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서가 징계 근거가 되는 경우
사유서 마스터·10분·
사유서 자체가 징계의 근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절차의 자료로 쓰입니다. 징계의 근거는 문제가 된 행위이고, 사유서는 그 행위를 두고 회사가 판단할 때 참고하는 서면입니다. 사유서를 징계의 근거로 삼았다고 판단한 판례는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방향을 보면 분명해집니다.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할 때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정합니다. 법이 요구하는 서면은 회사에서 근로자로 가는 것이고, 근로자가 회사에 내야 할 서면을 정한 조문은 찾지 못했습니다.
제목의 전제부터 바로잡고 시작합니다
징계의 근거는 행위이지 그 행위를 적은 종이가 아닙니다.
사유서가 징계의 근거가 되느냐는 물음은 자주 나옵니다. 그런데 물음 자체에 한 걸음이 빠져 있습니다. 징계는 문제가 된 행위를 두고 내려지는 것이지, 그 행위를 적어 낸 종이를 두고 내려지는 것이 아닙니다.
순서를 되짚으면 분명해집니다. 먼저 어떤 일이 있었고, 그것이 규정에 어긋난다고 회사가 보았기 때문에 절차가 시작됩니다. 사유서는 절차가 시작된 다음에 요구됩니다. 뒤에 온 것이 앞에 있던 것의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 글이 다룰 수 있는 것은 조금 다른 물음입니다. 사유서는 그 절차 안에서 어떤 자리에 놓이는가. 여기에는 답할 수 있고, 실무에서 필요한 것도 이쪽입니다.
미리 밝혀 두면, 사유서를 징계의 근거로 삼았다고 판단한 판례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이 글이 근거라는 말 대신 자료라는 말을 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법이 서면을 요구하는 자리는 방향이 반대입니다
통지하는 쪽이 사용자이고 받는 쪽이 근로자입니다.
징계와 서면을 함께 다루는 조문이 근로기준법에 있기는 합니다. 해고할 때 서면으로 알리라는 조문입니다. 그런데 이 조문을 사유서와 이어 붙이는 순간 방향이 뒤집힙니다.
조문을 그대로 읽어 보십시오. 무엇을 서면으로 하라고 했는지, 그리고 그 서면이 누구에게서 누구에게로 가는지를 보면 됩니다.
①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②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제1항에 따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 ③ 사용자가 제26조에 따른 해고의 예고를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명시하여 서면으로 한 경우에는 제1항에 따른 통지를 한 것으로 본다.
근로기준법 제27조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
여기서 두 가지가 읽힙니다. 하나는 회사가 해고할 때 법이 서면을 요구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서면이 회사에서 근로자에게로 간다는 것입니다. 사유서는 근로자가 회사에 내는 서면이므로 이 조문이 말하는 서면이 아닙니다.
이 대비가 이 글의 뼈대입니다. 회사 쪽에는 서면을 요구하는 조문이 있고 근로자 쪽에는 그에 대응하는 조문이 없습니다. 사유서를 이 조문의 서면인 것처럼 설명하는 글을 만나면 화살표가 어느 쪽을 향하는지부터 확인해 보십시오.
제3항에 다른 조문의 이름이 나오지만 해고예고 제도는 이 글의 주제가 아니므로 다루지 않습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앞의 두 항이 보여 주는 방향뿐입니다.
그러면 절차 안에서 어떤 자리에 놓이는가
판단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의 재료가 됩니다.
사유서는 본인이 직접 쓴 서면입니다. 회사가 일어난 일을 파악할 때 당사자에게서 나온 설명만큼 손쉬운 자료가 없으므로, 실제로 절차에서 참고됩니다. 여기까지는 다툼이 없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참고된다는 말이 어느새 인정한 것이 된다거나 증거가 된다는 말로 옮겨 갑니다. 그 자리를 뒷받침하는 판단은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참고 자료라는 말과 사실이 확정된다는 말 사이에는 건너뛸 수 없는 간격이 있습니다.
아래 표에서 오른쪽 열이 그 간격을 넘어가 버린 서술들입니다. 검색에서 흔히 만나는 문장이라 나란히 놓고 보아 두는 편이 낫습니다.
| 확인되는 자리 | 확인되지 않은 서술 |
|---|---|
| 본인이 쓴 서면이라 회사가 참고하는 자료가 됩니다 | 자백으로 취급된다 |
| 정해 둔 절차의 일부라면 그 절차를 밟았는지 다투는 자료가 됩니다 |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된다 |
| 적은 것이 회사가 파악한 사실과 다르면 그 차이가 드러납니다 |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간주된다 |
| 요구의 성격에 따라 따라야 할 명령인지가 갈립니다 | 내면 감경되고 안 내면 가중된다 |
오른쪽 첫 줄과 셋째 줄은 형사 절차에서 쓰는 말이 사내 절차로 건너온 경우가 많습니다. 사내 징계 절차는 형사 절차가 아니고, 두 자리에서 쓰는 말은 서로 바꿔 쓸 수 없습니다. 낱말을 옮겨 오면 그 낱말이 달고 있던 효과까지 옮겨 온 것처럼 읽힙니다.
왼쪽 네 줄이 실무에서 뜻하는 바는 단순합니다. 사유서는 회사가 이미 시작한 판단에 재료를 하나 보태는 서면이라는 것입니다. 재료가 늘어나면 판단이 그만큼 그 재료에 기대게 됩니다.
그래서 적는 범위가 중요해집니다
묻지 않은 것을 적으면 없던 재료가 하나 생깁니다.
자료라는 말은 실무에서 이렇게 이어집니다. 적어 놓은 문장이 늘어날수록 회사가 들여다볼 것이 늘어납니다. 물어본 것에 답한 문장은 어차피 다뤄질 것이지만, 묻지 않은 것을 스스로 꺼내 놓은 문장은 없던 쟁점을 만들어 냅니다.
지각 한 건을 두고 사유를 적으라고 했는데 지난 몇 달의 사정을 통틀어 설명해 놓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번 일과 상관없는 사정들이 한자리에 모여 버리고, 읽는 쪽에서는 그것들도 함께 보게 됩니다.
반대로 물어본 것에 답하지 않는 것도 위험합니다. 경과를 적어 내라는 요구에 심경만 적어 놓으면 회사가 알아야 할 자리가 그대로 비어 있고, 빈자리는 결국 다른 자료로 채워집니다. 그 다른 자료에는 내 설명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준은 하나로 정리됩니다. 요구받은 범위를 정확히 채우되 그 밖으로는 나가지 않는 것입니다.
본인이 쓴 서면이므로 회사가 판단할 때 참고하는 자료가 됩니다. 다만 그것이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간주된다거나 자백으로 취급된다는 서술은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사유서는 앞으로의 의무를 만드는 문서가 아니어서 그런 구조가 아닙니다. 서명은 내가 쓴 서면이라는 표시입니다.
자기 이름으로 자기가 쓰는 문서라 남의 이름을 빌려 쓰는 경우와 구조가 다릅니다. 사내에서 실제로 문제가 되는 지점은 처벌보다 신뢰 쪽이고, 그 이야기는 따로 정리했습니다.
내지 않은 것 자체가 징계사유가 되는가
여기에도 대법원 판단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사유서를 내지 않은 것이 그 자체로 독립된 징계사유가 되는지에 대해, 실무 해설은 경위를 보고하라는 성격의 요구였다면 업무명령 불응으로 징계할 수 있다고 정리합니다. 회사가 물었는데 답하지 않은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정리를 대법원 판결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이 글이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보는 실무 해석이 있다는 데까지입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어느 수위의 처분이 나온다고 적으면 그 순간 근거가 사라집니다.
반대쪽에는 확인된 판단이 있습니다. 뉘우쳤다고 적어 내라는 요구였다면 그 명령 자체를 정당한 업무명령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명령이 정당하지 않다면 따르지 않은 것을 탓할 자리도 좁아집니다.
두 갈래가 여기서도 그대로 반복됩니다. 무엇을 적어 내라고 한 요구였는지가 이 클러스터의 거의 모든 물음에서 갈림목이 됩니다.
절차 안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는 순서
네 단계를 밟으면 범위가 저절로 정해집니다.
앞의 이야기를 실제로 쓰는 동작으로 옮기면 네 단계가 됩니다. 어렵지 않지만 순서를 바꾸면 효과가 없습니다. 특히 둘째 단계를 건너뛰고 곧장 쓰기 시작하면 나머지가 흐트러집니다.
- 요구가 어느 단계에서 나왔는지 확인한다조사 단계인지 징계위원회 단계인지에 따라 그 서면이 놓이는 자리가 다릅니다. 규정에 단계가 적혀 있다면 그것부터 봅니다.
- 무엇을 적어 내라고 했는지 그대로 옮겨 적는다요구의 범위가 곧 적을 범위입니다. 구두로만 들었다면 들은 말을 문장으로 남겨 두는 편이 낫습니다.
- 사실과 판단을 갈라 적는다본 것과 한 것은 사실이고,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은 판단입니다. 섞어 놓으면 읽는 쪽에서 어디까지가 확인 가능한 것인지 가려내지 못합니다.
- 범위 밖의 사정은 덧붙이지 않는다설명을 더 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가장 위험합니다. 늘어난 문장은 그대로 재료가 되어 남습니다.
셋째 단계가 나중에 가장 크게 갈립니다. 사실만 적힌 부분은 확인하면 끝나지만, 판단이 섞여 있으면 그 판단이 옳았는지를 두고 이야기가 한 겹 더 생깁니다. 갈라 적는 것만으로 다뤄야 할 범위가 줄어듭니다.
넷째 단계는 성실함과 자주 충돌합니다. 다 말하는 것이 성실한 태도처럼 느껴지지만, 요구받지 않은 사정까지 적는 것은 성실함이 아니라 범위를 넘는 것입니다.
비즈폼에는 사실을 적는 칸과 이유를 적는 칸을 나눠 둔 사유서 양식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칸이 갈라져 있으면 셋째 단계를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자연히 지켜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사유서가 징계의 근거가 되나요?
징계의 근거는 문제가 된 행위입니다. 사유서를 근거로 삼았다고 판단한 판례는 확보하지 못했으며, 절차 안에서 회사가 참고하는 자료로 쓰인다는 데까지가 확인되는 자리입니다.
사유서가 법정에서 증거가 되나요?
그렇게 취급된다는 판례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이 글은 사내 절차 안에서 자료로 쓰인다는 것까지만 다룹니다.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서면이 사유서인가요?
아닙니다. 그 조문의 서면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알리는 통지이고, 방향이 반대입니다.
사유서를 내지 않으면 그것만으로 징계되나요?
경위를 보고하라는 성격의 요구였다면 업무명령 불응으로 징계할 수 있다는 실무 해석이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 판결로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무엇을 조심해서 적어야 하나요?
요구받은 범위를 정확히 채우고 그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입니다. 묻지 않은 사정을 덧붙이면 없던 쟁점이 생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