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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대부 소대헌 호연재 부부의 한평생 |  | |
| 조금은 아쉽지만...
나는 작년 이맘때 결혼해서 이제 1년이 조금 지난 새내기 남편이다. 결혼하기 전에야 ‘부부’라는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막상 결혼을 하고 나서는 부부 사이의 상호관계라는 것이 매우 소중하고도 민감한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관심과 노력, 때로는 약간의 희생이 있어야만 원만하게 유지된다는 사실을 날마다 조금씩 깨닫고 있는 중이다. 즉 전통적인 가부장적 제도나 윤리 관념으로만 부부간, 가족간의 정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십년 동안 자식을 낳아 기르며 함께 살아온 어른들에게 있어서 부부간의 정이란 어떤 것일까? 또한 300여년 전에 한 세상을 살다간 소대헌-호연재 부부 사이의 정은 지금의 그것과 비교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 아직 어설픈 2년차 남편인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다.
흔히 사람들은 예전에 살았던 조상들의 지적 능력이나 문화적 수준은 현대인들의 그것보다 뒤떨어질 것이라는 가정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 왕조의 역사에만 밝을 뿐 당시 일반 서민들의 생활상에 대해서 별로 배운게 없는데다 이미 고등학교에 다닐 적에 ‘조선시대는 남존여비의 가부장적 사회’라고만 못박아 배웠다. 게다가 TV 역사극에서도 여자란 그저 ‘눈물짓는 아내’ 또는 ‘눈물짓는 어머니’ 정도로 정의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옛 조상들의 문화적 수준은 물론 ´부부간의 정´이라는 것도 오늘날의 그것보다 가벼웠을 것이라는 오류에 빠지기 쉬운 것이다.
이 책은 소대헌-호연재 부부의 결혼을 시작으로 당시 양반 가정의 생활상을 상세하게 그려 놓았다. 당시의 건축물 사진을 비롯하여 마치 ‘TV 진품명품’에 나옴직한 고서화, 생활 소품 사진을 실어 역사책답지 않게 ‘보는 재미’를 더해 주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역사책으로 읽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책 속에서 알고 싶은 것은 바로 소대헌은 어떤 남편이었으며 호연재는 어떤 아내였을까 하는 것이다.
소대헌 송요화는 여러차례 과거에 낙방하다가 음직으로 겨우 벼슬길에 들어섰고 만년에는 상당히 높은 지위에 이른 사람이니 명문가의 자제로서는 보통 사람이라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아내 호연재는 남편이 첩을 들여 나를 버리면 구차스럽게 매달리지 않을 것이라고 할만큼 담대하고 호방한 성격이었으며, 집안의 안살림을 도맡아 하면서도 오히려 벼슬길에 나간 남편 소대헌보다 더 많은 문집을 남길만큼 문재(文才)도 출중했던 여성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렇듯 소대헌과 호연재 부부 개개인에 대한 소개가 상세한 반면 그들 부부간의 우의가 어떠했는지는 상당히 소홀해 보인다. 바로 이 소홀함 때문에 좋은 소재와 우아한 책 만듦새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완성도라는 측면에서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더구나 옛 조상들의 은근한 부부사랑이 오늘날 우리 세대의 직선적인 부부사랑에 못지 않았다는 결론을 성급하게 기대했던 내게는 특히 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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