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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  | |
| 과학이 영화를 만날 때
최근 몇 년 사이 관객수 2백만 명을 넘는 영화가 늘고 있는 추세다. 이제 영화는 특별한 문화 활동이라기보다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다. 그리고 영화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는 만큼 영화의 과학적 완성도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에 ´100% 완벽´은 없는 법. 어떤 영화든 ´옥의 티´가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은 영화에 숨어 있는 ´옥의 티´ 중에서 과학적인 실수를 집어내어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또 다른 의미에서 보면 과학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주는, 생활 속에 과학을 적용시킨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1999년에 출간한 초판에 이어 3년 만에 나온 개정판이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 시대의 흐름에 민감한 만큼 개정판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 영화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신작 영화 <매트릭스>나 <언브레이커블> 등이 추가되었고, 과학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게놈’ 혹은 ‘유전자’ 내용이 많이 수정되었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 과학적 진실을 알려 주는 기본 내용은 변함 없다.
<블루썬더>의 예를 보자. “주인공 프랭크 머피(로이 샤이더)는 블루썬더를 몰고 악당들에 대항하지만 손에 총을 맞는다. 그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 블루썬더를 360도 회전시키는 장면이 등장한다. 물론 이 장면은 카메라 트릭으로 찍은 것이지 실제로 헬리콥터가 360도 회전한 것은 아니다.” 헬리콥터가 360도 회전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뒤집어졌을 때 중력과 반대방향으로 힘을 받아야 한다. 이것은 평소 떠오를 때와는 반대 상황이기 때문에 중앙 날개의 각도를 반대로 돌려야 한다. 즉, 360도 회전은 원리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위험하기 때문에 에어쇼나 실제비행 모두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또, <다이하드2>의 유명한 비행기 폭파 장면은 설정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영화 막바지에 이르러 목적을 달성한 테러범들이 비행기를 타고 빠져나가려 하자 브루스 윌리스는 범인들의 비행기 연료통 밸브를 열어 놓는다. 비행기가 출발하자 연료통에서 기름이 새어 나오는데, 이때 주인공이 불을 붙이자 불은 순식간에 기름을 타고 올라가 비행기가 폭파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이 장면이 과학적으로는 ‘어이없는’ 장면이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여객기의 연료는 등유라서 애초에 불이 잘 붙지 않고, 불이 붙는다 해도 불길이 기름 줄기를 따라 타들어가는 속도가 비행기 속도에 비해 턱없이 느리기 때문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항변할지도 모르는 영화 관계자들을 고려해서일까, 이러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비판적인 느낌은 없다. ‘영화비평’과 ‘교양과학’에서 갈팡질팡하던 책의 성격도 이쯤에서 교양과학으로 기우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 개정판에 추가된 영화 내용은 영화 분석에 더욱 충실해졌다는 느낌이다. 어느 정도의 객관성을 유지한 채, 과학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역사 등 여러 분야를 포괄적으로 다루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매트릭스’를 보면, 마치 TV의 영화소개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저자는 영화의 문화적 배경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간략한 줄거리와 영화의 숨은 의미, 그리고 유독 ‘매트릭스’가 같은 주제의 다른 영화보다 더 주목 받은 이유까지 여러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다.
“키아누 리브스의 이름이 인류를 구원한 그(The One)에서 One의 철자를 치환한 Neo라는 점, 여주인공의 이름이 삼위일체를 뜻하는 트리니티Trinity라는 점, 모피어스의 비행선 이름이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왕 이름인 ‘느부가넷살’이라는 점, 인류의 마지막 보루인 저항군 본부가 ‘시온’이라는 점…(pp.326)”
무엇보다 이 책은 영화적 상상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소중한 실수’를 범한 영화 감독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만약 감독들이 완벽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다수의 과학전문가가 ‘OK’할 때까지 과학적 요소들을 검증한 다음 영화를 제작한다면 이제 영화 속 ‘옥의 티’는 박물관에서나 봐야 할 것이다.
과학은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그들만의 언어로 주고받는 밀담’이 아니다. 과학은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과 우주, 생명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도 과학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영화를 통한 과학의 소개는 과학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좀더 색다르게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처럼 두 분야의 만남은 많은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다.(박재은 whity79@libro.co.kr/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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