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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아저씨의 눈물
경비아저씨의 눈물



작년 7월에 이사해 어느새 일 년이 다 되어 간다. 이사 온 그 즈음에 같은 통로에 사시는 분들에게 인사 겸해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돌렸다. 반갑게 맞아 주신 분도 있었지만 대부분 내가 무슨 방해꾼이라도 된 듯 대해 이곳에서 잘 살 수 있을지 걱정도 되었다.



이런 내 마음을 알기나 한 듯 우리 동 경비아저씨는 밝은 미소만큼이나 친절하셨다. 부모님 뵈러 전주에 다녀올 때마다 우리는 차 가득 짐을 싣고 왔다. 여러 번 옮겨야 되는데 남편 없이 혼자 다녀올 때는 정말 난감했다. 입구 가까이 차를 대면 좋겠지만 때로는 멀리 차를 대고 짐을 세 번이나 나누어서 옮겨야 할 때도 많았다.



그럴 때면 멀리서 경비아저씨가 성큼성큼 다가오셔서는 대뜸 무거운 것부터 날라다 주시는 거였다. 짐뿐 아니라 또 비단 나뿐 아니라 우리 동에 사는 사람이라면 칭찬해 마지않는 유난히 흰 머리의 경비아저씨셨다. 또 이틀에 한번 밤새워 근무하고 교대하면서도 피곤한 기색 없이 우리 동을 항상 깔끔하게 해주셨던 아저씨. 오죽하면 시어머니도 그런 아저씨는 보기 힘들다면서 오실 때마다 잘 부탁한다고 인사하셨을까.



따님이 대구에 산다면서 명절 때 돌아오면 딸 돌아오는 것처럼 반겨 주시던 아저씨였다. 그래서 나도 시골에서 상추라도 가져오면 드리고, 놀러가느라 김밥이라도 싸면 꼭 아저씨 몫까지 따로 챙겨 드렸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아저씨는 이젠 계시지 않는다. 얼마 전 경비가 용역으로 바뀌는 바람에 자리를 내놓으신 것이다. 나는 그 소식을 늦게야 알게 되었다. 아저씨는 떠나면서 눈물을 보이셨단다. 그리고 그제야 관리비 절약 차원에서 용역에 경비를 맡긴다는 서명을 받을 때 아저씨에게까지 여파가 미친다는 것을 미처 생각 못한 것이 부끄러웠다.



아저씨의 포근한 미소가 그립다. 아저씨 같은 분처럼 우리가 살아간다면 세상은 더 이상 각박하지 않을 것이다. 아저씨, 어디서든 건강하게 잘 계세요.



이영월 님 / 인천 계양구 계산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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