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기간을 안 적은 위임장은 언제까지 쓰나
위임장 마스터·8분·
기간을 비워 두었다고 해서 그 위임장이 언제까지나 살아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위임장 일반에 유효기간을 정한 법 조항이 없을 뿐이고, 대리권이 끝나는 사유는 민법에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맡긴 일이 끝나거나 본인이 거두어들이면 그 시점에 소멸합니다.
위임은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고 상대방이 승낙함으로써 효력이 생기는 계약입니다(민법 제680조) ·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습니다(제689조 제1항) · 등기신청서에 붙이는 인감증명 등의 3개월은 부동산등기규칙 제62조가 첨부서면에 건 기한이며 위임장에 걸린 기한이 아닙니다
빈 기간 칸이 실제로 뜻하는 것
법이 기한을 정해 두지 않았다는 사실과 그 종이가 무기한이라는 말은 서로 다릅니다.
기간을 적지 않은 위임장을 두고 두 방향의 오해가 함께 돌아다닙니다. 하나는 기한이 없으니 언제든 쓸 수 있다는 쪽이고, 다른 하나는 몇 달이 지나면 자동으로 못 쓰게 된다는 쪽입니다. 두 말 모두 근거가 되는 조문이 없습니다.
먼저 확인해 둘 것은 위임장 일반에 유효기간을 정한 법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민법에는 위임장의 서식이나 기재 항목을 정한 조문 자체가 없고, 그 종이가 며칠이 지나면 힘을 잃는다고 적어 둔 조문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기한이 없는 상태가 무기한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종이의 수명을 정한 조문이 없을 뿐, 그 종이가 표시하고 있는 대리권의 수명을 정한 조문은 여러 개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질문을 바꿔야 답이 나옵니다. 이 위임장이 언제까지 유효한가가 아니라 이 위임장이 표시하는 대리권이 언제 사라지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아래는 그 물음에 대한 답입니다.
대리권이 끝나는 자리는 대부분 종이 밖에 있습니다
소멸 사유는 여러 개인데 그 가운데 종이 위에 나타나는 것은 하나뿐입니다.
대리권이 사라지는 경로는 민법 여러 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원인이 된 관계가 끝나는 경로, 본인이 스스로 거두어들이는 경로, 사람에게 생긴 사정으로 끝나는 경로가 각각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 사유들의 공통점은 종이와 무관하게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위임장이 서랍에 잘 보관되어 있든 대리인의 가방에 들어 있든, 사유가 생긴 그 시점에 대리권은 사라집니다.
아래 표는 그 경로를 모아 놓고 각각이 종이 위에 드러나는지를 표시한 것입니다. 오른쪽 칸이 이 글의 핵심입니다.
| 대리권이 끝나는 사유 | 어디에 정해져 있는가 | 종이 위에 드러나는가 |
|---|---|---|
| 맡긴 볼일이 끝나 원인된 관계가 종료됨 | 임의대리의 종료 | 드러나지 않습니다 |
| 본인이 권한을 준 행위를 거두어들임 | 수권행위의 철회 | 드러나지 않습니다 |
| 당사자 한쪽이 위임계약을 해지함 | 위임계약의 해지 | 드러나지 않습니다 |
| 본인이 사망함 | 대리권의 소멸사유 | 드러나지 않습니다 |
| 대리인이 사망하거나 파산함 | 대리권의 소멸사유 | 드러나지 않습니다 |
| 적어 둔 기간이 지남 | 당사자가 스스로 정한 기한 | 유일하게 종이 위에 있습니다 |
여섯 줄 가운데 다섯 줄이 종이 밖에 있다는 사실이 기간 칸의 의미를 설명해 줍니다. 기간을 적는 일은 새로운 소멸 사유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이미 있는 사유들 가운데 하나를 종이 위로 끌어올리는 일입니다.
각 사유의 조문 원문은 다른 글에 나누어 실었습니다. 사망에 관한 것은 위임인의 사망을 다룬 글에, 철회와 소멸 후의 처리는 철회 방법을 다룬 글에 있습니다.
맡긴 일이 끝나면 권한도 끝납니다
대리권은 위임이라는 계약 위에 얹혀 있어서 그 계약이 끝나면 함께 내려앉습니다.
기간을 적지 않은 위임장이 언제 힘을 잃는지 물을 때 가장 먼저 볼 것이 이 경로입니다. 민법은 법률행위로 수여된 대리권이 그 원인이 된 법률관계가 끝나면 소멸한다고 정해 두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원인된 법률관계가 대개 위임입니다. 위임은 한쪽이 사무의 처리를 맡기고 다른 쪽이 그것을 받아들임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이며, 맡긴 사무가 처리되고 나면 그 계약의 목적이 다합니다.
그래서 서류 한 통을 떼어 오라고 맡긴 위임장은 그 서류를 받아 온 시점에 할 일이 없어집니다. 기간을 적지 않았더라도 그 종이가 표시하던 권한은 그 자리에서 소멸한 상태가 됩니다.
실무에서 이 점이 자주 잊히는 이유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권한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절차가 따로 없고, 종이는 아무 변화 없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위임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민법 제680조(위임의 의의)
조문이 사무의 처리라고 적어 둔 대목을 눈여겨보십시오. 맡긴 것이 특정한 사무이므로 그 사무의 끝이 곧 계약의 끝이 되고, 그 위에 얹힌 대리권도 함께 끝납니다.
그러니 기간 칸을 채우는 가장 실용적인 방법도 여기서 나옵니다. 맡기는 사무가 끝나는 시점을 기준으로 며칠의 여유만 더해 적으면 종이 위의 기한과 실제 소멸 시점이 크게 어긋나지 않습니다.
언제든 끝낼 수 있다고 정해 둔 조문
맡긴 쪽도 맡은 쪽도 기다릴 필요 없이 계약을 끝낼 수 있습니다.
기간이 적혀 있지 않은 상태를 불안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종이를 건넨 뒤에는 상대가 다 쓰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민법은 위임계약을 두 당사자 모두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는 계약으로 정해 두었습니다. 상대의 동의를 받을 필요도, 정해진 기한을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조건이 하나 붙어 있습니다.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에게 불리한 시기를 골라 끝냈다면 그로 인한 손해를 물어 주어야 합니다. 끝낼 수 있다는 것과 아무 대가 없이 끝낼 수 있다는 것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해지와 나란히 놓이는 것이 수권행위의 철회입니다. 앞의 것은 두 사람 사이의 계약을 끝내는 일이고, 뒤의 것은 밖을 향해 주었던 권한을 거두는 일입니다. 실무에서는 두 가지를 함께 처리하며, 그 절차와 조문은 철회를 다룬 글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 당사자 일방이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의 불리한 시기에 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민법 제689조(위임의 상호해지의 자유)
이 조문 덕분에 기간을 적지 않은 위임장도 통제 불능 상태가 되지는 않습니다. 언제든 끝낼 수 있는 장치가 조문에 이미 마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끝냈다는 사실이 밖에 전달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끝내는 결정보다 끝냈다는 사실을 알리는 절차가 실무에서는 더 중요합니다.
제출처가 요구하는 기한은 층이 다릅니다
창구에서 듣는 기한은 대리권의 수명이 아니라 서류의 접수 요건입니다.
기간을 적지 않은 위임장을 들고 갔다가 기한이 지났다는 말을 듣는 일이 있습니다. 이 말은 대개 위임장이 아니라 함께 낸 다른 서류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법이 기한을 정해 둔 자리는 분명합니다. 부동산등기규칙은 등기신청서에 붙이는 인감증명과 주민등록표 등본·초본 등을 발행일부터 3개월 이내의 것으로 제한합니다. 이것은 등기라는 절차의 첨부서면에 걸린 조건이지 위임장의 수명이 아닙니다.
인감증명서 발급을 맡길 때 쓰는 법정 서식에는 위임 또는 동의일부터 6개월이라는 기한이 붙어 있습니다. 이 값은 그 서식에만 딸린 것이어서 일반 위임장으로 넓혀 쓰면 틀립니다.
그 밖에 창구에서 듣는 발급 며칠 이내 같은 기준은 제출처가 스스로 정한 정책입니다. 근거가 법령인지 내부 기준인지에 따라 예외를 물어볼 여지가 달라지므로, 어느 쪽인지 확인하고 움직이는 편이 헛걸음을 줄입니다.
대리권이 없다는 판단이 아니라 접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판단일 가능성이 큽니다. 어떤 기준을 근거로 하는지 물어보면 법령인지 내부 정책인지가 드러납니다.
그사이에 맡긴 일이 끝났거나 본인이 거두어들였다면 이미 힘을 잃은 상태입니다. 시간의 길이보다 그동안 소멸 사유가 생겼는지가 기준입니다.
적어 둔 날 이전이라도 소멸 사유가 생기면 그 시점에 끝납니다. 적어 둔 기간은 상한을 정하는 것이지 그때까지의 존속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위 문답이 가리키는 곳은 하나입니다. 위임장에 붙는 기한 이야기는 대부분 대리권의 수명이 아니라 서류의 접수 요건에 관한 것입니다.
두 층을 갈라 두면 대화가 훨씬 빨라집니다. 인감증명서의 기한이 갈리는 자리는 별도의 글에 절차별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끝난 뒤에도 종이가 남아 있다면
권한이 사라졌다는 사정을 모르는 상대방에게는 그대로 내세우기 어렵습니다.
대리권이 소멸하는 사유의 대부분이 종이 밖에 있다는 사실은 마지막 문제로 이어집니다. 밖에서 보는 사람에게는 그 종이가 여전히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문제입니다.
민법은 대리권의 소멸을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도록 정해 두었습니다. 그 사실을 몰랐던 상대방과의 사이에서는 이미 끝난 권한이 작동한 것과 같은 결과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기간을 적지 않은 위임장을 다룰 때 실제로 해야 할 일이 정해집니다. 볼일이 끝났으면 종이를 돌려받고, 사본이 남아 있을 만한 곳을 확인하고, 계속 거래가 이어지는 상대가 있다면 위임이 끝났다는 사실을 알려 두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는 기간을 적어 둔 위임장에도 그대로 필요합니다. 적어 둔 날짜가 지났다는 사실을 상대방이 늘 확인해 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기간을 적지 않은 위임장은 무기한도 아니고 몇 달짜리도 아니며, 맡긴 일이 끝나거나 본인이 거두는 그 시점까지입니다.
다만 그 시점이 종이 위에 표시되지 않으므로, 끝났다는 사실을 밖에 알리는 일이 남습니다. 기간을 적어 두는 습관은 그 남는 일을 줄여 주는 가장 값싼 방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위임장에 유효기간을 정한 법이 있나요?
위임장 일반에 기한을 정한 조항은 없습니다. 대신 대리권이 끝나는 사유가 민법에 따로 정해져 있어, 기간을 적지 않아도 무기한이 되지는 않습니다.
기간을 안 적으면 언제 힘을 잃나요?
맡긴 사무가 끝나 원인된 관계가 종료되거나, 본인이 권한을 거두거나, 위임계약이 해지되거나, 본인이 사망한 때 등에 소멸합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가 기준이 아닙니다.
인감증명서 발급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위임장도 같이 못 쓰게 되나요?
그 값은 등기 절차의 첨부서면에 붙은 조건이며 위임장의 수명과는 다른 층에 있습니다. 절차를 특정하지 않은 채 옮겨 쓰면 틀린 설명이 됩니다.
한 번 준 위임을 중간에 끝낼 수 있나요?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에게 불리한 시기에 끝냈다면 그 손해를 물어 주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