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증명과 지급명령, 뭘 먼저 하나
내용증명 마스터·9분·
둘은 순서를 다투는 관계가 아니라 하는 일이 다른 절차입니다. 앞의 것은 언제 무엇을 요구했는지를 남기고, 뒤의 것은 재산에 손을 대기 위한 집행권원을 만듭니다. 그래서 순서는 규정이 아니라 상황이 정합니다.
내용증명을 먼저 보내야 한다고 정한 조항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 다만 이행지체를 이유로 한 해제처럼 요구가 앞에 놓여야 하는 국면은 따로 있습니다
순서를 잘못 잡는 방식
- 일단 문서부터 보내 놓고 그다음을 생각한다
- 보냈으니 다음 단계가 자동으로 열린다고 여긴다
- 상대가 다툴 뜻이 없는데도 몇 달을 더 기다린다
- 절차가 앞에 놓여야 하는 국면에서 그 단계를 건너뛴다
- 시효가 임박했는데 요구만 되풀이한다
상황이 정하게 두는 방식
- 내 사안이 어느 국면에 있는지부터 가른다
- 재산에 손을 대려면 별도의 문서가 필요함을 전제한다
- 다툴 여지가 없어 보이면 곧장 다음 절차를 본다
- 요구가 요건인 국면이면 순서가 법으로 정해진다
- 시효가 걸려 있으면 후속 조치의 기한부터 센다
하는 일이 다르므로 서로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하나는 기록을 만들고 다른 하나는 자격을 만듭니다.
순서를 묻기 전에 둘이 각각 무엇을 만들어 내는지부터 갈라 두어야 합니다. 이것이 정리되지 않으면 어느 쪽을 먼저 하든 헛걸음이 됩니다.
앞의 것은 요구한 사실을 남깁니다. 언제 어떤 문언으로 무엇을 요구했는지가 문서와 우체국 기록에 남고, 나중에 그 사실이 다투어질 때 꺼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몫입니다.
뒤의 것은 자격을 만듭니다. 상대의 재산에 손을 대려면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인정받은 문서가 있어야 하는데, 법원을 거쳐 그 문서를 얻는 경로 가운데 하나가 지급명령입니다.
그래서 둘 사이에는 대체 관계가 없습니다. 아무리 여러 번 요구를 남겨도 그것이 저절로 자격으로 바뀌지 않고, 반대로 자격을 얻는 절차를 밟았다고 해서 그전에 요구한 사실이 없어지지도 않습니다.
| 구분 | 요구를 남기는 절차 | 자격을 만드는 절차 |
|---|---|---|
| 누구를 거치나 | 우체국 | 법원 |
| 무엇이 남나 | 문언과 발송 시점 | 집행할 수 있는 문서 |
| 상대가 다투면 | 그대로 다툼이 이어진다 | 이의신청으로 소송으로 넘어간다 |
| 재산에 손을 댈 수 있나 | 댈 수 없다 | 확정되면 댈 수 있다 |
셋째 줄과 넷째 줄이 층의 차이를 보여 줍니다. 요구를 남기는 절차에는 상대가 응하지 않을 때 강제로 밀고 갈 장치가 없고, 자격을 만드는 절차에는 그 장치가 붙어 있습니다.
이 표를 보고 나면 물음이 바뀝니다. 어느 쪽이 먼저냐가 아니라,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 기록인가 자격인가입니다.
지급명령이 빠른 절차로 불리는 이유
상대가 다투지 않으면 그대로 굳는 구조여서 그렇습니다.
자격을 만드는 경로 가운데 지급명령이 자주 언급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구조 자체가 상대의 반응에 따라 갈리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민사소송법은 지급명령에 대해 이의신청이 없거나, 이의신청을 취하하거나, 이의신청이 각하된 때에는 그것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상대가 아무 대응도 하지 않으면 그 상태로 자격이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다만 조건이 하나 붙어 있습니다. 이 절차는 상대에게 서류가 송달될 수 있는 경우를 전제로 하고, 소재를 알 수 없어 공시송달로 처리해야 하는 상황은 제외됩니다. 그러니 상대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사안이라면 이 경로 자체가 막힙니다.
여기서 앞 단계의 값어치가 드러납니다. 주소가 맞는지, 그 주소로 서류가 실제로 닿는지를 미리 확인해 두면 다음 절차에서 시간을 벌게 됩니다. 요구를 담은 문서를 보내 보는 일이 그 확인을 겸하는 셈입니다.
신청에 무엇이 필요하고 얼마나 걸리는지는 이 글에서 다루지 않겠습니다. 사안에 따라 갈리는 데다 여기서 어설프게 요약하면 판단을 그르치게 됩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상대가 다투지 않을 사안에서는 빠른 경로이고, 상대에게 서류가 닿지 않는 사안에서는 아예 열리지 않는 경로입니다.
이 두 조건이 순서를 정하는 첫 번째 기준이 됩니다.
순서는 네 갈래로 갈립니다
무엇을 먼저 하느냐는 사안의 성질이 정합니다.
이제 실제 판단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먼저 보내야 한다고 정한 조항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무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할 수도 없습니다. 요구가 앞에 놓여야 하는 국면이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답은 하나로 나오지 않고 사안의 성질에 따라 갈립니다. 아래 네 갈래 가운데 자기 상황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먼저 확인하십시오.
한 사안이 두 갈래에 걸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아래쪽 줄이 우선합니다. 절차가 법으로 앞에 놓인 경우와 기한이 걸린 경우는 선택의 여지가 좁기 때문입니다.
- 상대가 다툴 뜻이 없어 보인다굳이 요구를 먼저 남길 실익이 크지 않습니다. 자격을 만드는 쪽으로 곧장 가는 편이 시간을 아낍니다.
- 사실관계가 다투어질 것 같다언제 무엇을 요구했는지를 먼저 고정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나중에 그 사실이 쟁점이 되면 꺼낼 것이 있어야 합니다.
- 이행지체를 이유로 계약을 끝내려 한다순서가 법으로 정해집니다.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요구하는 절차가 앞에 놓여야 합니다.
- 시효가 임박했다요구만으로는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후속 조치의 기한부터 세고 그 안에 무엇을 할지 정하십시오.
셋째 줄은 선택이 아니라 요건입니다. 이 단계를 건너뛰면 뒤의 절차에서 앞 단계가 비어 있다는 지적을 받게 됩니다. 기한을 어떻게 적는지는 따로 다룬 글이 있습니다.
넷째 줄도 마찬가지로 여유가 없는 갈래입니다. 요구를 담은 문서가 시효에 손을 대기는 하지만 그 힘에 조건이 붙어 있어, 요구만 되풀이하다 보면 정작 세어야 할 기간을 놓칩니다. 조건의 내용은 시효를 다룬 글에서 확인하십시오.
먼저 보내 두는 것이 실익이 되는 자리
다툼이 예상될수록 앞 단계의 값어치가 커집니다.
둘째 갈래를 조금 더 풀어 보겠습니다. 사실관계가 다투어질 것 같다는 판단은 어떻게 하는가입니다.
상대가 지금까지 어떤 말을 해 왔는지가 단서가 됩니다. 금액 자체를 부인하거나, 이미 갚았다고 하거나, 애초에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런 사안은 절차로 넘어가도 결국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다투게 됩니다.
그 다툼에서 쓰이는 것이 요구를 남긴 기록입니다. 언제 얼마를 어떤 근거로 요구했고 상대가 그것에 어떻게 반응했는지가 서류로 남아 있으면, 뒤에 오는 절차에서 매번 처음부터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반응이 없는 것 자체도 재료가 됩니다. 여러 차례 보냈는데도 아무 응답이 없었다는 사정은 상대의 태도를 보여 주는 자료이고, 받기를 거절한 경우라면 그 거절이 어떤 성격이었는지가 별도로 판단될 여지도 생깁니다.
재산을 옮길 우려가 큰 사안이라면 그런 판단이 가능합니다. 다만 그 우려가 실제로 있는지는 사안마다 다르고, 여기서 일반적인 답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둘이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므로 함께 진행하는 것을 막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절차가 앞에 놓여야 하는 국면이라면 그 순서는 지켜야 합니다.
반응이 없다는 것 자체가 판단 재료입니다. 다음 선택지를 정리한 글이 따로 있으니 그쪽을 보십시오.
첫 번째 물음은 이 편에서 가장 조심스러운 대목입니다. 미리 알리면 대비할 시간을 준다는 우려가 실제로 있고, 반대로 알리지 않으면 사실관계를 고정할 기회를 놓칩니다. 어느 쪽이 무거운지는 상대의 태도와 재산의 성격을 보고 판단할 문제입니다.
정리 — 무엇이 필요한지부터 정하십시오
순서를 묻는 물음은 대개 목적이 정해지지 않아서 생깁니다.
이 편의 결론은 순서를 알려 드리는 것이 아니라 순서를 정하는 방법을 알려 드리는 것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이 기록인지 자격인지가 정해지면 순서는 저절로 따라옵니다.
기록이 필요한 상황에서 자격을 만드는 절차부터 밟으면 비용과 시간이 앞당겨질 뿐 다툼은 그대로 남습니다. 반대로 자격이 필요한 상황에서 요구만 되풀이하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상황이 나빠집니다.
아래 항목은 순서를 정하기 전에 스스로 확인해 볼 것들입니다. 하나라도 답이 나오지 않으면 그 답부터 찾는 것이 순서를 정하는 일보다 앞섭니다.
순서를 정하기 전에 확인할 것
둘째 줄을 다시 강조해 두겠습니다. 서류가 닿을 곳을 모르면 자격을 만드는 경로가 좁아집니다. 주소를 어디에서 확인하는지는 주소 표기를 다룬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요구를 남기는 절차와 자격을 만드는 절차는 층이 다르고, 어느 쪽을 먼저 할지는 상대의 태도와 사안의 성질이 정합니다. 순서를 습관으로 정하지 마십시오.
자주 묻는 질문
내용증명을 먼저 보내야 지급명령을 신청할 수 있나요?
먼저 보내야 한다고 정한 조항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다만 이행지체를 이유로 계약을 끝내려는 사안처럼 요구가 앞에 놓여야 하는 국면은 따로 있습니다.
둘 중 무엇이 더 센가요?
층이 다릅니다. 앞의 것은 요구한 사실을 남기고, 뒤의 것은 재산에 손을 댈 수 있는 자격을 만듭니다. 서로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지급명령이 왜 빠르다고 하나요?
이의신청이 없거나 취하되거나 각하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 구조여서, 상대가 다투지 않으면 그대로 자격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상대 주소를 모르면 어떻게 되나요?
지급명령은 공시송달 외의 방법으로 송달할 수 있는 경우를 전제로 하므로, 소재를 알 수 없으면 이 경로가 막힙니다. 주소를 확인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해도 되나요?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므로 함께 진행하는 것을 막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절차가 앞에 놓여야 하는 국면이라면 그 순서는 지켜야 합니다.
문서만 보내고 아무것도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요구한 사실은 남지만 그것이 자격으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시효가 걸린 사안이라면 후속 조치의 기한을 함께 세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