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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맞춤
의사인 나는 이제 막 수술에서 해복된 어떤 여성환자의 침상 옆에 서있다.

그녀는 수술 후에도 옆 얼굴이 마비되어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얼핏 보면 어릿광대 같은 모습이었다.

입의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 한 가닥이 절단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녀는 평생동안 그런 얼굴로 살아야만 했다.

외과 의사가 최선을 다해 그녀의 얼굴을 성형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빰에서 암세포가 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수술 도중에 어쩔 수 없이 신경 한가닥을 절단해야만 했다.

그녀의 젊은 남편도 그녀를 내려다 보며 환자옆에 서 있었다.

저녁 불 빛 속에서 그들은 마치 내 존재를 잊은 양 열심히 서로를 바라 보았다.

나는 생각했다.

이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길래, 삐뚤어진 얼굴을 해 갖고 서도 이토록 부드럽고 따뜻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걸까?

이윽고 그녀가 내게 물었다.

˝제 입은 평생동안 이런 모습으로 있어야 하나요?˝

내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신경이 끊어졌기 때문이지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때 그녀의 젊은 남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난 그모습이 좋은데 뭘, 아주 귀여워 보인다구.˝

그 순간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알았다.

그는 신과 같은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차마 그를 똑바로 쳐다볼수 없어서 나는 바닥에 시선을 떨구었다.

내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 남자는 아내에게 입을 맞추기 위해 목을 숙였다.

그리고 그는 삐뚤어진 아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추기 위해 잔뜩 삐뚤어진 입을 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아직도 입맞춤이 가능하다는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내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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