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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매우 총명하나, 얼굴이 추한 한 사람의 랍비가 로마 황제의 왕녀와 만났다. 왕녀는,
˝뛰어난 총명(聰明)이 이런 못생긴 그릇 속에 들어 있군! 하고 말했다. 랍비는,
˝왕궁 안에 술이 있습니까?˝
라고 물었다. 왕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무슨 그릇에 들어 있습니까?˝
라고 거듭 물었다. 왕녀가,
˝보통의 항아리라든가, 질그릇 같은 그릇에 들어 있죠.˝
라고 대답하자 랍비는 놀란 체 하며,
˝로마의 왕녀님같이 훌륭하신 분이 금이나 은그릇도 많이 있을 텐데 어째서 그런 보잘 것 없는 항아리를 쓰고 계십니까?˝
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왕녀는 지금까지 금이나 은그릇에 들어 있던 물을 보잘 것 없는 항아리에 옮기고 싸구려 항아리에 들어 있던 술을 금이나 은그릇에 넣었다. 그러자 술맛이 변해서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왕이 화를 내며,
˝누가 이런 그릇에 술을 넣었느냐?˝
라고 하자 왕녀는,
˝그렇게 하는 쪽이 알맞다고 생각해서 제가 했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랍비가 있는 곳으로 가서 왕녀는,
˝랍비여! 당신은 어째서 내게 이런 일을 권했는가?˝
라고 말하며 화를 냈다. 랍비는,
˝단지 나는 당신에게 대단히 귀중한 것이라 할지라도 싸구려 항아리에 넣어 두는 쪽이 좋은 경우가 있다고 가르치고 싶었을 뿐입니다.˝
라고 말했다.


-´ 탈무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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