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장 위임 범위를 적는 정확한 표현
위임장 마스터·7분·
맡기려는 대상과 행위를 각각 좁혀서 적고, 맡기지 않는 것을 함께 밝히는 것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업무 일체 같은 말은 권한을 넓히는 대신 어디까지인지를 지워 버려, 받는 쪽도 맡긴 쪽도 나중에 다투게 만듭니다.
권한을 정하지 않은 대리인은 보존행위와 성질이 변하지 않는 이용·개량행위만 할 수 있음(민법 제118조) · 위임으로 받은 대리권은 본인의 승낙이나 부득이한 사유가 없으면 복대리인을 선임하지 못함(제120조)
위 사람에게 관련 업무 일체를 위임합니다.
위 사람에게 본인의 주민등록표 등본 1통을 발급 신청하고 수령하는 권한을 위임합니다.
부동산에 관한 사항을 위임합니다.
○○시 ○○구 ○○동 000번지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매매계약 체결 권한을 위임합니다. 잔금 수령과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은 위임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서류를 대신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본인의 진료기록 사본 발급을 신청하고 수령하는 권한을 위임하며, 위임 기간은 작성일부터 2주로 합니다.
'일체'는 넓히는 말이 아닙니다
무엇이든 맡긴다는 뜻이 아니라 무엇을 맡겼는지 알 수 없다는 뜻이 됩니다.
위임 사항 칸에 가장 많이 적히는 말이 일체입니다. 무엇이 필요할지 몰라 넓게 열어 두려는 마음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이 낱말은 권한의 크기를 키우는 대신 권한의 경계를 지웁니다. 경계가 없는 권한은 강한 권한이 아니라 확인할 수 없는 권한입니다.
받는 쪽에서 보면 사정이 더 분명해집니다. 창구 담당자는 이 종이로 무엇을 해 줘야 하는지 판단해야 하는데, 일체라고만 적혀 있으면 판단의 근거가 없습니다. 결국 담당자는 안전한 쪽을 고르고, 그 선택은 대개 접수를 미루는 쪽입니다.
대리인 입장에서도 좋을 것이 없습니다. 나중에 맡긴 사람이 그런 것까지 부탁한 적 없다고 하면, 그 종이만으로는 반박하기 어렵습니다. 경계가 없다는 것은 대리인 자신을 지켜 줄 선도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범위를 적는 일은 대리인을 못 믿어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 두 사람이 같은 그림을 갖고 있다는 것을 종이에 남기는 일이고, 그 종이가 나중에 두 사람 모두를 지킵니다.
비워 두면 좁아진다는 구조부터
적지 않은 권한은 넓게 남는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한 최소한으로 줄어듭니다.
민법은 권한을 정하지 않은 대리인이 할 수 있는 일을 두 갈래로 한정해 두었습니다. 재산이 줄지 않게 지키는 일과, 대상의 성질이 변하지 않는 선에서 쓰거나 나아지게 하는 일입니다. 파는 일이나 담보로 내주는 일은 여기 들어가지 않습니다. 조문과 그 귀결은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 구조를 알고 나면 범위를 적는 기준이 저절로 생깁니다. 지키는 쪽 행위라면 굳이 적지 않아도 닿지만, 재산이 밖으로 나가거나 새 부담이 얹히는 행위라면 반드시 적혀 있어야 합니다. 판단이 헷갈릴 때는 그 일이 끝난 뒤 본인의 재산 목록이 달라지는지 물어보면 됩니다.
실무에서 자주 걸리는 것은 중간 지대입니다. 계약을 맺는 것과 돈을 받는 것, 서류를 신청하는 것과 그 서류를 받아 오는 것은 서로 다른 행위인데 한 덩어리로 여겨집니다. 신청만 위임하고 수령은 위임하지 않았다면 창구는 서류를 내주지 않습니다.
범위 문장을 만드는 다섯 단계
대상을 좁히고 행위를 동사로 적는 것만으로 절반이 끝납니다.
문장을 잘 쓰려고 애쓸 필요가 없습니다. 아래 다섯 가지를 차례로 채우면 그 자체가 문장이 됩니다. 어려운 것은 표현이 아니라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남길지 스스로 정하는 일입니다.
- 대상을 이름과 번호로 좁힌다어느 서류인지, 어느 부동산인지, 어느 계좌인지를 고유한 이름이나 번호로 적습니다. 관련 서류처럼 묶어 부르는 말은 대상을 하나도 좁히지 못합니다.
- 행위를 동사로 적는다신청한다, 수령한다, 체결한다, 해지한다처럼 무엇을 하는지 동사로 적습니다. 관리나 처리 같은 명사는 어디까지인지 알려 주지 않습니다.
- 맡기지 않는 것을 함께 밝힌다잔금 수령은 위임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제외를 적어 둡니다. 하나를 빼 두면 나머지 경계까지 함께 또렷해집니다.
- 기간을 붙인다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를 적습니다. 기간이 종이 안에 있으면 오래된 위임장인지 아닌지를 그 자리에서 판별할 수 있습니다.
- 재위임을 허용할지 정한다다른 사람에게 다시 맡겨도 되는지를 한 줄로 밝힙니다. 미리 승낙해 두거나 금지한다고 적어 두면 나중에 다툴 여지가 사라집니다.
세 번째 단계를 빼먹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맡길 것만 적으면 되지 왜 안 맡길 것까지 적느냐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 분쟁은 적히지 않은 영역에서 벌어집니다. 계약 체결만 맡겼다는 사실은 잔금 수령을 맡기지 않았다고 적혀 있을 때 훨씬 분명해집니다.
다섯 번째 단계는 뒤에서 따로 봅니다. 재위임은 적어 두지 않으면 원칙이 적용되는 영역이라, 한 줄 차이로 결론이 갈립니다.
다시 맡길 수 있는지도 범위의 일부입니다
적어 두지 않으면 원칙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대리인이 사정이 생겨 다른 사람을 대신 보내는 일이 있습니다. 이때 그 사람은 대리인의 대리인이 아니라 본인의 대리인이 되며, 권한 안에서 본인을 대리합니다. 그래서 누가 오느냐는 맡긴 사람에게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닙니다.
민법은 이 대목을 좁게 열어 두었습니다. 위임으로 대리권을 받은 사람은 아래 두 가지 사유가 없으면 다른 사람을 세울 수 없습니다.
대리권이 법률행위에 의하여 부여된 경우에는 대리인은 본인의 승낙이 있거나 부득이한 사유있는 때가 아니면 복대리인을 선임하지 못한다.
민법 제120조(대리인의 복임권)
문장을 뒤집어 읽으면 실무 지침이 나옵니다. 대리인을 정해 보낼 때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굳이 적지 않아도 원칙이 지켜 줍니다. 반대로 그 사람이 못 오게 될 상황이 예상된다면, 미리 승낙 문구를 넣어 두어야 급할 때 절차가 멈추지 않습니다.
적어 두는 문장은 짧아도 됩니다. 부득이한 경우 수임인이 지정하는 사람에게 다시 맡길 수 있다는 한 줄이면 승낙이 종이에 남습니다. 반대로 재위임을 금지한다고 적어 두면 대리인이 임의로 사람을 바꾸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넓게 적었을 때 실제로 벌어지는 일
경계가 흐린 위임장은 본인이 책임질 자리를 넓혀 둡니다.
대리인이 적힌 범위를 넘어 일을 벌였다고 해서 본인이 늘 빠져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에게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본인이 그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됩니다. 넓고 모호한 문장은 바로 그 믿을 만한 이유를 만들어 줍니다.
권한 안에서 벌어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형식적으로는 적힌 범위 안이지만 대리인이 자기나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 경우입니다. 이때는 상대방이 그 의도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그 효과가 본인에게 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대법원 2018. 4. 26. 선고 2016다3201 판결).
두 상황을 나란히 놓으면 범위를 좁게 적어야 할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넓게 적으면 권한 밖으로 나가기 어려워지는 만큼 본인이 묶이는 영역도 함께 넓어지고, 좁게 적으면 대리인이 넘어설 때 그 사실이 종이 위에서 바로 드러납니다.
그래서 범위 문장은 대리인을 통제하는 도구라기보다 본인의 책임을 재는 자입니다. 자를 길게 잡을수록 재는 범위가 넓어질 뿐입니다.
바꿔 쓰면 좋은 표현
자주 쓰는 다섯 마디만 고쳐도 문장이 달라집니다.
아래 표는 실제 위임장에서 자주 보이는 표현과 그 자리에 넣을 말을 짝지어 둔 것입니다. 왼쪽 칸의 말들이 나쁜 이유는 하나로 모입니다. 읽는 사람마다 다른 그림을 떠올리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 자주 쓰는 말 | 무엇이 문제인가 | 바꿔 쓸 말 |
|---|---|---|
| 업무 일체 | 대상도 행위도 좁혀지지 않는다 | 서류 이름과 통수를 적는다 |
| 관련 서류 | 어느 서류인지 알 수 없다 | 등본·초본처럼 이름으로 적는다 |
| 제반 사항 | 무슨 행위인지 드러나지 않는다 | 신청·수령처럼 동사로 적는다 |
| 당분간 | 기간이 특정되지 않는다 | 시작일과 종료일을 적는다 |
| 기타 필요한 일 | 적지 않은 것을 열어 둔다 | 제외할 항목을 밝힌다 |
마지막 줄이 특히 위험합니다. 앞에서 아무리 촘촘히 적어도 이 한 마디가 뒤에 붙으면 앞의 문장이 예시로 읽히고, 경계가 다시 사라집니다. 채우다 남은 자리를 메우려고 습관처럼 붙이는 말이니 지우기도 쉽습니다.
표를 다 지키고 나면 문장이 길어져 걱정될 수 있습니다. 길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창구에서 되돌아오는 위임장은 길어서가 아니라 무엇을 맡겼는지 읽어 낼 수 없어서 되돌아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위임 사항에 '일체'라고 써도 되나요?
권하지 않습니다. 권한이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계가 사라져, 창구에서는 판단이 어려워지고 뒤에는 다툼의 원인이 됩니다.
서류 신청과 수령을 따로 적어야 하나요?
따로 적는 편이 안전합니다. 신청만 위임했다고 읽히면 창구가 서류를 내주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재위임을 허용한다고 적어도 되나요?
적을 수 있습니다. 미리 승낙해 두면 대리인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다른 사람을 보낼 때 절차가 멈추지 않습니다. 반대로 금지한다고 적어 둘 수도 있습니다.
범위를 좁게 적었다가 일이 늘어나면 어떻게 하나요?
그때 새로 한 장을 더 받는 편이 낫습니다. 처음부터 넓게 열어 두면 늘어난 일뿐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일까지 함께 열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