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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하·이우일의 영화이야기 |  | |
| 나의 일상이 당신들의 영화보다 더 재미있다!
책제목은 김영하 이우일의 영화 이야기지만, 이 책은 영화평을 빙자해 쓴 신변잡기에 가깝다. 혹여 괴상한 철학자 이름으로 무장된 분석적인 영화평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사람이 제목만 보고 덜컥 이 책을 샀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뜻. 그러나 지젝이나 라깡을 읽으며 머리가 두근거리는 사람들은 매우 소수인 관계로, 이 책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족시킬만 하다. 김영하 아닌가. 게다가 이우일까지. 내 편견대로 과장하자면, 소설계의 한석규와 만화계의 심은하가 만났으니 가히 점입가경이라 할 수 있겠다.
책장을 펼쳐보자. <어둠 속의 댄서> 에서 일상 속에 내재해 있는 뮤지컬적인 요소를 발견하고, <지옥의 묵시록>을 통해서는 삼류들에 내포된 존재의 본질을 통찰한다. 김영하가 시네 21에 연재했던 영화평들을 참조하면 대략의 가닥이 잡힐 듯. 이 책은 이우일 시너지로 책의 볼륨감이 훨씬 커진 느낌이다. 책을 보고 있자니, 마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그의 삽화를 그리는 안즈이 미즈마루 콤비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무라카미와 안즈이 콤비가 왠지 소심하게 남성적이라면 김영하와 이우일은 대담하게 여성적이라고 해야 하나.
베트남 이씨 왕조의 후손인 이우일과 연탄가스를 마시고 10살 이전의 기억을 모조리 잃어버렸다는 김영하의 독특한 이력을 읽는 재미가 영화의 스토리나 분석을 따라가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기 때문에 책을 읽고 나면 제목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굳이 이 책을 신변잡기가 아닌, 영화를 통한 생활의 발견이라는 식으로 정의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 중요한 건 영화가 아니라 바로 그들 자신이며, 여기에서 영화는 일종의 퇴행성 질환에 걸려 버린 이 두 명의 키덜트(kids+ adult)를 비추는 거울, 즉 소품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가 웃음이 터지거든 그냥 웃으면 그만이다. 홍상수 식으로 얘기하자면 표면이 전부고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는 뜻이다. 책을 읽다보니 엉뚱한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소재거리가 빈궁한 영화 감독이 이 책을 읽다가 도리어 영화로 만들어도 되겠냐고 두 사람에게 안달을 부릴 수도 있지 않을까?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영화가 소설, 즉 산문의 상상력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확신은 이 책을 통해서도 여러 번 확인된다. (백영옥 rararal93@libro.co.kr/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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