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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iendship |  | |
| 우정, 세상을 치유하는 마술
40년 간을 스페인과 쿠바에서 헤어져 살다 첫 상봉을 한 형과 동생이 껴안고 있다. 형의 눈에 그렁그렁한 눈물이 고이더니 이내 뭐라 말할 수 없는 미소가 번지기 시작한다. 네팔의 안나푸르나 꼭대기에서 세 명의 소녀들이 서로의 머리에 꽃을 꽂아주며 소박한 미소를 나눈다. 담장 아래 쪼르륵 앉은 베트남 아이들이 카메라 앞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해 키득거리고 있다. 우리편 축구팀이 골을 넣었다. 몸을 튕기듯 일어나 일제히 터뜨리는 함성 같은 웃음들.
책 속은 온통 미소들의 축제다. 책장을 후루룩 넘기면 웃음의 파편들이 공기 중으로 일제히 쏟아질 것 같다. 그리고 그 웃음 옆에는 항상 ´친구´가 있다.
이 책은 ´우정´의 순간을 포착한 100장의 사진으로 채워져 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삶의 뒤안으로 미뤄두었던 옛 친구들이 말을 건넨다. 친구가 없었다면 이런 웃음, 이런 행복이 가능했을까? 끊임없이 변화하는 속도의 전쟁 속을 혼자서만 걸어가야 한다면 얼마나 가혹한 일인가? 삶이 버거웠던 순간마다 더 힘을 내 꽃을 피워주던 고마운 우정, 그 엄청난 진폭을 가진 에너지가 이제껏 우리를 버티게 했음을 책은 그렇게 속삭이듯 보여준다.
책에 수록된 사진들은 모두 뉴질랜드의 대규모 사진전인 M.I.L.K.(Moments of Intimacy, Laughter, and Kinship) 프로젝트를 통해 선정된 것이다. 엄격한 심사를 거친 탓에 작품성이나 완성도 모두 나무랄 데 없다. ´친구네 집에 가는 길은 먼 법이 없다´, ´친구는 제2의 나´, ´웃음은 두 사람 사이의 가장 가까운 거리이다´ 등 우정에 관한 짧은 금언들도 사진과 보조를 맞추며 우리의 마음을 두드린다. 시인 정현종 씨가 번역한 단아하고 깔끔한 표현들이 사진의 감성을 거스르지 않은 채 나직이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진과 짧은 글귀로 되어 있지만 책의 호흡은 매우 느리고 깊다. 조용히 음미하듯, 짓누르는 모든 것들을 털어 내고 마음을 맡겨보자. 상처받은 마음을 친구에게 고백하듯, 사진 속 친구들에게 동참해보자. ´우정이라는 치유력을 가진 마술 덕분에 좋은 순간은 더 좋아지고 나쁜 순간은 잊혀질 것이다.´ 그런 다음 팍팍하고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친구에게 위무의 눈길과 미소를 선물하자. 그리하여 신이 준 가장 따스한 선물인 ´우정´을 전세계에 전파하고 찬미하자.(김연정 joy@libro.co.kr/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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