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따귀 맞은 영혼 |  | |
| 목에 걸린 사과 조각 토해내기, 그 쉽고도 힘든 과정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실패를 극복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사실 깨지기 쉬운 영혼을 지닌 인간이 실패의 경험을 기억한다는 것은 성공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갖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늪을 의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실패의 고통에 신음하다 다시 실패를 반복하고 결국은 주저앉고 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귀 맞은 영혼」(장현숙 옮김, 궁리 출판사)은 덧나기 쉬운 인간의 마음의 상처를 게슈탈트 심리학의 토대 위에서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본격적인 정신 상담에 앞서 예비 상담을 받는 것과 다름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배르벨 바르테츠키 심리 치료사의 상담실 소파에 누워 정신상담을 편안히 받는 것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그만큼 글쓴이는 ‘마음상함’에 관해 그 구체적 사례를 자신의 풍부한 임상 경험에서 가져와 쉽고도 상세하게 설명한다.
‘마음상함’ 이란 삶의 일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마음상함’의 강도와 횟수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글쓴이에 의하면 자존감이 안정된 사람은 쉽게 마음을 다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마치 씹지 못하고 삼켜버린 사과 조각처럼 마음에 남은 상처가 비슷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아파온다. 그 상처를 치유하지 않은 채 내버려두면 마침내는 새로운 자극에 반응할 에너지마저 상실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다른 이들에게까지 상처를 줄 수도 있는 것이다.
글쓴이가 상담 사례로 든 이레너 마이어의 경우, 어렸을 때부터 조부모의 손에서 자라면서 손아래 동생들을 돌봐야 했다. 부모가 그녀를 조부모에게 맡겨둔 채 집을 비우는 일이 거듭되자, 부모가 자기를 싫어한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자기는 중요하지 않은 존재라서 언제나 혼자 내버려 둔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태도는 그녀가 성장한 후의 남녀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녀는 애인이 그녀를 모른 척하거나 그녀의 기대를 저버릴 때마다 심한 불안에 빠지고 그것은 애인과의 불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배르벨 바르테츠키는 ‘마음상함’의 현상과 원인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후 마음 상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까지 다양하게 제시한다. 그것은 게슈탈트 심리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은 물론, 실제적으로 일상의 크고 작은 상처를 극복하는 데 무척 유익하다. ‘마음상함’의 극복 방법들이 언뜻 사소하고 쉬워 보이지만 그것을 실행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겪어 본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을 다쳤다는 사실과 그로 인한 아픔을 잘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관계 자체를 희생시키면서라도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를 모른체 하는 것이 상처받은 자기 모습을 내보이는 것보다 쉽게 생각되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 상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그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 극복을 위한 좋은 방법이다. 또 글쓴이는 관계를 완전히 끊는 대신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여러 각도에서 관찰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을 권한다. 그리고 ‘마음상함’이라는 현재의 사건 뒤에는 그 이전에 경험한 퇴짜, 거부, 충격 같은 기억이 자리잡고 있으므로 특별히 자기에게만 해당하는 특수한 주제를 잘 알아두는 것이 현재의 ‘마음상함’은 물론 과거의 근원적 상처까지 치유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조그만 일에도 참담하게 깨질 수 있는 연약한 존재다. 하루에도 수백번 폭풍이 쳤다, 고요해졌다를 반복하는 마음을 들여다보면, 그것들이 지나간 흔적이 삶을 얼마나 괴물처럼 느끼게 하는지, 우리를 얼마나 무력하게 하는지를 생각해보면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한 이후에는 오히려 옛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힘든 한 걸음을 내딛는 인간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가 감탄할 수밖에 없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짧은 말속에서 우리는 너무나 손쉽게 성공의 신화만을 보아왔던 것은 아닐까.(윤정윤/리브로)
by www.libro.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