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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은 베풂
대를 이은 베풂



1991년 4월 김포공항에는 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초조하게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뒤 미국발 비행기 한 대가 착륙하자 사람들이 눈이 일제히 한 곳에 쏠렸다. 고 유일한 선생의 딸 유재라 씨의 유해를 담은 관 하나가 드디어 한국 땅을 밟은 것이다.



평생 검소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유일한 선생은 땀 흘려 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기업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아버지의 유언으로 재산 한 푼 없이 미국 땅으로 건너간 유재라 씨는 그런 아버지의 결정을 한번도 원망한 적이 없다. 오히려 그녀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한국에 돌아와 자신이 직접 번 돈으로 틈틈이 유한양행의 주식을 사들였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경영권을 물려준 조권순 씨에게 해가 될까 한때 비상근이사로 유한양행에 근무하던 것마저 관두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1962년 남편을 먼저 보낸 그녀는 평생 자녀 없이 홀로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지난 1991년 그녀가 63세의 나이로 세상을 뜨면서 유일한 선생의 뒤를 이어 그녀의 유언장이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녀의 유해와 함께 한국에 도착한 유언장에는 수백억에 달하는 전 재산을 유한재단에 기증하겠다고 적혀 있었던 것이다. 유한재단은 고 유일한 선생이 설립한 것으로 각종 장학사업과 소년소녀가장 돕기, 교육연구지원 등 각종 공익사업에 앞장서 온 단체였다.



아버지의 유언으로 인해 빈손으로 세상에 나와 자신의 모든 것을 세상에 주고 빈손으로 떠난 유재라 씨, 대를 이은 부녀의 베풂은 많은 이들에게 숭고한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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