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탁자 위의 세계 |  | |
| 커피콩, 유리, 신문 : 우리가 감춘 사물의 이면
“한때는 저녁 식탁 위에 오르는 감자가 어느 땅에서 나온 것인지를 아는 것이 당연했던 적이 있었다. 우리는 누그의 손이 식탁의 접시를 빚고 구운 것인지도 알고 있었다. 누가 우리의 신발을 수선했는지, 누구네 암소를 잡아서 나온 가죽인지 알고 있었다. 우리가 쓰는 물이 어떤 샘물 또는 우물이나 빗물받이에서 나온 것인지도 알고 있었다.”(P. 35)
이 말은 「탁자 위의 세계」가 어떻게 쓰여지기 시작했는지, 또 어떤 내용물을 담고 있는지에 대한 윤곽을 잡아준다. 저자인 리아 코헨은 까페 ‘어떤 날’에 앉아 손아귀에 잘 들어맞는 유리잔을 들어 향긋한 커피향을 맡으며 신문을 읽다가 문득 이것들은 어디서 왔고, 누가 만들어냈을까를 생각한다. 그녀는 곧장 멕시코의 커피농장과 캐나다의 산림, 오하이오 주에 있는 유리공장으로 잘 포장된 상품이 아닌 그 상품의 원재료를 찾아 나선다. 사물의 기원을 찾아가는 이 기행에는 그것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작업현장과 삶, 각각의 사물이 가진 역사와 철학이 하나의 이야기로 공존한다.
그녀는 자신의 의문을 풀기 위해 탁자 위를 떠나 먼저 사물들이 처음 생산된 곳으로 찾아가 일차적인 생산자들을 직접 만난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의 유리공장 직공 루스 캠벨의 일과와 인생역정,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멕시코의 깡촌에서 커피재배를 하는 젊은 가장 바실리오 살리나스와 가족들의 땀방울, 삼대에 걸쳐 벌목일을 하는 긍지의 사나이 브렌트 보이드. 이들을 통해 저자는 우리가 지금껏 브랜드나 상품으로만 접해왔던 사물들의 고유한 가치와 그 안에 담긴 이면의 의미를 되살린다. 일련의 광경은 부드러운 에세이의 어조로, 혹은 밀착 취재의 르포가 되어 세밀화를 그리며, 때로는 소설의 기법을 빌려 드라마틱한 구성을 만들어낸다. 탁자 위에 올려진 작은 사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는 각기 한편의 장대한 파노라마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커피콩, 유리 그리고 종이는 경이로운 발견을 시작으로 한때 황금보다 귀한 것들로 귀족들이나 향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물들은 얼마인가의 화폐를 지불하면 얻을 수 있는 일상적인 상품이 되어 다만 가격으로만 자신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예전에는 동물들끼리의 교미를, 누군가로부터 얻어듣는 조언을 사거나 팔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우리 삶을 구성하는 많은 부분들에 가격표가 붙지 않은 것이 없고, 인간마저 노동력과 시간을 팔아 스스로를 상품화하는데 시시각각으로 애쓰는 마당에 어떤 사물들이 브랜드와 가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이 책은 소소하고 하찮은 사물들의 이면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인간이든, 사물이든 개체에 숨어있는 고유한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게 해준다.
결국 리아 코헨은 루스 캠벨이 만든 유리잔이 어떻게 까페에 이르게 되었으며 커피가 어디서 배송 되는지, 지금 읽고 있는 신문이 어떤 나무로 만들어졌는지를 알게 된다. 멀고 먼 여행길에서 돌아와 다시 까페 ‘어떤 날’에 앉아 있는 그녀에게서 피곤한 기색을 찾을 수 없다. 되려 자신이 마시는 커피가 어떤 브랜드이고 얼마 짜리인 것만을 아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몹시 흡족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 그녀의 커피는 색다른 맛과 향을 낼 것이다. 값비싼 외제 숄보다 엄마가 직접 짠 수수한 목도리에 따뜻한 행복을 느끼듯이. (김은선 kong@libro.co.kr/리브로)
by www.libro.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