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조선의 협객 백동수 |  | |
| ´협(俠)´이란 글자에 목숨 바쳤던 조선사내
18세기 조선 정조 때 발간된 무예서가 있다. 정조가 직접 제명을 정한 「무예도보통지」. 전 군영에 보급돼 군사들에게 창검 기예를 가르치는 교범서로 활용된 그 병서의 편찬자로는 충청도 웅진 찰방 임기를 마치고 규장각에 복직하여 「해동읍지」편찬 일을 담당하던 박제가, 와서(瓦署) 별제로 재직하면서 역시 「해동읍지」편찬 일을 하던 이덕무 외에도 평안도 병마절도사를 지낸 종2품 고위 무관 백시구의 증손자 백동수가 있었다.
「조선의 협객 백동수」는 1789년 가을 정조가 이 세 명을 불러 ´새로운 무예서를 편찬하라. 짐이 미리 새로운 무예서의 이름을 내리니, 「무예도보통지」라 하게 하라´는 옥음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물론,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초점은 백동수의 일생에 맞춰져 있다.
백동수는 박제가나 이덕무 보다 많이 알려져 있는 인물이 아니다. 스물 아홉에 무과에 급제하고, 마흔 다섯에 국왕 호위부대인 장용영 초관에 임명돼 「무예도보통지」편찬 총감독을 맡았다는 것 정도만 사서에 기록돼 있을 뿐이다. 1816년 74세의 나이로 사망하기 전 비인현감, 박천군수로 재직했을 뿐 별 큼직한 관직에 올랐던 적도 없다.
그러나 야뇌 백동수의 일대기를 그린 이 책을 읽다보면 그 당시 조선을 대표할 만한 인물들의 면면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백동수에게서 연암골을 소개받은 박지원은 그를 ´전서와 예서에 뛰어나다´고 평가했고, 박제가는 ´경서와 「사기」를 능히 논할 만하다´고 했으며, 이덕무는 자기 글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기도 했다. 조선의 문화적 질풍노도를 이끌었던 정조대왕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등장인물이다. 그 많은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알 수 있듯, 백동수는 무관 출신이면서도 시와 글씨, 그림 등에 탁월한 재주를 보였던 인물이었다.
˝이덕무의 표현대로 백동수의 말과 행동은 ´마치 딴 세상에서 노니는 사람´같았다. 그는 유자들이 중시하는 옷차림과 몸가짐에 도무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가 걸어갈 때면 씽하고 바람이 일었고, 대화를 나눌 때면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담장 너머까지 들렸다. 그런 옷차림과 걸음걸이, 말투는 점잖음을 미덕으로 여기는 선비들에게 경망스럽고 무례한 태도로 비쳐져 오해 사는 일이 많았다.˝(p.79)
그러나 백동수는 사람들의 그런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호방한 성품의 인물이었다. 들 야(野)에 주릴 뇌자를 쓰는 ´야뇌´라는 그의 아호는 들짐승 같은 그의 성품을 잘 나타난다. 권력에 얽매이고 비굴해지는 것을 싫어했던 그는 무과에 급제하고도 벼슬길에 나서지 않고 강원도 산골에서 농사짓는 것을 택했다. 다른 많은 재능에도 불구하고 그가 무예의 길로 들어섰던 건 고집스러고 불 같은 인품 탓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탁월한 무예실력을 갖췄던 백동수는 「무예도보통지」에서 자신이 체계화한 스물네 가지 무예의 도보와 중요 내용을 보기 쉽게 정리했다. 스물 네가지 무예란 ´지상무예 18기´와 ´마상무예 6기´를 통칭하는 말이다. 땅 위에서 장창과 죽장창, 기창을 사용하는 방법과 자세, 등패와 편곤 등 전술과 전략에 따라 그 용도와 사용술이 변하는 무기의 활용법 등 백동수의 스물 네가지 무예이론은 그 자신의 오랜 연마와 연구 끝에 나온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백동수라는 한 야인의 일대기뿐 아니라 「무예도보통지」의 전모를 확연하게 보여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글쓴이 김영호는 직장 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접한 「한국의 전통무예」란 책을 통해 삶의 진로를 바꾼 사람이다. ´빗자루 도사´로 통하던 임동규 선생 수하에서 24반 무예를 익힌 그는 1993년 무예수련가들과 함께 했던 「무예도보통지」윤독회를 통해 백동수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나 글쓴이가 이 책을 집필하는 과정은 또다른 24반 무예를 익히는 일을 방불케 할 정도로 험난했다. 무관이자 서얼출신인 백동수에 대한 사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탓에 그와 관련된 18세기 조선의 자료들을 모두 탐독했을 정도로 고된 작업의 연속이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되살아난 백동수인만큼 이 책을 읽는 일은 한 조선시대 야인의 올곧고도 거친 삶을 통해 문약에 빠져있던 조선역사를 반성적으로 성찰하는 일이 될 수 있다. (강정 igguas@ libro.co.kr/리브로)
by www.libro.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