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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당평전 1 |  | |
| 진경의 진경을 한 눈에 조망하는 우리시대의 ´완당평전´
1년 전, 「화인열전」을 펴내면서 유홍준 교수(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는 「역사비평」에 연재한 ‘조선시대 화가들의 삶과 예술’ 원고 중 추사 김정희 부분을 빼놓았다. 연담 김명국, 공재 윤두서, 심지어는 단원 김홍도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 회분을 넘지 못했으나 추사 김정희만은 모두 8회에 걸쳐서 연재했으니 그 분량 상 「화인열전」에 수록되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역사비평」연재 당시부터 기대가 남달랐던 이 원고는 최근 「완당평전」으로 묶여 나왔다. 단행본으로 새롭게 단장한 「완당평전」은 큰 인물의 삶 속에는 그 시대와 인물들이 고스란히 들어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완당평전」을 하나로 꿰뚫는 핵심어는 김정희가 연경에서 벌인 활약상을 치밀한 고증으로 밝혀낸 일본인 후지츠카 지카시의 「청조문화 동전의 연구」라는 책 제목 그대로라 할 수 있다. 물론 후지츠카는 청나라의 문물이 조선 후기 사회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김정희의 역할에 주목한 것이지만, 바위만 있다고 해서 폭포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폭포를 이루려면 바위와 함께 반드시 물이 있어야 하듯이 18∼19세기 청나라와 조선의 교류사 역시 양국을 동등한 입지에 두고 봐야만 올바르게 볼 수 있다. 이 책이 후지츠카의 책을 발판으로 삼지만, 그 이상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제목은 「완당평전」이지만, 이 책은 또한 18∼19세기 동북아 정신사라고도 볼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바, ‘진경시대’의 끝자락에 위치한 김정희의 삶은 굽이굽이 여러 연봉이 잇따라 솟구치다가 그 마지막에 이르러 크게 한 번 솟구치고 나선 형국이나 비슷하니 김정희의 삶 하나만 두고 살펴본다면 그 진경의 ‘진경(眞景)’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셈이다. 함께 연재했으면서 김정희의 삶만 따로 떼어 두 권의 책으로 엮을 수 있었던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 진경의 본모습은 위로 박제가·이덕무·홍대용·박지원·정약용 등이, 옆으로 청나라의 옹방강·완원·주학년 등이, 아래로 조희룡·허련·오경석·전기 등이 멀고 가깝게 김정희를 둘러싼 형국이랄 수 있다. 북학파의 정신이 청나라 고증학과 조우하기도 하고, 여항 문화가 개화파로 연결되기도 하는 지점의 한 가운데 김정희가 서 있으니 그 얼마나 역동적인 삶이었는지 짐작할 만하다. 앞서 말한 후지츠카는 김정희를 “조선 500년 역사상 보기 드문 영재”라 일컬었는데, 그 상찬이 허사가 아님을 그 삶이 증명하는 셈이다.
우리 시대에 이르러 이 진경을 진경보다 더 진경답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유홍준 교수의 발품이 묻어나는 조망법이다. 유교수는 우리 평전의 고루한 서술에서 탈피해 「완당평전」을 한 시대 정신사의 단면을 한 칼로 잘라 보여주는데까지 끌어올렸다. 발품을 짐작하게 하는 다양한 사진자료는 그것만으로도 귀중한데, 너무 높게도 그렇다고 너무 낮게도 흐르지 않는 서술은 일반인들에게 김정희를 비롯한 조선 후기인들의 예술세계를 이해시키는 데 부족함이 없다.
좋은 책이 늘 그렇듯 이 책은 다른 여러 책을 읽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우선 이덕무 등을 비롯한 「사가시선」저자들의 책을 다시 봐야할 일이며 박제가·박지원 등 북학파의 책도 빼놓을 수 없다. 한편으로는 조희룡·허련·오경석 등 19세기 예술가들의 삶에 대한 궁금증도 일지 않을 수 없다. 김정희의 세계가 그만큼 넓고 광활하다는 사실을, 한편으로는 「완당평전」이 보여주는 세계 역시 그만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한 사례로 삼을 만하다. (김연수 larvatus@libro.co.kr/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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