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장과 위임계약서, 뭐가 다른가요
위임장 마스터·7분·
위임장은 제3자에게 권한을 보이는 서면이고, 위임계약서는 맡긴 사람과 맡은 사람 사이의 약속을 적은 계약서입니다. 향하는 방향이 달라서 한 장으로 두 몫을 다 하기 어렵고, 실제로 민법도 두 제도를 서로 다른 편에 나누어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680조 = 위임은 당사자 일방이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고 상대방이 승낙함으로써 효력이 생긴다 · 제689조 제1항 =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 · 대리는 민법 제1편 총칙에, 위임은 제3편 채권 각칙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적히는 것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맡겼는지
보수 적지 않아도 무방
확인하는 것 이 사람에게 권한이 있는가
다툼이 생기면 본인과 제3자 사이
이름이 닮아서 겹쳐 보이는 것뿐입니다
위임이라는 말이 앞에 붙어 있지만 두 문서가 다루는 층이 다릅니다.
일을 부탁받은 사람이 종이 한 장을 받아 들고 나서면 그것으로 준비가 끝났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그런데 부탁한 쪽과 부탁받은 쪽이 정해야 할 것과, 그 일을 하러 갔을 때 낯선 상대에게 보여야 할 것은 성격이 다릅니다. 앞의 것을 담는 종이가 위임계약서이고 뒤의 것을 담는 종이가 위임장입니다.
민법의 편제를 보면 이 구분이 눈에 띕니다. 대리에 관한 조문은 총칙 편에서 법률행위를 다루는 자리에 놓여 있고, 위임에 관한 조문은 채권 편에서 여러 계약 유형을 늘어놓는 자리에 놓여 있습니다. 입법 단계에서부터 서로 다른 상자에 담긴 셈입니다.
위임계약이 무엇인지는 민법 제680조가 밝혀 둡니다. 당사자 한쪽이 사무의 처리를 상대방에게 맡기고 상대방이 그것을 받아들이면 그때 계약의 효력이 생긴다는 내용입니다. 여기까지에는 제3자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무엇을 하기로 했는지가 전부입니다.
반면 대리는 처음부터 바깥을 향합니다. 대리인이 권한 안에서 본인을 위한 것임을 밝히고 한 의사표시는 곧바로 본인에게 효력이 생기는데, 이 구조가 작동하려면 거래 상대방이 그 권한을 확인할 길이 있어야 합니다. 그 확인을 위해 만들어 내미는 서면이 위임장입니다.
무엇이 어느 종이에 적히는가
돈과 책임은 계약서 쪽에, 권한의 범위는 위임장 쪽에 모입니다.
실무에서 두 문서를 갈라 보는 가장 빠른 방법은 각 줄을 누가 읽을지 상상해 보는 것입니다. 보수를 얼마 주기로 했는지, 교통비를 누가 부담하는지, 일이 잘못되면 어떻게 책임지는지는 창구 담당자가 알 필요가 없는 내용입니다. 반대로 대리인의 이름과 맡긴 일의 범위는 창구가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위임장에 보수 조항을 길게 적어 두면 필요하지 않은 정보를 낯선 사람에게 넘기는 결과가 됩니다. 거꾸로 위임계약서만 들고 창구에 가면, 그 종이에는 두 사람의 약속만 있고 지금 이 사람이 어느 범위까지 대신할 수 있는지가 한눈에 드러나지 않아 확인이 지연됩니다.
아래 표는 같은 항목을 두 문서에 놓고 어느 쪽에 자리가 있는지를 표시한 것입니다. 표를 볼 때는 어느 칸이 비어 있는지를 먼저 세어 보십시오. 비어 있는 자리가 곧 그 문서가 맡지 않는 몫입니다.
| 적는 항목 | 위임계약서 | 위임장 |
|---|---|---|
| 맡기는 일의 내용 | 적는다 | 반드시 적는다 |
| 대리인의 인적 사항 | 적는다 | 반드시 적는다 |
| 보수의 유무와 금액 | 핵심 조항 | 적을 자리가 아니다 |
| 비용을 누가 대는가 | 핵심 조항 | 적을 자리가 아니다 |
| 일을 못 했을 때의 책임 | 정해 둔다 | 다루지 않는다 |
| 제출처가 요구하는 서식 | 해당 없음 | 절차에 따라 지정된다 |
느낌표가 붙은 세 줄이 위임장에서 빠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 내용은 권한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데 쓰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창구는 대리인이 얼마를 받기로 했는지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맨 아래 줄은 반대 방향입니다. 위임계약서에는 정해진 서식이 없지만, 위임장은 인감증명서 발급이나 주민등록표 열람처럼 절차에 따라 법령이 서식을 지정해 둔 경우가 있습니다. 어느 창구에 낼 종이인지에 따라 형식의 자유도가 달라집니다.
계약이 있어도 권한이 자동으로 따라오지는 않습니다
사무를 맡기는 일과 대리권을 주는 일은 따로 일어납니다.
두 제도가 별개라는 말의 실질은 여기서 드러납니다. 일을 맡기기로 약속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본인의 이름으로 계약을 맺을 자격까지 저절로 얻는 것은 아닙니다. 계산을 대신 해 주거나 자료를 정리해 주는 일처럼 바깥과 법률행위를 할 필요가 없는 사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반대 방향도 성립합니다. 보수 약정이나 사무의 세부를 정하지 않은 채 특정 행위만 대신하도록 권한을 주는 일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웃에게 서류 한 통을 대신 받아 달라고 부탁하며 위임장만 써 주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때 두 사람 사이에 계약서는 없지만 창구를 향한 권한은 존재합니다.
그러니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자동으로 만들어 내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위임계약서에 대리권 수여 조항을 함께 넣어 두는 일이 잦은 것도 그래서입니다. 한 종이에 담더라도 두 개의 서로 다른 행위가 들어가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 차이를 놓치면 문제가 생기는 지점이 있습니다. 계약서만 있고 위임장이 없으면 창구에서 막히고, 위임장만 있고 계약서가 없으면 보수나 비용을 두고 나중에 다툴 근거가 없습니다. 두 종이가 서로를 대신하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각자가 막아 주는 사고가 다르다는 뜻입니다.
끝나는 방식도 갈라집니다
계약을 해지하는 일과 권한을 거두는 일은 서로 다른 문을 씁니다.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689조 제1항이 그렇게 정하고 있어 기간을 정해 두었더라도 도중에 그만둘 길이 열려 있습니다. 다만 같은 조 제2항은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에게 불리한 시기에 해지한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그만두는 것 자체와 그로 인한 책임은 따로 따집니다.
권한을 거두는 일은 다른 조문이 맡습니다. 법률행위로 준 대리권은 원인이 된 법률관계가 끝나면 사라지고, 그 관계가 끝나기 전이라도 본인이 수권행위를 철회하면 마찬가지로 사라집니다. 계약을 유지한 채 권한만 거두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거나 파산한 경우에는 위임 자체가 끝납니다. 대리권 쪽에도 본인의 사망을 소멸 사유로 두는 조문이 따로 있어, 종이가 그대로 남아 있어도 권한은 남지 않습니다. 이 대목은 사망과 위임장을 다룬 글에서 조문과 함께 자세히 풀어 두었습니다.
정리하면 계약을 끝내는 절차와 권한을 거두는 절차가 이어져 있기는 하되 같은 것은 아닙니다. 실무에서는 해지 통지와 함께 위임장의 회수를 챙기고, 필요하면 제출처에 철회 사실을 알려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거두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상대방에게는 그 소멸을 주장하기 어려운 국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창구에 낼 목적이라면 따로 필요합니다. 계약서는 두 사람의 약속을 적은 것이라 대리 권한의 범위가 한눈에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능합니다. 다만 그 한 장을 창구에 그대로 내면 보수나 비용 같은 사적인 조건까지 넘어가므로 제출용은 따로 만드는 편이 낫습니다.
원인이 된 법률관계가 끝나면 대리권도 소멸합니다. 다만 종이를 회수하지 않으면 그 사실을 모르는 상대방과 사이에서 문제가 남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 문답이 실제 사고가 나는 자리입니다. 권한이 사라졌다는 사실과 그 사실을 상대가 아는지는 별개의 문제여서, 종이를 그대로 두면 위험이 남습니다.
그래서 계약과 권한을 함께 정리할 때는 순서를 정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해지 의사를 문서로 남기고, 위임장을 돌려받고, 그 종이를 이미 본 곳이 있다면 그쪽에도 알리는 세 단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위임장과 위임계약서는 무엇이 다른가요?
위임장은 제3자에게 대리권을 보이는 서면이고, 위임계약서는 맡긴 사람과 맡은 사람 사이의 약속을 정한 계약서입니다. 읽는 사람이 다릅니다.
민법은 두 제도를 어떻게 나누고 있나요?
대리에 관한 조문은 총칙 편에, 위임에 관한 조문은 채권 편에 놓여 있습니다. 위임의 성립은 제680조가 정합니다.
위임계약을 중간에 그만둘 수 있나요?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라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에게 불리한 시기에 해지하면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위임장만 써 주고 계약서는 만들지 않아도 되나요?
권한을 보이는 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보수나 비용, 책임에 관한 다툼이 생겼을 때 기댈 근거가 없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