낸 청구서에 지급기일이 없으면 다시 보내야 하나요?
다시 만들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앞서 보낸 종이가 언제 상대에게 닿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지금 모아 두는 편이 낫습니다.
지급기일을 적으면 상대가 그 날짜에 묶이나요?
청구서에 적었다는 사실만으로 상대의 의무가 새로 생기지는 않습니다. 계약에 있던 것을 옮겨 적었거나 상대가 확인한 경우에 그 날이 기준으로 작동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