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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때글
두루때글



평생을 한글 연구에 바친 주시경은 누구도 돌보지 않던 우리말 사전 편찬을 시작했고, 서재필 박사를 도와 독립신문을 순 한글로 만들었다. 또 처음으로 학교에서 국어 시간을 두어 한글을 가르쳤다. 1900년경 서울에 있는 거의 모든 학교에 국어 문법시간이 생겼다. 주시경은 〈국어문법〉, 〈대한국어문법〉, 〈말〉 등의 제목으로 강의록을 만들어 가지고 다녔다. 그때부터 10여 년 동안 주시경은 생애에서 가장 바쁜 시기를 보냈다. 왜냐하면 우리 국어를 가르칠 사람이 거의 없어 이 학교 저 학교를 돌아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 생긴 별명이 ‘주보따리’, ‘주보퉁이’였다. 일주일에 거의 40시간을 서울 곳곳의 학교로 강의를 다녀야 했던 그는 자연히 책을 많이 들고 다녀야 했다. 그래서 주시경은 사람보다 책 보따리가 먼저 보인다고 할 만큼 언제나 책 보따리를 옆에 끼고 다녔다.

그런데 어느 날 그에게 재미있는 별명이 하나 더 생겼다.

수업을 마치고 교실 밖으로 나서는데 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두루때글 선생님 안녕히 가십시오.”



“허허, 녀석. 그게 무슨 말이냐?”



“에이, 선생님. 순 엉터리예요. 선생님이 늘 우리말과 우리글을 사랑해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아이쿠, 그래도 모르겠구나. 좀 가르쳐 주려무나.”



“아이, 참. 선생님 이름은 한자로 두루 주(周), 때 시(時), 글 경(經)이잖아요. 그 뜻만 모아서 ‘두루때글’이라고 한 거예요.”



“내가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하다니, 그것 참 좋은 이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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