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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파의 세계 |  | |
| 게으름뱅이보다는 일중독자들에게...
˝일 중독자들은 연민의 대상이 되거나 그것을 치료하기 위한 처방을 권고 받기는커녕 칭찬을 받고 승진을 한다. 일 중독은 사회적으로 완벽하게 받아들이는 유일한 중독 증상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이혼 전문 변호사들에게 확실한 수입을 보장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일을 많이 하는 것이 자랑거리라니, 정말 여기에 대해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P.133)
「소파의 세계」는 게으름뱅이들의 죄책감을 덜어줄 일종의 처방서다. 물론 이 책에서 당장 눈에 띄는 것은 ´CP 지수´ (CP는 이건 카우치 포테이토의 약자이다)나 ´당신의 소파유형 분석´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이 인문교양서라 거죽을 안고 나온 이상, 카우치 포테이포들이 일 중독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게을러터진 양심 없는 무뇌아들은 아니란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저자가 사용한 무수한 인용과 사례들을 비껴갈 순 없다.
이 책에서는 니체나 러셀, 오스카 와일드, 슐레겔, 심지어 일 중독자로 유명한 헤밍웨이조차 게으름에 대해 특별한 의견들을 내놓는다. 박식한 척 하는 건 언제나 그들의 트레이드마크, 하지만 언제 그런 말을 했을까 싶을 정도다. 물론 거기에는 일관성이 있다. 대개 ˝노동은 부자연스러운 것이며 게으름은 신성하다˝ 라는 맥락. 읽다보면 수긍이 간다. 진정한 자유로움은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빈둥거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면 당신이야말로, 진짜 게으름뱅이일 수도 있다. 슬쩍 문단을 빠트리고, 사선 읽기를 시도하며, 한 두 장 피해 가는 이런 게으른 독서법이야말로 저자가 제시한 처방전을 이해하지 못한 결정적 단서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이 책엔 일중독자들조차 수긍할 수 있는 설득력 넘치는 사례들이 무척 많다는 뜻이다.
휴식을 노동의 대가라고 생각하는 인식은 성경에서 기인한다. 아담과 이브를 내치며 신이 남긴 말을 생각해 보라. 남자에겐 땀 흘리며 농사짓는 일과 여자에겐 고통스럽게 아이를 낳는 벌이 부여된다. 이런 고전적인 훈육 방식은 수 천년을 지나 21세기형으로 기괴하게 뒤틀리며 업그레이드된다. 즉 일을 주지 않음으로써 직장에서 쫓아내는 방법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일 없는 즐거움이 일을 주지 않는 고통으로 변환되는 순간! 이 놀라운 인식의 변화에 간지럼 같은 학문적 궁금증을 느끼지는 않는지. 카우치 포테이토들이 모두 무식하다고 생각하는 건 대단한 오류다. 그들은 소파에 누워 줄창 책을 보거나 텔레비전 속 드라마, 교양 다큐멘터리 할 것 없이 모든 방송 시간을 줄줄이 외우고 있는 부류들이다.
대단치 않은 비밀 하나. 내가 지금까지 생활에서 경험했던 천재형들은 모두 카우치 포테이토들이었다. 그들은 대개 쓰레기장 같은 방에서 책과 함께 뒹굴며 스스로 방석디자이너임을 자청했다. 이런 게 바로 ´일반화의 오류´의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목 터지게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들을 위해서 한 가지는 약속해두겠다. 이 책은 어쨌든 만족감을 준다는 것. 당장 책을 펼쳐 CP지수를 측정하라. 그리고 당신의 소파 유형에 대해 분석하라. 재밌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물론 그것마저 귀찮아 책을 보지 않는다면 당신이야말로 저자가 말하는 진정한 의미의 카우치 포테이토인 셈이다. 시도해보거나 말거나 잃을 것이 없다면 이건 꽤 괜찮은 선택이 아닌가? (백영옥rararal93@libro.co.kr/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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