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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담그는 날
김장 담그는 날



“아줌마, 언제 해요?”


“내일이요!”


이웃집 아주머니들의 목소리다. 입동이 지나니 아침마다 하얀 서리가 앞뜰과 온 세상을 덮었고 어제는 물기가 마르지 않은 마당에 놓여져 있던 바가지에 살어름이 얼었다. 옛사람들은 겨울 김장이 일년 농사의 반이라고 했다.


어릴 적 늦가을에 학교를 다녀오면 온 동네 아주머니들이 우리 집 마당에 모여 왁자지껄했다. 한 아주머니는 배추를 씻고 한쪽에서는 무를 채 썰고, 한쪽에선 파를 다듬고, 한쪽에서는 쑥갓을 다듬고 그리고 한쪽에서는 배춧잎을 겹겹이 들추며 양념을 하여 독에다 차곡차곡 담는다. 어머니는 양념한 채김치와 굴을 넣은 겉절이 김치를 옆에서 구경하는 내 입에 쏙 넣어 준다. 한 번 주면 정이 없다고 또 한 번 넣어 주신다. 그때 그 감칠맛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제 50이 넘은 내 나이. 아내는 며칠 전부터 김치를 담근다며 분주하다. 5일 장에서 파, 마늘, 고춧가루, 쑥갓, 생강, 굴을 사고 배추는 매년 직접 재배하는 농가를 찾아가 노랗고 고소한 배추를 70포기 샀다. 어젯밤 아내와 함께 텔레비전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껍질을 벗겨 하얗게 윤기 나는 마늘을 바가지에 담았다.
오늘은 은주, 준수, 윤정, 경석, 두환, 선녀, 옥자 어머니 등 동네 아주머니들이 우리 집에 모였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김치를 장에서 사다 먹는다는데, 아니 담글 줄도 모른다는데 잊혀져 가는 감치를 오늘 이웃과 모여 앉아 함께 담그니 옛날 맛 그대로인 것 같다.
삼겹살을 구워 새로 담근 김치와 함께 꿀꺽, 그 맛은 먹어본 사람만 안다. 더불어 사는 이웃의 풍경이 언제까지나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한수철 님 /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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