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계획서 공고를 낸 곳과 심사하는 곳이 다른 이유
사업계획서 마스터·9분·
정부지원사업 하나는 사업을 만든 부처, 그 사업을 맡아 굴리는 전담기관, 프로그램을 실제로 운영하는 주관기관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입니다. 공고를 모아 보여 주는 포털은 이 셋 어디도 아니어서, 거기서 봤다는 이유로 거기에 물으면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예비창업패키지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사업이고 창업진흥원이 수행기관이며 프로그램은 별도로 선정된 주관기관이 맡는 3단 구조입니다
사업의 이름 그 사업을 만든 부처
신청자격 그해 그 사업의 공고 — 법령이 아님
사업계획서 양식 공고를 낸 쪽이 붙여 둔 파일
물어볼 곳 공고에 적힌 기관 — 포털이 아님
공고를 모아 놓은 자리가 따로 생긴 까닭
흩어져 있던 공고를 한자리에서 보게 하려고 만든 것이 포털입니다. 모아 놓는 일과 정하는 일은 처음부터 다른 일이었습니다.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여러 공공기관에서 각자 만들어 냅니다. 예전에는 그 공고들이 저마다의 홈페이지에 흩어져 있어서, 무엇이 열려 있는지 알아내는 것만으로도 며칠이 걸렸습니다. 창업지원포털은 이 흩어짐을 걷어내려고 만든 자리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지원사업 정보를 모아 싣는 이 포털은 창업진흥원이 운영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운영한다는 말은 화면을 띄우고 공고를 올리고 접수를 받는 일을 맡는다는 뜻이지, 거기 올라온 사업의 조건을 그 기관이 다 정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런데 사용하는 쪽에서는 이 구분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어떤 사업이든 같은 화면 모양으로 열리고 같은 자리에 붙임 파일이 달려 있으니, 화면을 만든 곳이 내용도 정했으리라고 자연스럽게 읽게 됩니다. 서점에서 책을 샀다고 서점이 그 책을 쓴 것은 아닌데, 화면이 하나뿐이면 그 차이가 흐려집니다.
이 착시가 만들어 내는 표현이 있습니다. 포털의 이름을 규정이나 기준처럼 붙여 쓰는 말입니다. 그런 규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포털은 법률도 제도도 아니고, 조건을 정하는 주체는 언제나 그 사업을 만든 부처이거나 그 사업을 맡은 전담기관입니다.
사업 하나가 세 층으로 나뉘어 굴러갑니다
만드는 층, 맡아 굴리는 층, 실제로 운영하는 층이 따로 있습니다.
예비창업패키지를 예로 들면 구조가 뚜렷합니다. 사업 자체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것이고, 그 사업을 수행하는 전담기관은 창업진흥원이며, 선정된 사람이 실제로 프로그램을 받는 곳은 따로 뽑힌 주관기관입니다. 주관기관에는 대학이나 연구소, 지역의 창업 기관 등이 들어갑니다.
초기창업패키지도 같은 방식으로 굴러갑니다. 어느 곳들이 주관기관으로 뽑혔는지는 그해 공고의 붙임 파일로 공개됩니다. 즉 주관기관 목록은 고정된 명단이 아니라 해마다 다시 정해지는 것이며, 지난해 목록을 그대로 믿고 신청하면 어긋날 수 있습니다.
이 세 층은 각자 다른 일을 합니다. 부처는 사업을 설계하고 예산을 붙입니다. 전담기관은 그 사업을 실무로 옮겨 공고를 내고 접수를 받고 주관기관을 뽑습니다. 주관기관은 선정자를 받아 프로그램을 굴리고, 평가를 실제로 운영하는 자리도 여기가 됩니다.
그래서 아래 표를 보는 이유는 명단을 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지금 던지려는 질문이 어느 층에 속한 것인지를 가늠하기 위해서입니다.
| 층 | 하는 일 | 이 층에 걸리는 물음 |
|---|---|---|
| 사업을 만든 부처 | 사업을 설계하고 예산을 붙인다 | 이 사업이 왜 생겼고 무엇을 겨냥하나 |
| 수행을 맡은 전담기관 | 공고를 내고 접수를 받고 주관기관을 뽑는다 | 언제 접수하고 무엇을 내야 하나 |
| 프로그램을 맡은 주관기관 | 선정자를 받아 프로그램을 굴린다 | 선정된 뒤 무엇을 어떻게 받나 |
| 공고를 실은 포털 | 공고를 모아 보여 주고 접수 창구를 연다 | 어디서 신청 화면을 여나 |
마지막 줄만 성격이 다릅니다. 앞의 세 줄은 사업의 내용에 대해 답할 수 있는 자리이고, 마지막 줄은 화면과 접수에 대해서만 답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이 줄에 사업 내용을 물으면 답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리고 세 층이 늘 다른 기관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사업에 따라 층이 겹치기도 하고 이름이 달리 붙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층이 몇 개인지가 아니라, 지금 내가 확인하려는 값이 어느 층에서 정해졌는지를 짚는 습관입니다.
층을 뭉뚱그리면 확인이 엉뚱한 곳으로 갑니다
잘못된 곳에 물으면 답이 없거나, 더 나쁘게는 다른 사업의 답이 돌아옵니다.
가장 흔한 사고는 지원자가 공고를 본 자리와 답을 얻어야 할 자리를 같은 곳으로 묶어 두는 것입니다. 화면에서 봤으니 화면을 만든 쪽이 알 것이라고 여기지만, 신청자격의 세부나 제출물의 조건은 그 사업의 공고가 정한 것이어서 공고를 낸 쪽으로 가야 답이 나옵니다.
두 번째 사고는 답이 아예 없는 것보다 위험합니다. 검색으로 먼저 만난 다른 사업의 안내를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입니다. 사업이 다르면 정한 곳도 다르고 값도 다릅니다. 두 사업의 이름이 비슷하다는 것은 조건이 같다는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세 번째는 시점입니다. 같은 사업이라도 해가 바뀌면 공고가 새로 나오고, 신청자격의 세부와 지원 규모, 접수 기간이 다시 정해집니다. 재작년 글에서 읽은 숫자를 올해 공고에 얹으면, 근거를 대라고 했을 때 댈 곳이 없습니다.
이 세 가지가 겹치면 결과가 눈에 보이게 나빠집니다. 신청을 다 마친 뒤에야 자격 한 줄이 어긋났다는 것을 알게 되거나, 준비했어야 할 서류를 준비하지 않은 채로 접수를 마치게 됩니다.
화면과 접수에 관한 것이라면 그렇습니다. 다만 자격의 세부는 그 사업의 공고가 정한 것이므로, 공고문에 안내된 기관으로 물어야 그해 기준의 답이 돌아옵니다.
그렇게 볼 근거가 없습니다. 사업이 다르면 만든 곳도 공고도 다릅니다. 이름의 유사성으로 조건을 넘겨짚지 마십시오.
구조를 익히는 데까지는 쓸 만합니다. 그러나 자격의 세부와 규모, 기간은 그해 공고가 다시 정하므로 값을 옮겨 쓰면 안 됩니다.
같은 창구에서 봤어도 운영하는 곳은 다릅니다
한 포털에 나란히 실려 있어도, 그 사업을 굴리는 기관은 각각 다릅니다.
여기서 실제로 자주 뒤바뀌는 것이 있습니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합니다. 창업진흥원이 아닙니다. 두 기관 모두 중소벤처기업부 쪽 사업을 맡고 공고도 같은 포털에서 만나게 되지만, 사업을 굴리는 주체가 다릅니다.
이런 혼동이 단순한 이름 착각으로 끝나지 않는 까닭은, 기관이 다르면 안내 창구와 서류의 세부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엉뚱한 기관의 안내를 기준으로 준비하면 그 사업이 요구하지 않는 것을 준비하고 요구하는 것을 빠뜨립니다.
폭을 더 넓히면 사업계획서라는 같은 이름의 문서가 완전히 다른 자리에 놓이기도 합니다. 보증을 받으려고 기술보증기금에 내는 서류는 겨루어 선정되는 문서가 아니라 심사를 받는 문서이고,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은 서로 별개의 기관이며 근거가 되는 법률도 각각 다릅니다.
소상공인 쪽도 자리가 다릅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정책자금은 공단이 직접 심사하고 실행하는 갈래와, 공단이 지원대상 확인서를 내주고 실제 대출은 지역신용보증재단과 금융기관을 거치는 갈래로 나뉩니다. 서류를 내는 곳과 돈이 나오는 곳이 같지 않은 구조입니다.
| 어디에 내는 문서인가 | 그 자리를 맡는 기관 | 무엇을 확인하는 자리인가 |
|---|---|---|
| 창업지원사업 신청 | 부처의 사업을 전담기관이 공고하고 주관기관이 운영 | 겨루어 선정될 만한지 |
| 기술보증기금 보증 신청 | 기술보증기금 | 제출한 계획과 기술을 심사받는 자리 |
| 소상공인 정책자금 직접대출 |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 공단이 직접 심사하고 실행 |
|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리대출 | 공단은 확인서까지, 대출은 재단과 금융기관 | 확인과 실행이 나뉘어 있음 |
표의 마지막 줄이 이 절에서 가장 헷갈리는 자리입니다. 공단이 돈을 빌려준다고 뭉뚱그리면 확인서 발급 뒤에 남은 절차를 통째로 놓치게 됩니다. 확인과 실행이 나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다음에 무엇이 오는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줄과 첫째 줄의 차이도 짚어 둘 만합니다. 앞엣것은 다른 신청자와 견주어 순위가 갈리는 자리이고, 뒤엣것은 우리 사업 하나만 놓고 판단받는 자리입니다. 같은 파일을 돌려 쓰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어디에 확인해야 하는가
물음마다 답할 수 있는 층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 층을 먼저 찍고 물으면 한 번에 끝납니다.
아래 순서는 신청 절차가 아니라 확인 절차입니다. 접수 단계와는 별개로, 공고를 처음 열었을 때 한 번 훑어 두면 그 뒤의 물음이 어디로 가야 할지가 정리됩니다.
핵심은 첫 단계입니다. 지금 손에 든 것이 그해 그 사업의 공고문인지부터 확인하십시오. 검색으로 먼저 만난 요약 글이나 지난해 파일을 기준으로 삼으면 그 뒤의 확인이 전부 어긋납니다.
- 공고문 원본을 그 사업의 공고 화면에서 직접 연다요약해 놓은 글이 아니라 붙임 파일까지 갖춘 원본을 봅니다. 연도와 사업명이 내가 신청하려는 것과 같은지 먼저 맞춰 봅니다.
- 이 사업을 만든 부처와 수행하는 기관을 공고문에서 찾는다공고문의 머리와 끝에 적혀 있습니다. 이 두 곳이 사업의 내용에 답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 주관기관을 선택해 신청하는 구조인지 확인한다선택하는 구조라면 어느 기관을 고르느냐에 따라 선정 뒤에 만나는 상대가 달라집니다. 목록은 그해 공고의 붙임으로 공개됩니다.
- 사업계획서 양식을 공고문 붙임에서 직접 받는다다른 곳에서 받은 파일은 지난해 것이거나 누군가 손질한 사본일 수 있습니다. 붙임에서 받은 것만 기준으로 삼습니다.
- 궁금한 항목을 층으로 나눠 적어 둔다화면과 접수에 관한 것, 사업 내용과 자격에 관한 것, 선정 뒤 운영에 관한 것으로 나눕니다. 나눠 두면 물어볼 곳이 저절로 갈립니다.
- 답을 받으면 어느 기관에서 언제 받은 것인지 함께 적어 둔다같은 물음에 다른 답이 돌아오는 일이 생깁니다. 출처와 시점을 남겨 두면 어느 쪽이 지금 기준인지 가릴 수 있습니다.
확인 전에 짚을 것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는 사업도 있습니다. 다만 그 절차와 기한은 사업마다 공고가 정하므로, 결과를 받은 뒤에 찾지 말고 신청할 때 공고문에서 미리 봐 두는 편이 낫습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면 이 글의 목적은 기관 이름을 외우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값을 만났을 때 그것이 어디서 정해진 것인지 되묻는 습관을 들이는 것입니다. 그 습관 하나가 잘못된 안내를 걸러 냅니다.
자주 묻는 질문
공고를 낸 곳과 심사하는 곳이 왜 다른가요?
사업 하나가 여러 층으로 나뉘어 굴러가기 때문입니다. 부처가 사업을 만들고, 전담기관이 공고와 접수를 맡고, 선정 뒤의 프로그램은 따로 뽑힌 주관기관이 운영합니다.
창업지원포털이 기준을 정하는 곳인가요?
아닙니다. 포털은 창업지원사업 정보를 모아 싣는 자리이며 창업진흥원이 운영합니다. 조건을 정하는 주체는 그 사업을 만든 부처이거나 사업을 맡은 전담기관입니다.
예비창업패키지는 어느 기관이 맡나요?
중소벤처기업부의 사업이고 창업진흥원이 수행기관입니다. 선정된 뒤 프로그램을 받는 곳은 별도로 선정된 주관기관입니다.
청년창업사관학교도 창업진흥원이 운영하나요?
아닙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합니다. 같은 창구에서 공고를 만나더라도 사업을 굴리는 기관이 다릅니다.
주관기관 목록은 어디서 보나요?
해당 연도 공고의 붙임 파일로 공개됩니다. 해마다 다시 정해지므로 지난해 목록을 그대로 쓰면 어긋날 수 있습니다.
신청자격이나 지원 규모는 법에 정해져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신청자격의 세부와 지원 금액, 모집 규모, 신청 기간은 그해 공고가 정합니다. 법이 정한 것으로 옮겨 적으면 해마다 틀린 문장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