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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찰 꽃살문 |  | |
| 관조의 시선으로
“꽃살문을 만들 때는 백 년에서 삼백 년 가량 된 춘양목을 고른다. 그런데 춘양목 중에서도 북쪽을 보고 자란 쪽을 택한다. 그것은 이 부분의 나이테가 촘촘하기 때문인데, 나이테가 촘촘할수록 비바람을 맞아도 일정한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 나이테가 촘촘한 쪽으로 켠 나무를 또 북남풍으로 부는 쪽으로 삼 년간 말린다. 기후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신축 작용에 충분히 적응시키기 위함이다. 잘 말린 나무는 사 년째 되는 해에 창고에 들여 보관하였다가 꽃살문을 만든다. ” (P. 205)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에서 이미 글을 관통하는 사진을 보여주었던 관조 스님이 자신의 법명 같은 아우라를 드리운 또 하나의 사진집을 냈다. 「사찰 꽃살문」은 그가 바라본 사찰의 꽃살문이다. 그는 자신이 오랜 시간 머물렀던 범어사뿐 아니라 사찰 14곳을 돌아다니며 꽃살문의 그 기적 같은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았다.
“ 불그스레한 빛을 띠는 춘양목은 시간이 지날수록 촘촘한 나이테 선에서 검은빛을 내서 전체적으로 검붉은 나무 질감을 보인다. 이러한 색감은 자연적이어서 편안하다…(중략)…오랜 세월 비바람에 단청이 벗겨져 고색이 도는 이러한 꽃살문 조각 장식에는 나이테의 가지런한 골이 드러나 또 다른 미감을 창출한다.” (P. 206)
꽃살문의 아름다움은 짓이겨진 유화의 질감과는 다르다. 언뜻 인상파 화가의 화풍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그것은 인간에 의해 덧붙여진 것이 아니라, 나무가 오랜 시간 바람과 빗물을 등지고 제 살을 깎아내린 흔적들이기에 더 깊은 잔향을 품는다. 또 꽃살문에서 소목장(小木匠)의 손목 꺾임과 강약의 흐름까지 돌올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것이 부처님께 향하는 간곡한 마음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 했을 터다.
단청은 청, 적, 황, 백, 흑 등 오방색(五方色)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그것이 서로의 몸을 덧대 만들어내는 무늬는 봄빛처럼 결이 넓고, 화사하다. 사찰의 솟을민꽃살문이 번져 팔상전이 되고, 팔상전이 번져 하나의 절이 되고 길이 되는 과정이 바로 사찰꽃살문이 확장되어, 가보고 싶은 절로 번지는 시선의 이치이다. 관조의 시선으로 보면 그것은 점점 인식의 문으로 확장되는 법칙일텐데, 나같은 범상한 사람이 보기에는 책상 말미에 앉아 읽는 독서에서 발을 움직여 깊은 절속으로 들어가 묵상하는 길 떠나기 여정으로 읽힌다. 책상머리에서 몸을 움직이게 하는 이런 책은 참으로 만나기 힘들다. 관조의 사진이 가지는 힘은 이토록 놀랍다.
어미가 자식을 위해 자신의 머리터럭을 한 올 한 올 뽑아내려 그것으로 발에 맞는 신을 깁고, 수년간 소식 없는 아들의 안부를 부엌신께 의지한단 얘기가 있다. 그렇게 수년을 꼬박하니 머리 구멍마다 핏물 고여 멍이 지고, 살비듬만 슬어 문드러져 하얀 어미의 정수리가 눈 내린 제 할미 무덤 같더란 이야기. 아들은 어미의 지극정성으로 자신의 업을 내리고, 삶이 움켜쥐고 있던 역마살에서 놓여난다.
인식의 문으로 가기 위한 여정은 이리도 길고 지난하다. 부처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일주문, 사천왕문 등 사찰의 무수한 문을 지나야 하는데, 그 하나하나의 문이 가지는 의미는 우리가 이고 사는 업보의 무게만큼 천길, 만길이다. 어미가 자식을 섬기는 마음, 인간이 신을 섬기는 마음이 아니고서야 이런 정성이 나올 수 있을까. 수백 년에 수년을 포개고, 기다려 신 하나가 기워지고, 문 하나가 만들어진다. (백영옥 rararal93@libro.co.kr/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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