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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교향곡
매일 아침 떠오르는 햇덩이 보기 위하여
흰 옷 입은 나라에 이르기 위하여
우리는 몇 개 산과 들 거쳐왔는지 모른다
우리는 몇 개 숲과 강 건너왔는지 모른다

첫번째 아리랑 나라에서
우리는 아무 것도 모르고
높은 소리로 노래 부르고
큰 몸짓으로 춤을 추었다
소년과 소녀의 심장을 나누었다
그리고 그 나라에서 떠날 때에는
고향의 품을 떠나는 것과 같은
깊은 슬픔을 느꼈다

두번째 아리랑 나라에서
우리는 조심스러워져서
낮으마한 목소리로 속삭이며
자그마한 몸짓으로 걸어다니며
구애와 허락의 절차를 거쳤다
그리고 그 나라에서 떠날 때에는
친구의 품을 떠나는 것과 같은
조용한 슬픔을 느꼈다

세번째 아리랑 나라에서
우리는 자연스워져서
그대와 나, 눈과 눈이 마주치고
그대와 나, 손과 손을 마주잡고
살과 뼈를 나누는 축제는
햇살과 비바람 동시에 몰고왔다
그리고 그 나라에서 떠날 때에는
마치 나 자신을 떠나는 것과 같은
아득한 슬픔을 느꼈다

네번째 아리랑 나라에서
우리는 말이 필요 없었다
하늘 나라의 모든 새들과
숲속 나라의 모든 나무들과
강속 나라의 모든 물고기들과
이야기하는 법을 배운 우리들은
만남도 헤어짐도 없는 나라에서
흰 옷 입은 사람들
고조선의 눈빛으로 만나고
고조선의 언어로 속삭였다
그리고 그 나라는 만남의 기쁨도,
헤어짐의 슬픔도 없는 가상의 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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