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서·경위서·시말서, 뭐가 다른가요
사유서 마스터·11분·
다섯을 가르는 것은 무엇을 적느냐가 아니라 그 종이가 무엇을 남기느냐입니다. 사유서는 왜 그렇게 되었는지 이유를 대는 문서이고, 내고 나서 새로 짊어질 의무가 생기지 않으며, 원칙적으로 사내에서 읽히고 끝납니다. 이 셋이 한꺼번에 맞는 것은 다섯 가운데 사유서뿐입니다.
다섯 중 새 의무가 생기는 것은 각서 하나이고, 회사 밖 사람이 읽는 것은 사실확인서 하나입니다. 반성·사죄를 요구받는 순간 그것은 이미 시말서 쪽이며, 그 자리에서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두6605 판결의 법리가 작동합니다.
이름은 요구하는 쪽이 붙이고, 받는 쪽은 고르지 못합니다
다섯 중 하나를 고르는 자리가 아니라, 붙여진 이름 하나를 받는 자리입니다.
부서에서 종이 한 장을 요구할 때는 이름이 함께 옵니다. 사유서를 써 오라거나, 경위서를 올리라거나, 시말서를 제출하라는 식입니다. 받는 쪽에서 그 이름을 고를 자리는 거의 없습니다. 회사 규정에 적혀 있는 이름이 있고 그대로 내려옵니다.
그런데 이름이 늘 정확하게 붙지는 않습니다. 경위서를 달라고 해 놓고 왜 그랬는지를 적어 오라 하기도 하고, 사유서라고 부르면서 정작 뉘우친다는 문장이 들어 있기를 기대하기도 합니다. 요구하는 사람도 다섯을 정확히 갈라 쓰지 않는 일이 흔합니다.
그래서 이름만 보고 무엇을 적을지 정하면 어긋납니다. 필요한 것은 방향이 반대인 물음입니다. 지금 요구받은 것이 어느 성격의 종이인가. 여기에 답할 수 있으면 이름이 무엇이든 적을 것이 정해집니다.
이 글은 다섯을 나란히 세워 그 성격을 가릅니다. 어느 것을 낼지 고르기 위한 글이 아니라, 이미 요구받은 것이 어느 칸에 놓이는지 알아보기 위한 글입니다.
이름이 같으면 성격도 같다고 본 문장
- 경위서와 사유서는 이름만 다르고 적는 것은 같다
- 시말서를 조금 부드럽게 부른 이름이 사유서다
- 사유서에 서명하면 적은 대로 지켜야 한다
- 사실확인서도 결국 사내에 내는 종이다
- 다섯 중 어느 것을 낼지는 내가 골라도 된다
남는 것을 기준으로 가른 문장
- 경위서는 경과에서 멈추고 사유서는 그 위에 이유를 얹습니다
- 반성·사죄가 들어가는 순간 그 요구는 시말서 쪽입니다
- 앞으로의 약속을 담는 것은 각서이고 사유서의 자리가 아닙니다
- 사실확인서는 회사 밖 사람이 읽는 대외용 서면입니다
- 이름은 요구하는 쪽이 붙이고, 내 일은 성격을 알아보는 것입니다
가르는 축은 무엇을 적느냐가 아닙니다
내용은 겹치지만 남는 것은 겹치지 않습니다.
다섯을 비교할 때 흔히 쓰는 축은 내용입니다. 사유서에는 이유를 적고 경위서에는 경과를 적는다는 식입니다. 그 설명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문제가 생기는 자리를 짚어 주지 못합니다. 내용은 서로 겹치기 때문입니다. 사유서 안에도 경과가 들어가고 경위서 안에도 이유가 섞여 들어갑니다.
겹치지 않는 축이 셋 있습니다. 그 종이를 낸 뒤에 내가 새로 짊어질 의무가 생기는가, 읽는 사람이 회사 안에 있는가 밖에 있는가, 뉘우친다는 뜻을 담아야 하는가입니다. 이 셋은 내용처럼 흐릿하게 번지지 않고 예 아니오로 갈립니다.
이 축으로 보면 다섯이 한 줄로 늘어서지 않고 세 무리로 나뉩니다. 사유서·경위서·시말서가 한 무리이고, 각서가 혼자 한 무리이고, 사실확인서가 또 혼자입니다. 같은 무리 안에서 이름을 잘못 붙이면 어색한 정도로 끝나지만, 무리를 건너뛰면 그 종이는 아예 다른 것이 됩니다.
아래 표에서 셋째 열을 먼저 보십시오. 다섯 가운데 하나만 색이 다릅니다.
| 문서 | 무엇을 적나 | 새 의무가 생기나 | 누가 읽나 |
|---|---|---|---|
| 사유서 | 왜 그렇게 되었는가 — 이유 | 생기지 않습니다 | 사내 (상급자·인사) |
| 경위서 | 무슨 일이 있었는가 — 경과 | 생기지 않습니다 | 사내 |
| 시말서 | 잘못과 반성·사죄 | 생기지 않습니다 | 사내 |
| 각서 |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약속 | 생깁니다 (처분문서) | 약속의 상대 당사자 |
| 사실확인서 | 내가 아는 사실 | 생기지 않습니다 | 회사 밖 (기관·보험사) |
셋째 열에서 각서만 떨어져 나옵니다. 나머지 넷은 이미 벌어진 일을 두고 쓰는 종이라 그것을 낸다고 해서 내가 새로 할 일이 생기지 않습니다. 각서는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약속을 적는 것이어서 그 종이가 성립하는 순간 약속이 남습니다. 실무에서 처분문서라고 부르는 자리가 여기입니다.
넷째 열에서는 사실확인서만 떨어져 나옵니다. 앞의 넷은 사내에서 읽히고 사내에서 끝나는데 이것만 회사 밖으로 나갑니다. 읽는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가 문장을 얼마나 풀어 써야 하는지를 정합니다.
각서만 시제가 반대입니다
넷은 지나간 일을 적고 각서만 앞으로의 일을 적습니다.
사유서·경위서·시말서·사실확인서는 모두 이미 있었던 일을 향합니다. 시제가 과거이고, 적는 사람이 하는 일은 그 일을 설명하거나 확인해 주는 것입니다. 잘 적었든 서툴게 적었든 그 종이 때문에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새로 생기지는 않습니다.
각서는 반대쪽을 봅니다. 무엇을 하겠다, 무엇을 하지 않겠다를 적고 상대가 그것을 받습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의 자리도 다릅니다. 앞의 넷은 보고를 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읽지만, 각서는 약속의 상대편이 읽습니다.
이 차이 때문에 사고가 납니다. 사유서를 쓰라고 해서 앉았는데 끝에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문장을 얹으면, 그 한 줄만은 성격이 다른 자리로 넘어갑니다. 대책을 적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지만 그것이 종이 전체의 무게를 바꿔 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알고 넣어야 합니다.
거꾸로 각서를 요구받았는데 왜 그렇게 되었는지만 길게 적어 내면 요구한 쪽이 원한 것이 빠집니다. 두 종이는 서로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넣는 것을 막을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그 줄은 앞으로의 약속에 가까워서 이유를 대는 문서의 성격에서 조금 벗어납니다. 적더라도 뉘우침의 표현이 아니라 조치의 서술로 적는 편이 성격을 지킵니다.
성격이 다른 둘을 한 장에 담으면 읽는 쪽에서 어느 것으로 받아야 할지 갈립니다. 요구받은 것이 무엇인지부터 맞춰 두는 편이 낫습니다.
사유서는 앞으로의 약속을 담는 문서가 아니라서 그런 구조가 아닙니다. 서명은 내가 쓴 글이라는 표시이지 새 의무를 만드는 절차가 아닙니다.
사실확인서는 읽는 사람이 회사 밖에 있습니다
밖으로 나가는 종이는 문장을 푸는 정도가 다릅니다.
사실확인서는 내가 아는 사실을 확인해 주는 종이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경위서와 닮았습니다. 둘 다 있었던 일을 적고, 둘 다 뉘우친다는 표현을 담지 않습니다.
갈리는 자리는 받는 사람입니다. 경위서는 사내에서 읽히고 사내에서 처리됩니다. 사실확인서는 기관이나 보험사처럼 회사 밖에 있는 곳으로 나갑니다. 나가는 순간 그 문장은 사정을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읽습니다.
그래서 안에서만 통하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밖에서는 읽히지 않습니다. 부서 약칭, 사내에서만 쓰는 절차 이름, 앞뒤를 아는 사람끼리만 통하는 생략이 그렇습니다. 사내 문서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던 문장이 밖으로 나가면 설명이 모자란 문장이 됩니다.
사유서는 원칙적으로 이 선을 넘지 않습니다. 상급자와 인사 담당이 읽고 회사 안에서 처리됩니다. 다만 원칙적으로라고 적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나중에 다툼이 생기면 사내에서 오간 서면이 밖으로 나갈 수 있고, 그때는 처음부터 밖을 향해 쓰인 종이와 나란히 놓입니다. 사유서를 쓸 때도 사내 약칭을 한 번은 풀어 두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 네 가지사내에서 읽히고 끝나는 것
- 사실확인서회사 밖으로 나가는 것
- 각서새 의무가 생기는 것
- 시말서뉘우침을 담는 것
반성을 요구받는 순간 이름이 바뀝니다
사유서와 시말서의 경계선은 뉘우침이 들어가느냐입니다.
다섯 가운데 가장 자주 뒤섞이는 짝이 사유서와 시말서입니다. 둘 다 사내에서 읽히고, 둘 다 이미 벌어진 일을 적고, 둘 다 새 의무를 만들지 않습니다. 앞 표의 세 열이 모두 같습니다.
남는 열은 하나입니다. 뉘우친다는 뜻을 담느냐. 사유서는 담지 않아도 됩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설명해 읽는 사람을 납득시키면 그 종이는 제 몫을 다한 것입니다. 시말서는 그 위에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친다는 표현이 얹힙니다.
이 한 열이 왜 중요한가 하면, 바로 그 지점에서 법이 다르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취업규칙이 말하는 시말서가 사죄문·반성문을 뜻하는 것이라면 그 제출을 명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그런 규정에 근거한 제출명령은 업무상 정당한 명령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두6605 판결의 요지입니다. 경과나 이유를 적어 내라는 요구와 뉘우쳤다고 적어 내라는 요구가 같은 자리에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이름표를 다시 봐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사유서라고 부르면서 뉘우친다는 문장을 기대하고 있다면 그 요구는 이미 시말서 쪽에 가 있습니다. 거부할 수 있느냐는 물음도 정확히 여기서 갈립니다.
이 판결의 판시를 자세히 읽는 자리는 이 글이 아닙니다. 거부의 가부를 다루는 글에 원문을 실어 두었으니 그쪽에서 보십시오. 여기서 확인해 둘 것은 사유서와 시말서 사이에 그어진 선이 취향이나 말투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 하나입니다.
반대로 회사가 경과와 이유만 적어 내라고 요구했다면 그것은 이 판결이 다룬 자리가 아닙니다. 두 요구를 한 덩어리로 묶어 놓고 이야기하면 어느 쪽도 정확해지지 않습니다.
요구받은 종이가 어느 칸에 놓이는지 알아보는 순서
이름을 묻지 말고 네 가지를 차례로 물어보십시오.
앞의 표를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실무에서 필요한 것은 지금 손에 들어온 요구가 어느 칸에 놓이는지 가려내는 일이고, 그것은 네 번의 물음으로 끝납니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앞의 물음에서 갈리면 뒤는 볼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새 의무가 생기는지, 밖으로 나가는지가 먼저이고, 사유서와 경위서를 가르는 물음은 가장 나중입니다. 앞의 둘에서 갈리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사내에서 끝나는 무리에 들어와 있다는 뜻입니다.
- 이 종이를 낸 뒤 내가 새로 할 일이 생기는가생긴다면 각서 쪽입니다. 앞으로의 약속을 적는 자리라 나머지 넷과 성격이 다릅니다. 여기서 갈리면 아래 세 물음은 볼 필요가 없습니다.
- 읽는 사람이 회사 밖에 있는가밖으로 나간다면 사실확인서 쪽입니다. 사내에서만 통하는 표현을 풀어 쓰고, 직접 본 것과 전해 들은 것을 갈라 적어야 합니다.
- 뉘우친다는 표현을 기대하고 있는가기대하고 있다면 이름이 무엇이든 시말서 쪽 요구입니다. 뒤에 남는 문제가 가장 큰 갈림이 이 자리입니다.
- 무슨 일이 있었는지까지인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까지인가앞이면 경위서, 뒤면 사유서입니다. 시간순으로 늘어놓는 것은 뼈대이고 사유서는 그 위에 이유를 얹습니다.
셋째 줄에서 걸리면 그 자리에서 멈추고 요구의 내용을 맞춰 보는 편이 낫습니다. 이름과 기대가 어긋난 채로 쓰기 시작하면 다 쓴 뒤에 다시 쓰라는 말을 듣거나, 굳이 적지 않아도 될 문장을 적어 놓게 됩니다.
넷째 줄은 가장 자주 헷갈리는데 실무에서는 둘을 나란히 쓰는 일이 많습니다. 시간순으로 정리한 뼈대 위에 각 지점에서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를 얹으면, 한 장으로 양쪽 요구를 함께 받아 낼 수 있습니다.
비즈폼에는 사실관계를 적는 자리와 이유를 적는 자리를 나눠 둔 사유서 양식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빈 화면에서 칸을 직접 짜다가 성격이 다른 문장을 섞어 넣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사유서와 경위서는 어떻게 다른가요?
경위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시간순으로 보고하는 데서 멈추고, 사유서는 그 위에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얹습니다. 둘 다 사내에서 읽히고 새 의무를 만들지 않는다는 점은 같습니다.
사유서와 시말서는 같은 것인가요?
다릅니다. 시말서에는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친다는 뜻이 담기고, 사유서는 그 표현을 담지 않아도 됩니다. 요구의 성격이 여기서 갈립니다.
회사가 사유서라고 부르면서 반성문을 원하면 어떻게 되나요?
이름과 기대가 어긋난 경우입니다. 요구의 내용이 사죄·반성이라면 그것은 시말서 쪽 요구이고, 거부할 수 있는지도 요구의 성격에 따라 갈립니다.
각서와 사유서를 같은 것으로 보아도 되나요?
안 됩니다. 각서는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약속을 적어 새 의무가 남고, 사유서는 이미 있었던 일의 이유를 적는 것이라 그런 것이 남지 않습니다.
사실확인서를 사유서 대신 내도 되나요?
성격이 다릅니다. 사실확인서는 회사 밖 기관에 내가 아는 사실을 확인해 주는 대외용이고, 사유서는 사내에서 이유를 설명하는 서면입니다.
다섯 중 어느 것을 낼지 제가 고를 수 있나요?
고르는 관계가 아닙니다. 회사가 이름을 붙여 요구하고, 받는 쪽이 할 일은 그 요구가 어느 성격인지 알아보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