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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작은 우주를 가꾼다 |  | |
| ˝회한의 프로젝트, 원예식물 기르기˝
다이앤 애커먼의 정원이 지척에 있다면, 지금이라도 달려갔을 것이다. 일이고 뭐고, 소개 안했다고 따따붓다 소리치는 출판사들의 앙탈이야 알바 아니다(오옷! 이런 호기로움까지... ㅠ.ㅠ). 라틴어 학명을 따져서 식물도감을 펴봐야지만 그게 무슨 꽃인지 알아들을 수 있는 답답함에 목이 매기 때문이다.
학명을 노출하든 안 하든, 중요한 것은 이 책을 읽는 동안 거론되는 모든 꽃들을 독자가 직접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칼라 사진이라도 집어넣든가, 아니면 애커먼의 정원이라도 취재해 놓았어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간혹 보이는 손톱 크기의 흑백사진과 텍스트 뿐이라니, 이건 너무 야비하다.
수액처럼 눈으로 쏙쏙 빨아들려지는 이야기는, 조셉스 코트는, 스위트 줄리엣은, 스모크 트리는 도대체 무엇을 가리킨단 말인가? 내내 ´이 꽃은, 이 나무는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증에 시달리려니 한숨이 다 쉬어지고, 이 책을 만든 편집자가 말할 수 없이 미워진다(한 일년은 늙은 것 같다 -_-).
그래도, 책을 읽고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지금까지 무수한 식물의 죽음을 목격하며 ´내 탓이오, 내 탓이요, 내 탓이오´를 반복했지만, 사실은 그 모든 게 자연의 조화라는 걸 말이다. 날씨 탓이고, 습기 탓이고, 기온 탓이지 가꾸지 않은 탓이 아니라고 정원사는 말해준다. 생명을 기르는 것은 사람 손이 아니라 자연이라고.
식물의 죽음 앞에서 더이상 무참해지지 않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그리고 다시 식물을 길러볼 염을 낼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올초 두 개의 야생초 화분을 샀다가 하나는 죽이고 하나만 남았다. 그러나 굴하지 않고 식목일엔 벌개미취와 붓꽃, 술패랭이꽃을 심을 것이다. 잘 되고 안 되고는 하늘에 달렸다).
이 책을 읽다보면, 누구라도 작은 우주를 만드는 일에 동참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 길에는 수도 없이 많은 난관이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아무리 정력적인 원예가라 해도 죽을 운명의 식물을 살려낼 수는 없고, 세상 천지에 퍼진 진드기와 바이러스를 막을 수는 없기에.
그러니 이제 식물 따위는 기르지 말자고 다짐하지 말자. 그러지 말자. 우리가 식물을 기르려는 건, 그것들이 베푸는 한없이 아름다운 자태와 그로부터 넉넉해지는 가슴 때문이지만 식물은 그 이상으로 우리를 성장시킨다. 다가오는 4월 5일에는 풀이든 꽃이든 뭐든 심자고, 그리고 식물과 함께 성장하자고 당부드린다. - 회한의 프로젝트에 다같이 동참하기를 바라는 X로부터 - 최성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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