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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꽃과 나비를 그린다 |  | |
| ˝마리아 지뷜라 메리안, 그녀에게 주목!˝
일단, 권두에 나온 칼라 화보를 보면 그녀가 어떤 일을 해낸 여자였던 간에 ´그녀는 누구일까 ?´라는 일차적 호기심이 발동한다. 17~18C를 살아간 한 여성이 주머니쥐와 사마귀를 이렇게 세세하게 그려낸 점에, 그리고 화려한 색감과 대담한 구성에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곤충학자이자 동판화가였던 그녀는 지금 독일의 500마르크짜리 지폐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오직 독학으로 곤충을 연구했다는데..., 중세시대의 곤충학이란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발생설에서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한심한 상태였다. 애벌레와 나비의 상관관계를 모를 뿐더러 새우와 고동도 곤충에 분류되곤 했다.
시대적 환경이 이러한대 어떻게 그녀는 곤충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곤충의 무엇이 그녀를 그토록 매료시켰던 것일까? 현재로선 딱히 알 수 없다. 다만, 마테우스 메리안(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큰 출판공방을 운영했던 장인)의 여덟 번째 자식으로 어려서부터 곤충 관찰과 표본 채집을 취미로 삼았다는 것만 전해질 뿐.
18살에 결혼하지만, 남편과는 일찍 이혼하고 수도원에서 은둔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곤충에 대한 그녀의 관심은 꾸준했다. 급기야는 쉰두 살의 나이에 좀더 큰 곤충들의 생태를 살피기 위해 수리남으로 향했고, 귀국 후에는 <수리남 곤충의 변태>를 제작하여 탁상공론 수준에 머물러 있는 유럽 곤충학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 때 그려진 그림은 지금까지도 곤충 도감의 기본틀이 되고 있다. 가령, 알, 유충, 번데기, 성충 등을 함께 그려 곤충의 일생을 순환적으로 보여주는 형식이랄지, 달랑 곤충만 그리지 않고 화초와 나무를 함께 그려 생태계 속의 곤충을 표현한 점이 그렇다.
그밖에도 그녀가 곤충학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곤충 자연발생설을 뒤집는 그림 자료로 곤충이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알, 유충, 번데기, 성충이라는 단계를 거쳐 생육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그녀의 다른 작품집 <애벌레의 경이로운 변태와 그 특별한 식탁>은 이러한 사실을 누누히 강조한다.
이렇듯, 바로크 시대의 곤충학자는 생각했던 것보다 첨단지식을 갖추고 있었고 그림 실력도 대단했다. 게다가 여성이었다는 점이 무척 신선하다. 이 책을 쓴 나카노 쿄코는 그녀가 여성이란 사실을 은근히 자랑하면서 어째서 이 선구적 업적이 전해지지 않은 것일까 의아해한다. 그래서 책속에는 메리안을 널리 알리고 싶어하는 지은이의 바람이 잘 드러나 있다.
이 책은 5장으로 이루어졌는데 각 장의 페이지 표시가 재미있다. 각 장 왼쪽 면에 알(1장), 애벌레(2장), 번데기(3장), 번데기를 벗는 나비(4장), 날아오르는 나비(5장) 아이콘을 그려넣은 것이다. 이 작은 악세서리는 메리안의 정신적.학문적 전진과 성장을 상징하는 듯하다. - 최성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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