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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물의 건축학 |  | |
| 미래 건축의 화두, ´둥지´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에 가면 사람 키의 몇 배가 넘는 거대한 개밋둑을 볼 수 있다. 그 속에는 보통 수백 만 마리의 흰개미들이 공생하고 있다. 조그맣고 연약한 흰개미가 그토록 크고, 견고한(곡갱이로 내리쳐야 부서질 정도) 집을 지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자연의 신비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공기와 온도를 조절하는 개밋둑의 내부구조다. 산소를 늘 신선하게 유지하는 공기조절시스템, 외부 온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 난방 장치, 소화와 번식을 위한 최적의 습도조절 장치가 기막히도록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자연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온갖 동물들의 집짓기 이야기다. 나뭇가지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베짜기새의 둥지, 댐을 만들고 물 속에 둥지를 트는 비버, 애벌레가 자라면서 둥지도 같이 부풀어오르는 호박벌의 둥지 등 경이롭기까지한 그네들의 집짓기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러나 동물들의 집짓기를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다름아닌 ´인간의 건축´이다. 저자는 생물학자가 아닌 건축학자로서, 근대 이후 하늘을 찌를 듯 높아만가는 인간의 건축이 과연 무엇을 잊어버리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답을 동물들의 집짓기를 통해 전하고 있다.
현대의 기술과 경제력을 자랑하듯 우뚝 서 있는 고층 빌딩들. 그러나 이 빌딩들은 아찔할 만큼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밤하늘을 휘황찬란하게 수놓는 대형 조명, 냉난방기, 상하수도 시설, 공기조절기, 엘리베이터 등. 지구의 자원이 점점 고갈되어 가고 있는 지금, 고층 빌딩은 오히려 오만한 바벨탑, 인류의 끔찍한 묘비가 되지 않을까? 이런 의미에서 저자는 ´근대건축은 실패다´라고 과감히 말한다. 진정한 건축은 자연에 순응하고 어우러져야 한다. 자연이 주는 공기와 열과 습기를 온전히 이용하는 흰개미의 건축이 감동적인 이유, 우리가 동물들의 집짓기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현대의 건축이나 도시는 아직도 ´둥지´의 경지까지 그 내용을 승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 동물의 둥지에 비해서 인간의 생활 장치는 환경에 대해 너무 공격적이다. 동물의 둥지는 언제나 방어적이며 그러한 방어 자세 속에 외형의 소박함과 내부의 안락함이 실현되고 있다.˝(저자의 말 중에서)
´둥지´는 건축의 기원이자, 본질이다. 인간도 동물도 모두 자연에 더부살이를 하는 ´생물´임을 잊지 않는다면 이는 더욱 명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 건축사에서 한번도 쓰여지지 않았던 ‘둥지의 건축’, 이제 인류 건축의 생명을 책임질 화두로 삼아야 할 것이다.(김연정 joy@libro.co.kr/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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