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 "일신상의 사유"만 써도 되나요
사직서 마스터·7분·
써도 됩니다. 다만 이 표현이 무언가를 지켜 주기 때문은 아닙니다. 법령이 지정한 문구가 아니라 인사 실무에서 굳어진 관행어이고, 이렇게 적었다고 해서 없던 권리가 생기거나 있던 권리가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사직서의 기재 항목을 정한 조항이 없으므로 특정 문구를 요구하는 법령도 없음 · 퇴직 절차의 근거는 근로기준법 제93조에 따른 취업규칙
이 한 줄로 끝내면 뒤가 번거로운 상황
- 임금이 밀렸던 사정을 나중에 설명해야 할 것 같은 경우
- 회사가 이직 사유를 다르게 적어 둘 것으로 보이는 경우
- 권유를 받아 나가는데 서류에는 본인 사정만 남게 되는 경우
- 계약 기간이 남아 있어 중도 해지 사정을 따져야 하는 경우
- 회사 양식이 사유를 구체적으로 적으라고 요구하는 경우
이 한 줄이면 충분한 상황
-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이 이유의 전부인 경우
- 회사와 사이에 정리할 다툼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
- 회사가 채울 서류의 내용과 어긋날 일이 없는 경우
- 양식의 사유 칸이 한 줄짜리로 짧게 나 있는 경우
- 퇴직일과 인수인계 일정만 정하면 되는 경우
이 다섯 글자는 어디에서 왔나
법전이 아니라 인사 서류의 관행에서 굳어진 표현입니다.
퇴직 서류를 검색하면 거의 모든 예시에 이 문구가 들어가 있습니다. 하도 자주 보여서 정해진 양식의 일부처럼 느껴지고, 다르게 적으면 무언가 잘못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그런데 앞서 확인했듯 이 서류에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 정한 조항 자체가 없습니다. 기재 항목을 정한 규정이 없는데 그 항목 안에 들어갈 낱말을 법이 지정해 두었을 리는 더더욱 없습니다. 이 표현의 근거를 법령에서 찾으려는 시도는 출발부터 어긋납니다.
실제 뿌리는 인사 실무의 구분법에 있습니다. 사람이 나가는 이유를 크게 두 갈래로 갈라 놓고, 본인 쪽 사정에 속하는 것을 한 낱말로 묶어 부르던 관용이 서류 문구로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회사 안에서 통용되던 표현이 밖으로 퍼져 나간 셈입니다.
관행이라는 사실을 알아 두는 것이 왜 중요한가. 관행어에는 법이 붙여 준 효과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문구를 골랐다고 해서 보호막이 생기지도, 반대로 불리해지지도 않습니다. 효과가 없다는 것이 이 문구의 가장 정확한 성질입니다.
이 표현이 하는 일과 하지 못하는 일
무엇을 바꾸지 못하는지부터 알아야 이 한 줄을 제자리에 놓을 수 있습니다.
퇴직을 앞두고 신경이 쓰이는 항목들을 한 줄씩 짚어 보겠습니다. 아래 표는 이 문구를 넣었을 때 달라지는 것과 달라지지 않는 것을 나눈 것입니다. 오른쪽 칸에서 눈여겨볼 것은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입니다.
표를 다 읽고 나면 한 가지가 분명해집니다. 항목마다 그것을 정하는 자리가 따로 있고, 그 자리들은 사직서 문구를 보고 움직이지 않습니다.
| 항목 | 이 문구로 달라지는가 | 정하는 자리 |
|---|---|---|
| 퇴직의 효력이 생기는 시점 | 달라지지 않음 | 민법 제660조 |
|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지 | 달라지지 않음 | 퇴직급여법 제4조의 요건 |
| 남은 연차의 정산 | 달라지지 않음 | 근로기준법 제60조 |
| 구직급여 수급자격 | 달라지지 않음 | 직업안정기관의 장의 인정 |
| 회사 안의 결재와 기록 | 달라질 수 있음 | 취업규칙과 사내 절차 |
마지막 줄만 다른 색으로 표시해 두었습니다. 사내 절차는 문서에 적힌 문장을 그대로 읽고 움직이는 영역이라, 사유를 어떻게 적었는지가 결재 속도나 담당자의 확인 절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 문구가 힘을 쓰는 자리는 거기까지입니다.
위의 네 줄은 사정이 다릅니다. 효력이 언제 생기는지는 민법이 정해 두었고, 퇴직금과 연차는 각각의 법률이 요건을 두고 있습니다. 이 요건들은 서류에 적힌 낱말과 무관하게 그대로 작동합니다.
네 번째 줄을 두고 오해가 특히 잦습니다. 이 한 줄을 적으면 자발적 퇴사로 못 박혀 버린다는 이야기가 도는데, 인정하는 자리가 따로 있는 이상 서류의 낱말 하나로 결론이 확정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자리에 올라가는 자료의 하나로 읽히기는 합니다.
회사가 채우는 서류와 어긋날 때
불이익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왜 다른지를 설명할 자리가 생깁니다.
실제로 문제가 되는 장면은 대개 이런 모양입니다. 서류에는 본인 사정이라고만 적혀 있는데, 몇 주 뒤에 회사가 채운 서류의 이직 사유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거나 반대로 본인이 다른 사정을 설명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이때 두 서류가 다르다는 사실 자체가 곧바로 결과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다만 두 문장 사이의 간격을 메울 설명이 필요해지고, 그 설명은 말이 아니라 자료로 해야 합니다. 준비가 없으면 그 자리에서 시간을 쓰게 됩니다.
그래서 이 문구를 고를 때 던져야 할 물음은 단순합니다. 회사가 이직 사유 칸에 무엇이라고 적을 것 같은가. 그 답이 그려지지 않는다면 서류를 내기 전에 담당자에게 한 번 확인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나중에 바로잡는 것보다 미리 맞춰 두는 쪽이 훨씬 간단합니다.
반대로 옮길 회사가 정해져 있고 회사와 정리할 다툼도 없다면 이런 걱정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두 서류가 어긋날 여지가 애초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사유를 길게 적는 것은 오히려 손해입니다.
사내 서식을 맞추려는 요청인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본인의 실제 사정과 어긋난다면 그대로 따르기 전에 왜 그렇게 맞추려는지 확인해 두십시오.
격식에 따라 효력이 달라지는 서류가 아닙니다. 짧고 사실에 맞는 문장이면 충분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쓰면 되나
문구를 고르기 전에 상황이 어느 쪽인지부터 가르는 것이 순서입니다.
앞의 대비표에서 왼쪽에 해당하는 항목이 하나라도 있으면, 사유 칸을 한 줄로 닫아 두기보다 사실을 짧게 적어 두는 편이 낫습니다. 길게 쓸 필요는 없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드러나는 정도면 됩니다.
오른쪽에만 해당한다면 이 관행 문구를 그대로 써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이때 함께 챙길 것은 문구가 아니라 날짜입니다. 언제자로 그만두는지, 그 서류를 언제 냈는지가 뒤에서 훨씬 자주 쓰입니다.
어느 쪽이든 사본은 남기십시오. 서류의 방식을 정한 조항이 없어 구두로 알려도 효력에는 지장이 없지만, 언제 도달했는지를 다투게 되면 남아 있는 기록만 읽힙니다. 사진이든 스캔이든 형식은 상관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한 줄을 두고 며칠씩 고민하는 것은 대체로 낭비입니다. 이 표현이 만들어 내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이 글의 결론이고, 같은 시간을 자료를 챙기는 데 쓰면 훨씬 많은 것을 남길 수 있습니다.
이 한 줄로 닫아도 되는지 보는 다섯 줄
자주 묻는 질문
일신상의 사유가 법에 나오는 표현인가요?
아닙니다. 이 서류의 기재 항목을 정한 조항 자체가 없고, 특정 문구를 요구하는 법령도 없습니다. 인사 실무에서 굳어진 관행어입니다.
이렇게 적으면 자발적 퇴사로 확정되나요?
확정되지 않습니다. 수급자격이 없는 것으로 볼지를 인정하는 주체는 직업안정기관의 장이며, 서류의 낱말은 그 판단에 올라가는 자료의 하나입니다.
사유 칸을 아예 비워도 되나요?
법이 요구하는 항목이 아니어서 비워도 효력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다만 회사 양식이 그 칸을 요구하면 사내 절차상 다시 쓰게 될 수 있습니다.
회사가 더 자세히 적으라고 하면 따라야 하나요?
법령상의 의무는 아닙니다. 다만 취업규칙이 절차를 정하고 있을 수 있으므로 요구의 근거가 무엇인지 확인해 보십시오.
일신상의 사유와 회사 사정은 어떻게 다른가요?
인사 실무에서 이유를 갈라 부르는 구분입니다. 법령이 정의한 용어가 아니므로 이 이름만으로 뒤따르는 절차가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이 문구를 쓰면 퇴직금이 줄어드나요?
줄어들지 않습니다. 퇴직금은 계속근로기간과 소정근로시간 요건을 갖추면 발생하고, 그 요건은 사유 문구와 무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