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증명 요구사항을 명확히 쓰는 법
내용증명 마스터·8분·
문장을 짜기 전에 그 요구가 어느 갈래인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이행을 청구하는 것인지, 계약을 끝내겠다는 것인지, 내 채권과 맞바꾸겠다는 것인지에 따라 문장에 붙일 수 있는 것과 붙이면 안 되는 것이 갈립니다.
민법 제493조 제1항 후단은 상계의 의사표시에 조건 또는 기한을 붙이지 못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 실무에서 갈라 쓰는 갈래는 크게 3가지
빌려 간 돈을 조속히 변제하시기 바랍니다
2025년 3월 12일 대여한 원금 8,000,000원과 계약서에 적힌 이율로 계산한 이자를 지급하여 주십시오
하자 부분을 조치해 주십시오
안방 천장 누수 부위의 방수 보수를 마쳐 물이 새지 않는 상태로 만들어 주십시오
계약 관계를 정리하고자 합니다
2026년 4월 1일 체결한 용역계약을 이 서면이 닿는 때에 해지합니다
문장을 짜기 전에 요구가 어느 갈래인지부터 정합니다
같은 봉투에 담기더라도 갈래가 다르면 쓸 수 있는 문장이 달라집니다.
막상 종이를 펴 놓으면 첫 문장에서 손이 멈춥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어디서부터 적어야 할지 모르겠고, 그래서 그동안 있었던 일부터 늘어놓다가 정작 무엇을 해 달라는 것인지는 맨 끝에 한 줄로 붙게 됩니다.
순서를 거꾸로 잡으면 이 문제가 사라집니다. 먼저 정할 것은 사연이 아니라 갈래입니다. 지금 상대에게 하려는 말이 약속한 것을 이행하라는 청구인지, 이 계약을 여기서 끝내겠다는 통보인지, 내 쪽 채권과 상대 쪽 채권을 맞바꾸겠다는 통지인지를 고르는 일이 먼저입니다.
갈래를 고르지 않고 쓰면 문장이 섞입니다. 갚으라고 요구하다가 갑자기 계약을 끝내겠다고 적고 다시 금액을 언급하는 문서가 실제로 많은데, 이런 종이는 나중에 무엇을 한 문서인지 스스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아래 표는 갈래마다 문장에서 반드시 확정해야 하는 것과 문장을 쓸 때 걸리는 제약을 나란히 놓은 것입니다. 세 번째 열이 이 글에서 가장 자주 다시 나올 대목입니다.
| 요구의 갈래 | 한 문장에서 확정해야 하는 것 | 문장을 쓸 때의 제약 |
|---|---|---|
| 약속한 것을 이행하라고 청구한다 | 무엇을 얼마나 하라는 것인가 | 언제까지인지가 함께 있어야 읽힌다 |
| 계약을 끝내겠다고 알린다 | 어느 계약을 끝내는 것인가 | 한 번 닿으면 되돌릴 수 없다 |
| 내 채권과 맞바꾸겠다고 알린다 | 어느 채권끼리 맞바꾸는가 | 조건도 기한도 붙이지 못한다 |
| 여러 갈래를 한 문서에 담는다 | 갈래마다 문단을 갈라 두었는가 | 한 문단에 섞이면 어느 것도 읽히지 않는다 |
둘째 줄과 셋째 줄에 경고 표시를 붙인 이유는 되돌릴 방법이 없거나 문장 자체가 조문에 걸리기 때문입니다. 첫째 줄은 잘못 적어도 다시 요구하면 되지만, 아래 두 줄은 한 번 나가면 고쳐 쓸 기회가 없습니다.
넷째 줄은 형식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용의 문제입니다. 갈래를 갈라 문단을 나누면 각 문단이 자기 몫의 문장만 담게 되고, 나중에 그 문단 하나만 떼어 읽어도 무슨 요구였는지가 남습니다.
금액을 요구할 때는 계산이 따라올 수 있게 적습니다
받는 쪽이 그 종이 위에서 숫자를 다시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돈을 요구하는 문서에서 가장 흔한 형태는 합계 한 줄입니다. 총 1,240만 원을 지급하라고만 적혀 있으면 받는 쪽은 그 숫자가 어디서 나왔는지 알 수 없고, 다투고 싶어도 어느 대목을 다투어야 하는지조차 잡지 못합니다.
이 상태가 불리하게 작용하는 쪽은 오히려 보낸 사람입니다. 나중에 그 금액의 근거를 대야 할 때 문서가 도와주지 않으므로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고, 그 사이에 상대는 액수 전체를 부인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금액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으로 적습니다. 원금이 얼마이고 무엇을 근거로 이자를 더했으며 그동안 받은 것이 있다면 얼마를 뺐는지를 줄로 갈라 두면, 합계는 그 줄들의 마지막에 자연스럽게 놓입니다.
아래 순서는 그 줄을 만드는 차례입니다. 금액이 하나뿐인 단순한 사안이라면 첫째와 다섯째만 써도 되고, 여러 건이 쌓여 있다면 건마다 이 순서를 반복하면 됩니다.
- 원금이 되는 숫자를 하나로 확정한다언제 발생한 어떤 채권인지를 함께 적어 두면 그 줄만으로 특정됩니다.
- 원금과 이자를 다른 줄로 갈라 적는다한 줄에 합쳐 두면 어느 쪽을 다투는 것인지 상대도 나도 지목하지 못합니다.
- 이자를 계산한 기준을 한 줄로 남긴다계약서에 이율이 적혀 있으면 그 조항을, 없으면 무엇을 근거로 삼았는지를 밝힙니다.
- 이미 받은 금액이 있으면 뺀 내역을 적는다받은 사실을 빠뜨리면 문서 전체의 신뢰가 그 한 줄에서 무너집니다.
- 합계와 지급 방법을 마지막에 둔다계좌나 지급 장소가 없으면 갚고 싶어도 갚을 곳이 없습니다.
셋째 줄에서 주의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계약서에 이율이 없는데 임의로 비율을 정해 적으면 그 숫자를 나중에 스스로 설명해야 합니다. 근거를 댈 수 없는 항목은 아예 빼고 원금만 적는 편이 문서를 튼튼하게 만듭니다.
다섯째 줄은 사소해 보이지만 실제로 자주 빠집니다. 지급할 곳이 적혀 있지 않으면 상대가 이행하려 해도 방법이 없고, 그 상태에서 이행이 없었다고 다투게 되면 이야기가 복잡해집니다.
행위를 요구할 때는 끝난 상태를 적습니다
무엇을 하라는 말보다 무엇이 끝나 있기를 바라는지가 문장에 있어야 합니다.
돈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해 달라는 요구는 문장 만들기가 더 까다롭습니다. 금액은 숫자 하나로 특정되지만 행위는 어디까지 해야 다 한 것인지가 사람마다 다르게 읽히기 때문입니다.
조치해 주십시오, 시정 바랍니다, 원상회복하여 주십시오 같은 표현이 그렇습니다. 보내는 쪽은 머릿속에 구체적인 그림이 있지만 종이에는 그 그림이 옮겨지지 않았고, 받는 쪽은 자기 형편에 맞는 최소한으로 읽습니다.
이 문제를 푸는 방법은 동작이 아니라 결과를 적는 것입니다. 무엇을 하라고 쓰는 대신 무엇이 어떤 상태가 되어 있어야 하는지를 적으면, 그 상태에 이르렀는지 여부만 나중에 확인하면 됩니다.
결과로 적어 두면 부수적인 이득도 생깁니다. 상대가 다른 방법으로 같은 결과를 만들어 왔을 때 그것을 이행으로 볼지 판단할 기준이 문서에 이미 있습니다.
그 문장만 읽고 제3자가 이행 여부를 판정할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방법까지 지정하면 오히려 다툴 거리가 늘어납니다.
번호를 붙여 갈라 적는 편이 낫습니다. 하나만 이행되고 나머지가 남았을 때 어느 것이 남았는지 지목할 수 있습니다.
그 답변 자체가 다음 판단의 재료가 됩니다. 그래서 요구를 구체적으로 적어 두면 거절의 범위도 함께 확정됩니다.
두 번째 문답이 실무에서 특히 자주 문제가 됩니다. 요구를 한 덩어리로 적어 두면 상대가 절반만 하고 다 했다고 주장할 때 반박할 자리가 없습니다.
요구를 나눠 적는 일은 기한과도 이어집니다. 항목마다 걸리는 시간이 다르면 기한도 갈라 적어야 하는데, 그 문장을 짜는 방법은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상계만은 조건도 기한도 붙이지 못합니다
이 갈래에서만 앞의 요령이 정반대로 뒤집힙니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기한을 붙이는 것이 좋은 습관처럼 보일 것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요구는 언제까지라는 말이 없으면 문장이 완성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딱 한 갈래에서 이 습관이 조문에 정면으로 걸립니다. 내 쪽 채권과 상대 쪽 채권을 맞바꾸겠다는 통지, 즉 상계입니다. 민법이 이 의사표시에는 조건이나 기한을 달지 못하도록 못박아 두었습니다.
그래서 언제까지 갚지 않으면 상계하겠다는 문장은 쓰면 안 됩니다. 흔히 압박을 주려고 이렇게 적는데, 조건을 붙인 상계는 조문이 허용하지 않는 형태여서 원하는 결과가 생기지 않습니다.
조문 두 항을 함께 읽어 두면 왜 이런 제약이 붙었는지도 짐작이 됩니다. 상계에는 시점을 거슬러 올라가는 효과가 붙어 있어 언제 무엇이 소멸했는지가 흔들리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상계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한다. 이 의사표시에는 조건 또는 기한을 붙이지 못한다. 상계의 의사표시는 각 채무가 상계할 수 있는 때에 대등액에 관하여 소멸한 것으로 본다.
민법 제493조 제1항·제2항 · 상계의 방법, 효과
제1항 뒤쪽 문장이 이 절의 근거입니다. 조건 또는 기한을 붙이지 못한다는 여덟 글자가 앞에서 익힌 요령의 예외를 만듭니다.
제2항은 소멸이 일어나는 시점을 통지한 날이 아니라 두 채무가 맞설 수 있게 된 때로 잡아 둡니다. 조건을 걸면 그 시점이 언제인지 확정되지 않으니 조문이 처음부터 그 여지를 닫아 둔 셈입니다.
그러니 상계를 알리는 문단에는 언제까지라는 말이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대신 어느 채권과 어느 채권을 맞바꾸는지, 각각의 금액이 얼마인지를 적고 그 문단을 거기서 끝냅니다. 남은 차액을 달라는 요구는 별개의 문단으로 갈라 두면 됩니다.
다 쓰고 나서 그 문장이 혼자 읽히는지 봅니다
나중에 이 종이만 남았을 때 무엇을 요구했는지 읽히면 된 것입니다.
명확하게 쓰라는 말은 막연합니다. 기준이 필요한데, 이 클러스터에서 그 기준은 하나로 정해져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당사자의 기억이 흐려지고 문서만 남았을 때 그 종이가 혼자서 무엇을 요구했는지 말해 주는가입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고칠 곳이 금방 드러납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린 건, 아시다시피, 그동안의 사정을 고려하여 같은 표현은 당사자끼리는 통하지만 종이 혼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반대로 날짜와 금액과 상태가 적힌 문장은 세월이 지나도 같은 뜻으로 읽힙니다. 문서를 잘 쓴다는 것은 문장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 바뀌어도 뜻이 변하지 않게 만드는 일입니다.
아래 항목은 봉투에 넣기 전에 마지막으로 훑는 목록입니다. 하나씩 소리 내어 확인하면 빠진 자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요구 문단만 따로 읽으며 확인
넷째 줄은 앞 절에서 다룬 예외 때문에 넣었습니다. 다른 문단에서 기한을 적다 보면 손이 익어 상계 문단에도 같은 표현을 넣게 되는데, 그 한 줄이 문단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듭니다.
다섯째 줄은 가장 쉽게 고칠 수 있으면서 효과가 큽니다. 지시어를 실제 명칭과 날짜로 바꾸는 작업만 해도 문서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요구가 정리되었다면 다음은 언제까지라는 말을 어디에 어떻게 넣을 차례입니다. 기한 문장은 계산의 시작점을 무엇으로 잡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문서가 되므로 따로 다루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요구사항을 몇 개까지 적어도 되나요?
개수를 정한 규정은 없습니다. 다만 항목마다 번호를 붙여 갈라 적어야 일부만 이행되었을 때 무엇이 남았는지 지목할 수 있습니다.
금액을 대략적인 범위로 적어도 되나요?
범위로 적으면 상대가 아래쪽 끝을 이행으로 주장할 여지가 생깁니다. 근거를 댈 수 있는 부분까지만 확정해 적고 나머지는 빼는 편이 낫습니다.
언제까지 갚지 않으면 상계하겠다고 써도 되나요?
그렇게 쓰면 안 됩니다. 민법 제493조 제1항은 상계의 의사표시에 조건 또는 기한을 붙이지 못한다고 적고 있어 조건을 단 상계는 조문이 예정한 형태가 아닙니다.
상대가 여러 요구 중 하나만 이행하면 어떻게 되나요?
항목을 갈라 적어 두었다면 나머지가 남았다는 사실이 문서에서 그대로 확인됩니다. 한 덩어리로 적어 두었다면 그 구분부터 다투게 됩니다.
요구사항을 적을 때 감정을 담아 강하게 쓰면 효과가 있나요?
요구의 내용이 흐려질 뿐입니다. 표현이 세지면 무엇을 요구했는지보다 어떻게 말했는지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계약을 끝내겠다는 말과 돈을 갚으라는 말을 한 문서에 담아도 되나요?
담을 수 있습니다. 다만 문단을 갈라 각각의 요구가 서로 섞이지 않게 적어야 나중에 어느 문단이 무엇을 한 것인지 구분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